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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알프스 야리가타케(3)

북알프스의 첫인상...

by 슈퍼베어
홀로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서
시간, 비용만 넉넉하다면 낭만적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부족한 백패커는 목적해놓은 곳을 향해 무작정 걷고 또 걷는 것뿐! 달리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늦은 시간의 가미코치...

마츠모토역에서 잃어버린 스틱을 찾겠다고 물어물어 유실물 센터로 찾아갔었다. 그곳의 너무나도 친절한 직원분들은 처음엔 영어로 대화가 가능할 줄 알았다. 어쭙잖은 나의 영어에 답답하셨는지, 이내 나를 위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찾아 전화 통화를 시켜주었다.

연결된 직원 또한 일본분 이셨지만, 다행히 한국어에 능통하신 분이셨다. 일본에서 유실물에 대한 대처 및 다시 찾는 방법을 설명해주신다.

내가 일본의 문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될 무렵까지의 시간에 나의 스틱은 이미 나가노역의 유실물 센터에 입고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벌써 한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다.'


일단 확인은 되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웬만해선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 사람들이니 당연한 것인가?

아무튼 유실물은 찾는 첫 번째 방법은 내가 직접 나가노 유실물 센터로 가능 방법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본의 지인이 있으면 택배를 이용한 착불 발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둘 다 아니었다. 일단 나중을 위해 유실물 번호만 받아 적고 여러 번 머리 숙여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황급히 역을 빠져나와 신시마시마역으로 이동하였다.


가미코치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이 지체가 되지 않았다면, 여유롭게 가스도 구입할 수 있었고 행동식도 어느 정도 구비 가능한 시간이었다.

가미코치의 첫 이정표 앞에서 섰다. 어둠이 내리는 그곳에서 나는 황급히 걸음을 시작했다.

이제야 일본 북알프스의 첫 트레킹 시작이었다.

가미코치앞 안내도

시간은 이미 오후 6시를 훌쩍 넘긴 시간, 첫 이정표가 나왔다. 야리가타케로 가는 첫 이정표인 셈이다. 갓바바시 방향으로 길을 잡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이미 마음은 급해져 있었다. 주변이 밝아 있는 동안 최대한 멀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첫날 계획은 도쿠사와 캠핑장까지 도착해서 숙영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는 이미 서산을 넘은 상태...

초행의 산길을 어두운 밤에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걸 잘 알기에 가미코치 캠핑장에서 숙영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굳어져 갔다.

첫 이정표...

가미코치 초입의 숲길을 빠져나오면서 펼쳐지는 풍광은 급하게 걷고 있던 나의 발걸음은 멈추게 만들었다. 한쪽으로는 고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차가운 기운의 계곡과 그 넘어 보이는 북알프스 연봉의 모습이 펼쳐졌다.

아무도 없는 계곡길... 계곡 물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와 급한 나에게 잠시 쉬어가라 명령하는듯한 고함 소리로 들렸다. 아니 그건 고함 소리이었다.

이내 갓바바시에 도착했다. 야리가타케를 다녀온 후기 어느 곳에 나 볼 수 있었던 그 다리...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갓바바시 주변의 불 켜진 상점들이었다. 다행히 아직 묻을 닫지 않은 상점들이 보였다. 가스를 팔 것 같은 문 열린 상점부터 한 군데 들어가 온몸으로 하는 바디랭귀지와 짧디 짧은 영어로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캠핑장에서나 가스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과 함께 "지금 시간이면 캠핑장의 상점도 문이 닫았을 것"이라는 답변뿐이었다. 절망적이었다.

하는 수 없이 빵과 음료 그리고 행동식으로 쓸 수 있는 것을 주섬주섬 챙겨 계산대 위에 올렸다.

그것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갓바바시

갓바바시를 얼마 지나지 않아 가미 코치 캠핑장의 식수대가 보였다. 옆으로 글램핑 텐트들이 보이고 한가롭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분들도 보였다.

가미코치 캠핑장의 식수장

이 부근에 왔을 때 조금은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이곳 계곡 옆에서 숙영을 하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고 들었던 터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

캠핑장 접수처는 이미 문이 닫혀있었다.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물병에 식수를 채웠다. 그리곤 아까 구입해둔 빵 한 개를 입에 밀어 넣었다.


"계획한 곳으로 가자"라고 나에게 계속 설득했다.

여기서 멈추면 내일 일정이 전부 틀어진다. 야리가타케 산장의 30자리밖에 안 되는 숙영지를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의 평지길은 무리해서 걸어야 한다고 나 자신을 계속 설득했다.


일본의 고산지역은 곰도 나온다 들었다. 저 마다 배낭에 베어벨을 달고 있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생각 끝에 결정을 내렸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최대한 해보자 라고...

이렇게 설득된 나 자신도 배낭에서 준비해온 베어벨을 꺼내어 달았다. 걱정은 많이 되었나 보다. 나 자신에게 웃음이 나왔다.


생각과 몸이 따로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헤드랜턴을 꺼내어 머리에 쓰고 다시 걸을 준비를 했다.

가미코치 캠핑장

가미코치 캠핑장을 막 지나면서부터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헤드랜턴을 끄면 바로 앞 내 손바닥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밤이 되니 길옆의 계곡 물소리는 어찌나 크게 들리 던 지...

숲으로 깊게 들어갈수록 이젠 배낭에 메어둔 딸랑딸랑 울리는 베어벨 소리와 등산화가 지면에 맞닿는 소리만 울리는 공간이었다.

그날 밤 걸었던 밤길...

누군가 쫒아오는 듯 한 그날 밤길의 느낌이 되살아 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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