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로 가는가
데이터가 많다.
사방천지가 데이터다.
를 넘어, 이제 데이터가 홍수가 났다고들 한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지천에 데이터이다. 출근길에 보이는 삼성역에 건물만 한 광고판에서 실사와 같은 고래가 움직이는 것만 보아도 구도와 재생시간이 아무 근거 없이 설정되었을 것 같지는 않고, 하물며 신호등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것 하며, 은행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가 내 번호가 번호판에 뜨길 기다리는 것까지 정말 일상이 데이터로 가득 차 있다.
한 기업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어떤 서비스를 제작/유통하면서, 향후 고객들의 니즈와 그에 따른 서비스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일로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 자체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에 대한 고민은 항상 전두엽 어딘가에 있었다.
향후 10년 내 외에 없어질 직업들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여행사 직원, 캐셔, 우편배달부, 은행 창구직원, 운동경기 심판 등이 그렇다고 한다. 그 직업들의 공통점을 보니 인간의 창조적인 요소가 아니라, 되려 기계적인 판단과 반복이 필요한 직업들이었다. 그리고 그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피로도와 정확도 하락이 또 다른 이유이다.
물론 은행 창구에 로봇들이 혹은 키오스크가 마련되어 있고 (창구 자체가 없어질 것 같긴 하다), 그 창구를 통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본인인증만 하면 직접 API로 끌어올 수도 있겠다) 그 자리에서 승인이 나서, 물리적 통장도 없어져서 생체 통장에 입금을 받는다거나 하는 SF적인 미래가 목전에 도래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일부는 지금 당장도 가능한 요소들 이기는 하나, 별다른 대책 없이 없애게 되면 뒤따르는 나비효과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할 테니, 지금 당장 다음 직장을 어디로 잡을지 걱정하진 않아도 되겠다.
다만, 미리 고민과 걱정을 해본 다면 인간의 순수 창조적인 영역인 작화, 작곡이나 문학의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은 로봇이 대체하지 않을까. 그 순수 창작의 영역에서도 로봇이 침투하고 있다는 기사도 보았지만, 인간이 창조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는 분야 이기 때문에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계가 대체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을뿐더러, 결과적으로도 더 나은 결과물을 가져올 영역에 대해서는 아마도 전부 대체되겠다.
그럼 모든 것이 기계로 대체된다면, 우린 뭘 하면 될까? 우스갯소리로 그 로봇을 만드는 사람 말고는 모두 길거리에 나앉을 거라고 한다. 그래도 그 안에서 배곯지 않으려 고민한 결과는, 그 로봇들을 고도화하고 조금 더 인간답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로봇을 근간하고 있는 데이터인 것 같다고 생각을 욱여넣었다. 그 데이터마저도 기계가 적재하고 전 처리하고 직접 코딩도 하고 (시각화는 안 해도 되겠다 Raw data 자체로 바로 해석할 수 있을 테니) 그렇게 된다면 정말 모두가 백수가 될 테니 한편으로는 공평(?) 하겠지만, 일단 iOT의 거대 물결 속에서 현재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는 그 영향력이 더 거대해질 것이다.
단순히 현재는 웹이나 앱 기반으로 된 서비스를 분석하고 매출이나 마케팅 지표를 최적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 정도지만, ML이 점차 발전하고 고도화된다면 이마저도 없어질 직업 중에 하나라고 보이기 때문에, 현재의 업무에서 사용자 행동에 따른 심리분석 쪽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 같다. 특정 상품이 잘 나가니, 비슷한 상품을 더 만들어보고, 부록을 끼워주고 할인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정말 무얼 원하고 왜 원하고 또 언제 원하는지에 대한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일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는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도 결국 사람이 남긴 로그를 분석하는 식의 업무를 밥벌이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데이터 분석가가 아니라 그냥 분석가 혹은 사람을 분석하는 휴먼 사이언티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