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오코 산장과 대교 앞에서...
우리나라의 산하도 다 돌아보지 못했는데...
외국으로의 트레킹을 떠난 다는 것이 조금은 주제넘은 행동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의 북알프스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은 그냥 기우였다.
용기 내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더욱 컸을 것이다.
풍경사진만 찍는 나에겐 16-35mm의 광각 렌즈 한 개가 전부다. 좋은 풍광을 담아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렇게 결정했다. 지금 이곳에 서있는 난, 나의 그런 결정을 한없이 후회했다.
저 높은 3,000미터급 고봉의 산머리에서 내려오는 햇살을 화각 앞으로 당겨 담아보고 싶은 욕망이 간절했다.
렌즈 화각을 아무리 당겨도 내게 보이는 건 너무 넓은 풍경뿐, 저 고봉의 산머리는 나에게 당겨지질 않았다.
그렇게 산머리부터 밝아져 오는 북알프스의 풍광을 눈으로 담아야 했다. 하기사 지금의 이 느낌을 내 실력으로 어찌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었겠는가?
이 넓은 계곡에 나 혼자 뿐이었다.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 물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게 들리던지...
그렇게 한참이나 풍광 속에 빠져들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청량감 가득한 숲길을 걷다 보니 이내 요오코 캠핑장과 산장이 보였다. 이정표에는 1시간 거리라 했는데, 오르막이 없어서 그랬는지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산장으로 가는 길옆으로 캠핑장이 보인다. 계곡 옆 숲 속에 자리한 캠핑장... 밤새 계곡 물소리가 들렸을지 궁금했다. 북알프스의 고산을 배경으로, 그 하늘은 빼곡한 하늘의 별로 채워진 그런 모습의 밤을 상상해본다.
캠핑장에 숙영을 했던 것 같은 사람들의 분주히 짐을 꾸리는 모습이 보인다. 푸른 잔디 위에서 숙영 했던 도쿠사와 캠핑장과는 다르게 잡풀이 듬성듬성 나있는 맨땅이다. 그러나 다시 이곳 야리기타케 트레킹에 와서 숙영을 한다면 난 이곳 요오코 캠핑장에서 할 것이다.
산장으로 향하던 중 본격적으로 고도를 높여 산행이 시작되는 이곳...
요오코 산장의 분기점에서 안내도를 보고 있는 일본 등산객 두 분을 뵈었다. 어디로 갈지를 상의하시는 듯 한참이나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 안내도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못했다. 이내 방향을 결정하셨는지 길을 잡아가신다.
안내도를 보니 야리가타케, 호다카다케 또는 더욱 외곽으로 펼쳐진 능선 길로 해서 조넨다케나 곧장 야리가타케로 갈 수 있는 것이 보인다. 3,000미터급 고봉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안내도 뒤편 저 멀리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도쿠사와 캠핑장에서의 풍광은 이곳 요오코 대교 앞의 풍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느 북알프스 후기에서나 보던 그 다리와 그 뒤편 북알프스 호다카다케 연봉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리 앞의 일본인들이 이해가 갔다. 그냥 물끄러미 그곳을 응시하며 쳐다보고 있다. 그냥 한없이 말이다.
나는 호다카다케 연봉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은 충동에 자연스레 다리에 올라섰다. 오히려 다리의 줄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아까 일본인들이 자리한 그곳이 이 모두를 전부 관람할 수 있는 자리였던 듯했다. 다시 다리를 건너와 요오코 산장으로 돌아왔다.
요오코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은 이곳에서 먹기로 했다. 북알프스의 고산들은 나의 식탁에 풍미를 더해줄 테니 이곳이 최고의 식당이 아닌가?
그리고 생각했다. 요오코 산장의 저 2층에서 하룻밤을 묵어간다면 석양빛 받은 호다카다케 연봉들의 모습에 취해 맥주 한잔 하며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오코 산장의 화장실부터는 자율적으로 사용료를 투입하는 통이 입구에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식수대는 무료로 급수가 가능했다. 그나마 풍광이 잘 보이는 자리를 잡고 리액터에 물을 받아 불을 붙였다.
오늘 아침은 두둑이 먹어둘 요량이다. 이후부터는 슬슬 고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업힐은 바바다이라 캠핑장부터지만 초반에 자칫 체력이 떨어지면 후반부 일정이 전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출장길에 구입해 둔 간단 조리 식 밥과 출발부터 챙겨간 라면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처음 이 길을 나서면서부터 계획대로 걸었더라면 이곳 요오코 캠핑장에서 숙영을 했을 것이다. 탁 트인 하늘의 별이 저 멀리 호다카다케 연봉들 위로 가득했을 밤을 상상해보니 이곳에 숙영 했던 저들이 너무나도 부럽게 느껴졌다. 내가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바로 이곳에서 숙영을 하겠다고 하는 이유이다.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시간은 am6:46...
7시에는 야리사와 롯지로 출발을 하고자 분주히 움직였다. 야리가타케까지 가는 길의 중간지점까지 오는 동안 혼자라는 외로움보다는 이곳에 천천히 젖어들고픈 트레커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나 사람은 환경에 쉬이 적응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