남몰래 움켜쥔 손잡이

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by 다슈니와 호돌이

#26년 2월 15일

일요일



차를 구매하고 운전연수를 하던 때를 떠올리니 지금도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네요. 조수석 위에 왜 손잡이가 있나 했는데 운전연수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잡는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요, 하하.

결혼 전에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테스트를 하곤 하죠. 술을 진탕 먹여본다던가, 함께 등산을 한다던가, 밑바닥을 본답시고 의도적으로 싸움을 건다던가. 개인적으로 사람을 테스트한다는 행위가 썩 유쾌하지 않아서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면접자를 학대하는 압박면접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이미 밝혀진 것처럼 특정 테스트로 사람을 골라낼 순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렇게 골라낸 이들이 알고 보니 가장 원치 않는 케이스의 유형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굳이 누군가를 극한으로 밀어붙여보고 싶다면, 운전연수만 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부부끼리는 운전연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겠지요. 저는 대체로 긴장하거나 극한상황에 몰리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우리가 운전연수를 무사히 마친 것일지도요? 억, 윽, 헉. 하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조수석의 손잡이는 꽉 쥐는 일이 대체로 제가 옆에서 했던 일이니까요.

누군가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타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겁니다. 운전대를 타인에게 온전히 맡긴다는 일이 얼마나 불안한 일인지. 심지어 그 사람이 자전거를 잘 탄다고 해도요. 그래도 운전연수를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는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명제는 절대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겁니다. 사람이 놀라면 손이나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법이니까요. 절대 운전자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됩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어? 저리로 가야지!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지요. 어차피 모든 길은 이어져있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지 유턴이건 P턴이건 해서 돌아오면 될 일입니다.

두 번째 명제는 도로 위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운전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핸들을 돌리면 그리로 가고 액셀을 밟으면 빨라지고 브레이크는 서고. 하지만 도로 위에서는 다른 차량들과 어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옆에서 다른 차들이 왜 저러는지 부연설명을 해주곤 했지요. 심리를 읽으면 그 차량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얼추 예상이 가지 않겠어요.

세 번째 명제는 바로 각오입니다. 어차피 떠나도(?) 사랑하는 다슈니와 함께 떠난다는 각오. 사실 이 마음만 있으면 화낼 일도 긴장할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각오가 조금 부족했는지 잠꼬대를 할 정도로 긴장한 모양입니다. 당연하게도 세 번째는 농담입니다. 진짜로요.

사실 저는 딱히 차를 갖고 싶다거나 운전을 하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체로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어쩌다 보니 면허도 따고 운전도 하게 되어서 다슈니 연수도 시켜주게 되었네요.

없을 때는 몰랐지만, 확실히 차가 있으니 좋긴 합니다. 평소에는 잘 타진 않지만,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이랄까요. 그 가능성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약간은 환기가 되는 기분입니다. 실제로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말이죠.


운전천재가 된 수제자를 보며 흐뭇해하는 김쥬둥

작가의 이전글조수석에서 운전대로: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