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시작한 글쓰기

부부 교환일기 by 다슈니

by 다슈니와 호돌이

#26년 2월 27일

금요일


"과장님, 글은 잘 쓰고 계세요?"

얼마 전, 퇴사한 회사 대표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부 인사 끝에 들려온 이 한마디는 다시 돌아오라는 제안보다 훨씬 깊게 제 마음을 파고들습니다.

퇴사할 때, 내 글을 쓰며 살고 싶다고 호기롭게 말하던 제 모습이 그제야 또렷하게 떠올랐습니다. 쉬고 싶다는 마음의 간절함과 퇴사를 위한 명분이 뒤섞였던 그 말. 그제야 퇴사 후 했던 일들을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나름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했었답니다. 다양한 것들을 했고요. 물론 ‘글쓰기’만 빼놓고 말이죠.

마음 한쪽이 울컥해져 당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자, 당신은 함께 교환일기를 연재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에잉? 내가 무슨 쓸 말이 있다고!"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당신은 그간 본 적 없던 추진력으로 첫 글을 바로 작성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부부의 교환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일기를 쓰던 첫날의 막막함을 잊지 못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든 것이 안갯속 같았죠. 석 달이 지난 지금,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막막합니다. 다만 그사이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소재가 풀리지 않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도 어느 순간 문장들이 막힘없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가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온몸에 기분 좋은 전율이 흐릅니다. 마치 오랫동안 잠가 두었던 문이 삐걱하고 열리는 느낌이랄까요.



우리가 쌓아온 일기의 기록을 다시 읽으면 지난 시간들이 조용히 가슴속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별것 아닌 일상의 조각들이 글이 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우리가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지금 다시 읽어도 이렇게 좋은데, 10년, 20년 뒤에 이 글들을 꺼내 본다면 얼마나 더 소중한 보물이 되어 있을까요.

글쓰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지만, 글을 쓸 때면 꾸지 않았던 꿈을 꾸는 것처럼 설레곤 합니다. 우리의 가능성은 아직 닫히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고 해도 이십 년 후면 고작 예순입니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오히려 무언가의 장인이 되기에 충분한 나이 아닐까요. 돌이켜보면 지금껏 살아온 마흔 해도 결코 짧지 않았는데, 앞으로 살아갈 마흔 해는 또 얼마나 길고 풍요로울까 싶어 기대가 됩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지금, 또 다른 도전도 꿈꿔봅니다. 새로운 시작이란 늘 두렵고 막막하지만, 그 끝에서 마주하게 될 설렘과 재미를 향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뎌보려 합니다.

이 즐거운 여정을 먼저 제안해 준 김쥬둥 씨와, 잠들어 있던 제 마음을 채찍질해 준 전 회사 대표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김쥬둥 씨, 우리 무엇이든 계속 즐겁게 도전해 봐요. 우리에게는 언제까지나 젊은 나날이 계속될 거라고 감히 주장해 봅니다.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서태지와 아이들 'Come Back Home' 가사 일부)


마흔 넘어서도 "우린 아직 젊기에"를 외치고 있을지 몰랐던 다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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