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터쟁이 Nov 10. 2020

꼬인 사고







대학 강의를 가면 취업 문턱이 벌써부터 두려운 학생들이 거짓말처럼 매번 묻는 질문이 있다.




"강사님, 강사님 하시는 데이터 분석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가장 필요한 스킬 셋(Skill-set)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SQL을 배우세요, GA부터 시작합시다, Python을 배우세요 같은 말을 기대했었을 것 같은데, 항상 그 질문의 대답은 "꼬인 사고를 가지세요."였다. "꼬이다" 라는말 자체가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도 부정적인 의미를 말한 것이 맞다.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하시죠."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테스트 끝내고 리얼로 배포하시죠."

 



같은 말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좋은 부분만 보고, 좋은 이야기만 해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말을 하고 싶었다. 실례로, 분석가로의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뽑으라면 단연코 분석력이겠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더 자세히는 동료들과의 좋은 인간관계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사내에서 시어머니와 같은 요샛말로 고나리질을 피치 못하게 해야 하는 직무특성상 팩트를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나쁘지 않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는가,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고. 자기가 기획하고, 개발한 Feature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사람과 그 의견을 곱게 받아들여준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깊은 내면의 어딘가에는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마련일 텐데.. "아이 이렇게 로깅 자꾸 빼먹으시면 굉장히 서운합니다 허허." 라며 장난식으로 좋게 좋게 하지만 원하는 메시지는 딜리버 할 수 있게 되더라. 실제로 버그를 발견했을 때도, "오 버그 발견했어요 문상 같은 거 안 줍니까?"라는 식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 때문에 업무 외적으로도, 유관부서와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업무 특성상 뭐가 잘 안되었을 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직무 특성상 더욱 그렇다. 싫은 소리를 안 하면 되는 아주 근본적인 해결책도 있겠지만, 데이터 분석가로서 존재가치가 상실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그렇다면, 꼬인 사고는 무얼 말하는 걸까. 



잘될 수 있는 90%의 상황과 결과물보다는 혹시라도 잘 못될 수 있는 10%를 고려하고 예상해야 해서 그렇다. 찬물 끼얹는 언사를 어쩔 수 없이 종종 하게 되는데, 90%가 가져오는 득(得)보다 10%이 가져오는 실(失)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나쁜 부분을 일부러 찾아서라도 보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실이 0%가 되는 상황만 고집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편이다. 

 꼭 부정적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기도 한 것이, 예를 들어 서비스 첫 화면에서 (앱 기준) 이유 없이 그냥 이탈하는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스플래쉬(Splash: 앱 구동 시 첫 로딩 화면) 화면이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혹은 앱 켜자마자 회원가입이 강제 시 되어서 등 여러 가지 (사실 로그로 알기 어려운)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 비중이 적다면, 그들까지 모두 포용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앱의 변형을 기획하기에는 역(易)으로 득 보다 실이 많아지는 상황이 된다. 그들이 회원가입을 겪지 않고, 기본적인 서비스의 형태를 경험시켜줘 보기 위해서 회원가입을 필수조건으로 두지 않고, 뒷 단에 배치시킴으로 사용자의 정보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화면에서 보여줄 구좌들에 모두 공란으로 표기되거나 구좌만 존재하고 마땅히 보여줄 정보가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정책부터 다시 세워야 하고, 나아가 UI가 전체적으로 바뀌어야 할 수도 있게 된다. 어차피 첫 화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로그인이 강제 시 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서비스를 경험해보지도 않고 나갈 정도의 흥미를 가진 사용자라면, 그리고 그 비중이 적다면 우선순위를 조금 미뤄도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일 테니.






꼬여있다라기 보다는, 사실 비판적인 사고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겠다. 아마도 무척이나 어렵겠지만 비판적으로 서비스를 제삼자의 관점에서 (분석가도 개발에 참여를 하게 되니, 그도 고슴도치의 어미가 아니겠는가) 서비스의 흥망성쇠를 예측하고, 소탐대실하지 않으며 온화한 메시지 딜리버리로 개선을 꾀하며 실험적인 태도로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예견이 가능한 슈퍼맨이 되어야 할 것 같다.


 

 




https://medium.com/@tayyabsiddiqui0990/critical-thinking-the-art-of-thinking-95741f5632f5




비판적 사고에 대한 참고문헌

Critical Thinking (Published Jul 21, 2018)

https://plato.stanford.edu/entries/critical-thinking/

작가의 이전글 평균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