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26년 2월 21일
토요일
22년 2월 초순 경의 일입니다. 다슈니와 저는 인근에 사는 동갑내기 사촌의 초대를 받고 동해로 1박 2일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촌 부부가 한 번씩 찾는 민박집이라고 하더군요. 아야진항 방면의 민박집이었습니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지요.
우리는 적당히 널찍한 방에 짐을 풀고 산책에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이다 보니 주말임에도 동네가 고즈넉한 분위기였습니다. 사촌 부부는 몇 번 방문해서인지 좀 더 익숙하게 안내를 해주었지요. 인적이 드문 언덕길과 골목을 돌아보니 금세 산책이 끝났습니다.
넷이서 해안가의 큼지막한 창고를 보며 숙소로 돌아가는데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계셨습니다. 장이 선 것도 아니고 인적이 많은 길도 아닌지라 생뚱맞은 상황이었습니다. 작은 끌차를 옆에 두고 검은 봉다리에 미역을 담은 채로 앉아 계셨지요.
날이 춥기도 하고 마음이 쓰였는지 오지랖 넓은 제 사촌이 미역의 값을 물어보았습니다.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묶어서 싹둑 자른 것 같은 모양새의 미역뭉치가 5천 원이었습니다. 현금을 좀처럼 들고 다니지 않는 터라 다들 주머니를 뒤졌습니다. 겨우 5천 원을 만들어 건네고 미역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사촌은 연신 산지의 생미역의 싱싱함과 할머니의 노고에 대해 설파하였지요. 그의 남편이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랬습니다. 대체로 기분파인 제 사촌의 씀씀이를 견제하고 있던 터라 이해가 갔습니다. 아마 결혼 2년 차였으려나요. 아직 신혼이라 볼 수 있는 사이다 보니 몇몇 사안에서의 의사판단이 갈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우리는 인근의 농협 하나로마트로 향했습니다. 저녁에 먹을 것들과 술, 안주 등을 사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생미역을 또다시 목격하고야 맙니다. 우리가 산 것보다도 더 많은 양의 미역이 1,500원~2,000원 정도의 가격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바닷바람을 쐬러 가보니 어떤 아저씨가 그냥 바닷가에 널려있는 미역을 공짜로 뜯어갔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구매한 할머니표 미역과 이것은 다르다고 항변하는 사촌을 뒤로하고 우리는 가리비를 구매하러 갔습니다. 머리카락을 위로 한껏 쪼매고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사장님께서 우릴 반겨주셨습니다. 사촌 부부는 가리비가 철이라며 넷이 먹을 양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평생 그런 말을 하지 않던 다슈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사장님 많이 주세요.”, 우리는 다들 놀라서 다슈니를 보았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다슈니의 큰 도전이어서 더욱 그러했지요. 그런데 사장님께서 다슈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일갈하셨습니다. “많이 사주세요~!”, 결국 사장님께선 정량대로 주시고 다슈니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습니다. 넉살이라고는 전혀 없는 다슈니의 소심한 외침은 그렇게 아야진항의 파도소리의 묻혀 흩어지고야 만 것입니다.
그럼에도 민박집 마당에서 숯불로 구운 가리비와 초장에 찍어먹은 미역이 참으로 맛있었습니다. 2월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제는 기억나지도 않는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지요. 다슈니와 사촌이 먼저 잠든 틈을 타 쥬둥이와 사촌의 남편은 밤바다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수다를 떤 기억이 납니다. 마찬가지로 내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촌 부부는 아야진항에 오면 오미냉면을 꼭 먹어야 한다며 다음날 해장을 하려 했지요. 하지만 겨울이라 한 달간 내부공사를 한다고 하여 가보진 못했답니다. 하하.
오미냉면이 아직도 궁금한 김쥬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