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적 도시재생’이 크게 이슈화 되고 있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도시 문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시민들이 독특한 문화가 있는 공간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혜화역 일대의 ‘대학로거리’는 현재 도시재생이 시행되고 있는 서울의 많은 공간과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생겨난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적 공간이라 생각한다. 대학로는 160여개의 크고 작은 극장들이 모여 있어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들, 연인과 함께 대학로 연극을 보러 오며, 항상 20,30대 청년들의 활기가 가득 차 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보아 왔던 성인이 된 이후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종종 놀러 왔던 대학로에서 어떻게 연극문화가 자리잡게 되었고, 이로 인해 어떤 독특한 도시 경관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학생들, 예술가 그리고 한 명의 건축가
지금의 대학로의 자리에는 원래 서울대학교 동숭동 캠퍼스가 있었으며, 대학로 주변으로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카톨릭대학교 캠퍼스, 한성대학교 캠퍼스, 방송통신대학교 캠퍼스, 홍익대학교 캠퍼스가 있다. 따라서 지금의 공연장들이 있기 이전부터 대학로는 많은 학생들이 오고 가던 가로 였으며, 학림다방과 같은 카페와 음식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4.19햑명 이후 대학로가 민주화운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1975년 서울대학교는 관악구 캠퍼스로 이전하게 된다. 대부분의 건물이 사라지고 서울대 문리대가 있었던 자리의 마로니에나무(서양칠엽수)들만이 남게 되었다. 이 자리에 지금의 마로니에 공원이 생기고 1981년 건축가 김수근의 제안으로 븕은 벽돌의 아르코 미술관과 아르코 공연장이 생겼다. 이후 공원 주변으로 크고 작은 공연장이 모이면서 지금의 연극의 메카인 대학로로 성장하게 되었다.
주변에 대학 캠퍼스들이 있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유입된다는 지리적 특징이 대학로의 연극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김수근의 한국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대학로를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는 생전에 “건축가 중에서 시, 소설 모르는 놈은 별 볼 일 없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과 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한국 최초의 종합예술잡지 ‘공간’을 창간하고, 공간화랑 미술관과 공간사랑 소극장을 설립하여 문화 예술을 후원하였다. 그가 설계한 아르코 미술관과 공연장 그리고 마로니에공원은 대학로가 지금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 시발점이며, 랜드마크이자 대학로의 중심지이다. 특히 마로니에공원은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야외공연과 행사가 일어나는 대학로의 활력소이다. 또한 그가 사용한 붉은 벽돌은 주변의 다른 벽돌 건물들과 어우러져 대학로의 디자인적 상징이 되었다.
한옥과 벽돌, 크지 않은 공간이 주는 다양함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대학로에는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있다. 또한 대학로 서쪽 부근을 보면, 작은 크기의 한옥들이 모여 있다. 지적편집도를 보면 몇몇 건축물과 대학 캠퍼스를 빼고 필지가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작은 필지의 벽돌 건물과 한옥 건물은 고층의 건축물이 들어서기 어렵게 하였으며, 이러한 건축적 특성은 대학로가 대규모 공연장을 가지지 못하고 소규모 공연장이 주를 이루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큰 필지의 건물 임대료보다 작은 필지의 건물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많은 연극인들이 작은 민간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러한 소규모 공연장은 한 건축물에서 음식점, 카페와 같은 다른 용도와 함께 들어 서게 된다. 크지 않은 건물과 다양한 용도는 다채로운 가로 경관을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들을 거리로 나와 돌아다니게 한다. 거리의 많은 사람들로 자연스레 많은 노점상이 생기고, 다양한 작은 거리 공연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벽돌 건물과 한옥 건물은 개조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건물을 개조하여 특색 있는 외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게들은 벽돌이라는 건축 재료로 통일감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지루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어내었다. 소, 중 규모 건축은 다양한 용도와 외관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다양성은 다양한 사람들을 모이게 하며, 결국 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게 하였다.
