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파편

by 다슈니

by 다슈니와 호돌이

*브런치북 연재란으로 재업로드 했습니다.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행복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해마다 바라보는 익숙한 풍경인데도 어떤 날은 유독 마음이 고요해지곤 해요.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언제 행복할까, 아니, 애초에 행복이란 뭘까?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 있었어요.
돌아보면 저는 늘 행복을 찾아 헤매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십 대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하다는 믿음을 꽉 부여잡고 극단에 들어갔지요. 공연기획을 맡아 차근차근 일을 배워나갔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좌충우돌 뒤죽박죽이었지만요. 이후에는 공연기획사에서도 일했습니다. 업계에는 늘 돈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사람도 부족했습니다. 그 와중에 일은 턱끝까지 차올랐죠. 하나를 마치면 두 개가 되고, 두 개를 마치면 네 개가 되는 끝없는 굴레의 연속이었습니다. 밤샘 작업은 일상이었고 주말이라는 말은 사치였지만, 당시의 저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습니다.
“이게 행복이야. 여기에 내 꿈이 있어. 이런 게 청춘이지!” 지금 생각하면 참 기세 좋고 무모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일신상의 이유로 일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야 알게 되었거든요. 그저 버티기만 하는 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꿈을 좇는다는 명분에 깔려 허덕이느라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삶이 행복일 리 없다는 것을요. 어제와 오늘의 행복을 유예한 채, 저는 대체 무엇을 손에 쥐고 싶었던 걸까요.
공연 일을 그만두고 이번에는 돈을 찾아 나섰습니다.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빈곤한 주머니 때문에 행복이 달아난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하늘에 두루뭉술하게 떠다니는 꿈 대신 현실이라는 바닥에 발을 디딘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월급만으로도 춤을 추는 사람이었습니다. 드디어 제대로 돈을 버는 어른이 되었다는 벅찬 뿌듯함에 이제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만 같았죠.
주머니는 가벼워도 빛나던 매일이, 무채색의 지루한 날들로 바뀌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유능하다는 칭찬을 듣고 보너스를 받아도,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괴로움이 저를 좀먹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격무에도 버텨내는 강철 같은 직장인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제 안은 달랐습니다.
꿈을 먹고 자라던 내면의 애벌레가 꿈이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서, 저라는 사람을 안에서부터 비워내고 있었습니다. 언제고 나비가 될 줄 알았던 애벌레는 돈으로는 키울 수 없던 모양입니다. 내면이 아예 텅 비어버리고 부서지기 전에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멈춰 서게 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이렇게 멈춰 서 있는 자리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데도 여전히 길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디쯤 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혹시 돌아가고 있는 건지. 행복은 분명 어딘가에 있는데, 지도가 없는 여행 같달까요. 망망대해 위를 표류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을 찾아 계속 가보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즐겁게 웃으면서요. 돈은 적당히, 그저 의식주에 문제없고 가끔 사랑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 끼 대접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대단한 걸 이루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우리는 분명 행복할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 행복하거든요.
소복소복 쌓이는 행복을 함께 하도록 해요.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요.

행복 중독이라 행복해도 행복 찾는 다슈니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