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김쥬둥
#26년 2월 23일
월요일
인간은 모두 거짓말을 합니다. 아직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2~3세의 아이가 하는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 게다가 4~5세 정도만 되어도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죠. 심지어 6~7세 정도가 되면 상대를 배려하는 착한 거짓말까지 구사합니다.
그러니 제가 거짓말을 종종 하는 건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인 것입니다. 절대 김피노키오쥬둥의 문제는 아닌 것이죠. 물론 심각한 거짓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대개는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드는 거짓말이죠. 그날 먹은 점심메뉴를 다르게 말한다던가. 집에 있는데 밖에 있다고 하던가. 맥주 3캔 마셨는데 1캔만 마셨다고 하던가.
써놓고 보니 대체로 4~5세 정도의 아이들이 하는 책임회피형 거짓말이었네요. 햄버거 먹었다고 하면 혼날 것 같아서 다른 걸 먹었다고 하거나. 늦잠 자고 빈둥대던 걸 걸릴까 봐, 라든가 말이죠.
다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굳이 얘기를 하지 않는 미필적 고의식 거짓말도 있습니다. 속일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나에 대한 모든 사실과 정보를 낱낱이 알리고 싶지는 않은 느낌이랄까요? 저처럼 태생적 피노키오가 아닌 다슈니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이라는 밝은 빛 속에 내 모든 것이 알알이 밝혀지는 게 괴롭거나 두렵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제가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의 민낯이 추하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화장으로 가려야 하는 것 같은 마음. 태생적으로 이런 기질을 타고난 것인지 후천적으로 길러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진지해지는군요. 대체로 변명을 하다 보면 무거워지고 가라앉기 마련입니다. 그냥 하하, 거짓말쟁이 등장! 하면 될 일인데 말이죠.
다른 사람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우리 피노키오들은 이런 사소한 거짓말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곤 합니다. 피해자도 없고 속은 사람조차 속은 줄 모를 테니까요. 그저 자신을 지키는 나만의 투명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것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우리 피노키오들은 진실쟁이들보다 뛰어나고 배려있는 사람이 아닌가? 라는 망상까지 하곤 합니다. 약간이라도 분쟁이 있을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거나 숨김으로써 모두와 둥글둥글 잘 지낼 수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런 제 신념이 와장창 부서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적으로 부딪치는 사람이 있었는데 저는 역시나 상냥함의 가면을 쓰고 상대를 했기에 상대방은 몰랐을 것입니다. 제가 참다 참다 그 사람과 다신 보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홀로 굳히고 있다는 걸. 그 과정을 지켜본 다슈니는 터놓고 얘길 해라, 차라리 싸워라, 라는 얘길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거절했지요. 그때는 제 선택이 합리적이었다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는 다슈니의 말이 맞았습니다.
그 사소한 감정적 트러블이 많은 걸 엉망으로 만들고야 말았으니까요. 진작 말을 했다면 잠시는 언쟁이 있을지언정 잘 해결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건 if의 영역이기도 하고, 결국 그리될 것은 그리되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 뒤로 저는 피노키오의 삶을 바꿔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매번 사소한 거짓말을 억누르고 애써 진실을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위가 전전두엽은 물론이고 뇌 건강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세상의 피노키오 친구들! 거짓의 안온함에 안주하지 말고 괴롭더라도 진실을 말해보도록 해요.
나만의 제페토 선생님 다슈니에게 감사인사를 올리는 김피노키오쥬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