건축물이 없는 비어진 공간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이 더욱 커지는데, 그 핵심 장소가 바로 마로니에공원이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마로니에공원의 접근성과 큰 나무들이 주는 초록과 그늘은 많은 사람들이 마로니에공원을 광장과 휴식의 장소로 이용하게 하며, 1년 내내 축제의 공간으로 이용하게 한다. 공원에서는 음악공연 뿐만이 아니라 마르쉐@와 같은 마켓, 연극 공연, 미술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필자가 마로니에공원을 방문했을 때도 마로니에 공원 내 야외공연장에서 트로트 공연을 하고 있어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공연을 즐기고 계셨다. 또한 바로 옆 아르코 공연장 앞에서는 20대로 보이는 사람의 버스킹 공연이 있었다. 평범한 토요일에 이러한 이벤트가 있고 이를 통해 한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마로니에공원은 대학로를 단순히 연극예술의 공간을 넘어 다양한 예술문화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것은 대학로를 연극 뿐만이 아닌 풍성한 문화를 가진 공간이 되게도 하지만, 동시에 대학로가 상업적인 공간이 되게도 하였다. 이로 인해 임대료가 올라 많은 민간 공연장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를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들어왔다. 젠트피케이션이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과 같은 대형공연과 영화극장에 대중들이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2004년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이 되면서 임대료가 폭등하였가. 2015년 3월에 28년에는 전통의 대학로극장(1987년 개관)이 폐관 위기에 처해 약 150여 명의 연극인이 “대학로 소극장은 죽었다”는 목 메인 외침과 함께 상여 퍼포먼스를 하며 철거 반대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연극인들의 절박한 심정에도 아랑곳없이 대학로극장은 실제 폐관 사태에 이르렀고 그 자리에는 곧 이어 대형 식당이 자리 잡았다. 연극의 질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상업적인 로맨스 코메디의 오락 연극이 많아지게 되었다. 비상업성을 추구하는 소수의 연극인들 만이 대학로 연극의 예술성을 지켜가고 있다.
폭등하는 임대료에 대해 아직까지 뚜렷한 방안이 없지만 그나마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대학로 내 공연예술 관련 학교가 다수 있다는 점과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연극제’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중앙대학교를 비롯한 8개의 공연예술관련 대학교가 대학로에 있다. 교육시설들은 지속적으로 공연예술 관련 학생과 학교에 의해 그 공간이 운영이 되고 있다. 학생들과 관계자들이 교육적 차원에서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외부 문화 예술 활동을 진행한다면 대학로에서는 계속해서 예술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공간 뿐만 아니라 공공그라운드와 같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유 공간은 문화공연 관련 대학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지역에 정착하여 지역을 활성화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1977년에 시작하여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서울 연극제’는 축제 기간동안 대학로의 다양한 공간에서 연극공연과 함께 관련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4월 27일부터 6월 2일까지 개최되는 올해 연극제에서도 어김없이 대학로 곳곳에서 여러 행사와 공연이 이루어진다. 도시를 대표하는 지역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을 홍보하여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 연극제’는 대학로의 연극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대학로가 하나의 큰 연극 공연장으로써 기능하게 끔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역사와 전통에 비해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대중의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대학로의 연극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실험적인 예술 연극이 선보여질 것이라 생각한다.
한 때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공간이었던 충무로나 인디밴드의 성지였던 홍대거리 등 서울의 많은 예술가들의 공간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해 그 특색이 없어졌거나 잃어가고 있다. 이를 막기위해서는 먼저 계속 폭등하는 임대료 해결 방안이 시급하지만, 물리적인 형태나 도시운영에 대한 섬세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도시의 특색이라는 것은 공간의 형태나 문화적 콘텐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담고 있는 공간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디 대학로는 20년 30년 뒤에도 그 시대의 젊은 예술가들의 활기가 가득한 공간이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l 2019 서울연극제 팜플렛, 서울연극협회
l 이신영, 「대학로 연극의 진단과 활성화 방안 연구」, 『문화정책논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6
l 서혜림, 골목이야기 ‘대학로’, news1, 2018
l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다"_한국 현대 건축의 아버지, 김수근」, OurHistoty,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