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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이전트]포르쉐 타고 마트에 가고 있진 않나요?

조직 내 AI 에이전트 도입 시 고려할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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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포르쉐 타고 마트에 가고 있진 않나요 by GPT-4o


최근 HR 분야에서 AI 활용은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채용, 평가, 교육 등 핵심 영역까지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가트너(Gartner), 딜로이트와 같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이 2025년 주요 IT 트렌드로 AI 에이전트(AI Agent)를 선정하면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작동하는 AI 에이전트가 HR 프로세스를 알아서 처리해주는 미래에 대한 많은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에 대한 열광이 자칫 우리 조직의 현실과 필요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마치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데 최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쉐를 타고 가는 것처럼,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AI에이전트 도입은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조직 내 성공적인 AI 에이전트 도입을 위해 HR 담당자가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짚어보자.


1. 우리가 도입하려는 것은 "AI 에이전트"인가, 아니면 "자동화 봇"인가?

AI 에이전트라는 용어는 다양한 기술 수준을 포괄하기 때문에 혼란을 일으키기 쉽다. 단순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규칙 기반(Rule-based) 자동화 도구나 간단한 질문에 생성형 AI가 접목돼 답하는 챗봇/가상 에이전트(Virtual Agent)까지 'AI 에이전트'로 불리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작업 수행을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출처1) 예를 들어, 매달 정해진 날짜에 직원들에게 급여명세서 발송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에는 단순 자동화 도구를 적용하면 되지만, 직원의 과거 성과 데이터, 동료 피드백, 목표 달성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다음 분기 성과 목표 초안을 제안하거나, 특정 교육과정 이수시 예상되는 역량/스킬 향상도를 예측하는 시스템 같은 경우에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추론(reasoning) 능력을 활용하여 최적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AI에이전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해결하려는 HR 문제가 단순한 반복 업무인지, 아니면 복잡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영역인지에 따라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AI 에이전트’ 라는 키워드를 보고 도입을 서두르기보다는 실제 조직에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문제의 성격과 규모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만약 휴가 관련한 AI 에이전트 도입을 고려한다고 가정해보자. 직원이 휴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신청 내용 분석, 잔여 휴가 일수 확인, 팀 일정 충돌 검토 등 여러 AI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마치 포르쉐로 마트 장보기하는 것처럼 과잉기술일 수 있다. 오히려 기존의 간단한 전자결재 양식을 활용하거나, 휴가신청 시 자동으로 잔여 일수를 보여주고 팀 캘린더 충돌 가능성을 알려주는 기능이 내장된 HR 플랫폼이 더 적절한 기술일 수 있다. 현재의 프로세스 대비 도입하려는 AI 시스템의 복잡성과 효과, 비용을 고려하여, 특정 업무를 위해 여러 AI 에이전트를 엮는 것이 과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더 가볍고 직관적인 솔루션이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


2. AI 간 "협업"이 오히려 "조정 오버헤드"를 만들지 않는가?

여러 AI 에이전트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하는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모델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각 에이전트의 판단 기준이 다르거나 결과가 충돌할 경우, 이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출처2)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수 있다. 이는 '자동화'를 통해 얻으려던 업무 효율성과 정반대의 결과, 즉 '조정 오버헤드(coordination overhead)'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과 평가 및 보상 조정 프로세스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에이전트는 개인의 성과 목표 달성률과 KPI를 분석하여 높은 성과 기반 인상률을 제안하고, 다른 에이전트는 시장 임금 벤치마크 데이터를 분석하여 해당 직무의 시장 경쟁력에 따른 조정률을 제시하며, 또 다른 에이전트는 사내 동료들과의 형평성을 분석하여 내부 공정성에 기반한 조정률을 제안할 수 있다. 만약 이 세 에이전트의 결과가 크게 상충한다면 (성과는 높으나 이미 시장가 및 내부 수준보다 높게 받고 있는 경우), 별도의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멀티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상위 에이전트)가 이를 지휘하더라도 최종 결정을 위해 HR 담당자가 각 에이전트의 판단 근거를 다시 검토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며 복잡한 조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기존에 담당자가 여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던 방식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AI 에이전트를 연동할 경우, 명확한 역할 분담, 정보 교환 프로토콜, 충돌 해결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피할 수 있다.


3. 조직 맞춤형 AI의 핵심: 준비된 HR 데이터

AI 에이전트의 학습 능력과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하고 분석하는 데이터의 질과 양, 그리고 맥락(Context) 적합성에 좌우된다. 다른 도메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HR 에서는 '쓰레기 데이터가 들어가면 쓰레기 결과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HR 데이터는 조직의 고유한 문화, 가치, 평가 방식 등과 깊이 얽혀 있어, AI 에이전트가 실제 조직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려면 이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로 학습되어야 하며, 편향된 데이터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컨대, 팀워크를 중시하는 회사라면 개인 성과 지표 외에 동료 평가나 협업 관련 데이터가 중요하게 활용되어야 AI가 조직 가치에 부합하는 분석을 내놓을 수 있다. 또한, 만약 승진 심사 과정이 암묵적(implicit) 판단에 의존해왔다면, AI 도입 전에 구체적인 데이터 지표를 정의하고 축적하는 작업, 즉 기존 프로세스를 명확한 워크플로우로 구조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AI 학습의 기반이자 결정 근거의 투명성을 높이고, 민감한 HR 정보에 대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확보에도 기여한다. 결국, 이는 어떤 기술이 도입되든 마찬가지이며, 성공적인 AI 에이전트 도입은 화려한 알고리즘 이전에, 조직의 현실을 반영하는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4. AI 에이전트의 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가?

AI 에이전트가 내린 판단, 특히 채용, 성과 평가, 승진 후보 추천 등 민감한 인사 결정에 대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조직 내 불신과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의 의사결정 및 계획이 투명하지 않은 '블랙박스(black box)' 상태라면, 관리자는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고 직원들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일례로, AI 기반 성과 평가 시스템이 특정 팀원에게 낮은 점수를 부여했지만,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어떤 로직을 통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면, 팀장은 평가 결과에 동의하기 어렵고 해당 직원은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의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HR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는 반드시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을 확보하여 시스템의 작동 과정을 추적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AI 에이전트, 만능 열쇠 아닌 맞춤 도구

AI 에이전트는 분명 생산성 향상과 업무 효율성 증진을 통해 HR 혁신을 이끌 잠재력을 가진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모든 문제에 적용 가능한 만능 열쇠가 아니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술 자체의 화려함에 매몰되기보다, 조직이 실제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현재의 준비 상태는 어떠한지를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단순 반복 업무에는 효율적인 자동화 도구를, 복잡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역에는 인간-AI 협업 모델을 적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조직의 맥락에 맞는 양질의 데이터 준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정말 포르쉐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니면 효율적인 경차가 더 적합한 상황인지 판단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HR의 디지털 전환, AI 에이전트 도입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 출처

1) AI 에이전트의 주요 특징: 자율성(autonomy), 목표 지향성(goal orientation), 환경 인식(environment perception), 학습 능력(learning ability) - AI 에이전트 개발 동향 및 국내 경쟁력 분석 (KDB 미래전략연구소, 2025.3)

2) IBM: https://www.ibm.com/think/topics/ai-agent-orche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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