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26년 2월 24일
화요일
제페토 선생님이라니요, 과찬이세요. 사실 저도 한때는 거짓말을 꽤 좋아했답니다. 하지만 덜렁거리는 성격과 부족한 치밀함 덕분에, 결국 강제로 진실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었죠.
#사건 1. 수화기 너머의 진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일본 유학을 마치고 온 막내삼촌과 잠시 같이 살았었죠. 삼촌은 우리 자매에게 다정하고 용돈도 잘 주셨지만, 정직함에는 아주 엄격한 분이셨답니다.
어느 날, 친구네 집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평소보다 늦게 귀가한 제게 삼촌이 물으셨어요. 부모님은 맞벌이라 집엔 삼촌뿐이었거든요. "왜 이렇게 늦었니?" 순간 당황한 저는 "학교에서 청소하다 늦었어요"라는 변명을 꺼냈고, 삼촌은 아무 말 없이 수화기를 드셨어요. 다이얼 소리가 제 심장 소리처럼 쿵쾅거리며 울리는 것 같았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애가 청소하느라 늦었다기에 고생하셨을까 싶어 전화드렸습니다."
짧은 침묵 속에서 제 심장은 발끝까지 떨어졌답니다. 수화기 너머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제 세상은 멈춰버린 것 같았죠. 그날 호되게 혼이 나며 깨달았어요.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는 도구가 아니라, 결국 나를 겨냥해 돌아오는 화살이라는 것을요.
#사건 2. 책상 밑의 검은 그림자
4학년 여름방학엔 더 끔찍한 일도 있었어요. 엄마가 출근 전 정성껏 튀겨두신 돈까스가 먹기 싫어져서 몰래 떡볶이를 사 먹고는, 돈까스를 대충 비닐에 넣어 책상 밑 구석에 밀어 넣었거든요. 다 먹었다고 말하면 모든 게 사라질 줄 알았지요. 하지만 거짓말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며칠 뒤부터 방 안에서 정체 모를 불길한 냄새가 스며 나오더니 날벌레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마주한 책상 밑은 그야말로 초파리 떼 점령지가 됐더라고요. 꿈틀거리는 하얀 애벌레들을 보며 저는 뼈저리게 느꼈어요. 거짓말을 덮어두면 그 안에서 괴물이 자란다는 것을요! 결국 엄마한테 울며 실토한 뒤에야 사건은 수습됐습니다.
여기에 명탐정 코난 뺨치는 동생까지 있으니 제 거짓말은 번번이 들통나기 일쑤였어요. 결국 깨달았죠. 거짓말도 머리가 좋고 치밀해야 하는 법인데, 저는 그럴 재량이 못 된다는 것을요. 어차피 걸려 창피당할 바엔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는 게 훨씬 속 편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답니다.
이 경험들을 계기로 저는 프로고백러로 성장했습니다. 작은 문제가 썩기 전에 미리 실토해 버리는 습관이 생긴 거죠. 아마도 그때 본 초파리의 공포가 저를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진실은 말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는 것!
저는 이제 마음을 짓누르는 거짓말 대신 가벼운 뻥을 즐긴답니다. 진실만 말하며 살기엔 세상이 때때로 너무 각지고, 치밀한 거짓말쟁이가 되기엔 전 너무 어설프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가벼운 농담을 흩뿌리며 하루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고 싶어요.
진실 말하기 뇌 건강법을 수련 중인 김피노키오쥬둥 씨 옆에서, 오늘도 비눗방울 같은 뻥 하나를 살짝 날려봅니다.
"여보! 나 로또 5천 원 됐어! 뻥이야!!!" 로또는 사지 않지만, 당당히 외쳐보는 다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