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뭔가 불편해요”라고만 알려주더라고요.
Q. 안녕하세요 정민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전정민입니다.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고요. 회사 다니면서 지금은 ‘그밈’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Q. 회사를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하고 계시군요? 열정 부자시네요!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계신가요?
이 프로젝트는 IT연합 동아리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에요. 개발하는 믿음직한 팀원들이랑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로 밈을 쉽고 빠르게 찾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봤습니다
제가 사실 평소에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밈을 굉장히 많이 쓰는데요. 대화하면서 쓰고 싶은 밈을 모두 다운로드 받아서 가지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번 검색해서 쓰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제가 아이디어를 한 번 내봤고요. 팀원들이 이 프로젝트 좋은 것 같다고 해서 얼떨결에 제가 PO(프로젝트 오너) 겸 기획자가 되어 ‘그밈’이라는 서비스의 MVP*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 MVP : Minimum Viable Product, 고객이 느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유효한지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 가진 서비스.
Q. 데이터 분석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이드 프로젝트에 필요해서 배우게 되신 건가요?
취준을 하면서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많이 찾아봤는데요. 정량적/정성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한 경험이 있는지를 물어보더라고요. 당시에는 취준생이었으니까 ‘아니 대체 데이터가 뭔데 날 이렇게 힘들게 하나,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한편으로는 좀 야속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때가 막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였는데요. 제가 프로젝트 오너이기도 하고,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프로젝트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GA4 같은 데이터 분석 툴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공부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밈’ 서비스에 GA4를 연결하기 전에 다른 데이터 분석 툴(maze)을 연결해서 사용성 테스트를 간단하게 해봤었는데요.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이런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도 너무 좋겠다. 회사에서도 그렇고, 사이드 프로젝트 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배워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리안에서 공부하면서 GA4까지 연결하고 제대로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보면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었어요.
Q.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보면서 데이터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셨군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UX/UI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조금 비슷한데 다른 일을 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려한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다 같이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용자 리서치도 하고, 사용자들의 페르소나를 설정해서 기획을 하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야 사용자들을 이 서비스로 더 끌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데이터 관련 역량도 꽤 많이 필요해 보이더라고요.
이건 사실 평균적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요구되는 스킬이나 역량인데요. 채용공고를 보다 보면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그래픽, UI 디자인 역량을 더 많이 요구하는 회사들도 있고 해서, 회사마다 조금씩 역할이 다른 것 같긴 합니다.
Q. 정민님 학과가 산업디자인학과라고 하셨죠. 산업디자인학과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내용을 배우나요?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배우는 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일단 제가 다녔던 학과는 학과인데도 약간 학부처럼 공간 디자인, 제품 디자인, UX 디자인, 메타 디자인 등 세부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조금씩 나뉘었어요.
시각디자인과랑은 다르게 좀 더 기획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내용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왜 이 디자인을 이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식으로 디자인을 하면 사용자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수업 시간에 많이 배웠습니다. 시각적인 디자인 요소에 집중하기보다는 UX적인 요소를 많이 고려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추가로 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도 부전공했었는데요.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소비자 정보 처리 과정 같은 수업으로 데이터 이론을 먼저 접했기 때문에 데이터나 분석하는 것에 ‘찐 디자이너’보다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감사해요! 산업디자인과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는지 그림이 그려지네요. 오늘 인터뷰 오시기 전에 사전 질문에 답변을 해주셨었죠. 사이드 프로젝트하면서 의사결정을 할 때 데이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밈’이라는 프로덕트를 출시하고 나서 사용자 인터뷰를 꽤 많이 했는데요. 인터뷰를 하면 사용자분들은 구체적으로 뭐가 불편하다는 걸 얘길 안 해주시고 그냥 “뭔가 검색이 불편해요” 이렇게만 얘기 해주시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검색 기능이 형편없구나, 망했다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게 되었는데, GA를 달아보니까 데이터가 얘기해주는 건 조금 다르더라고요.
검색 기능의 사용성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검색을 했는데 결과로 나오는 밈이 없어서 쌓이는 불만이 섞여 있던 것이었어요.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보고 난 뒤에 저는 검색 기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서비스 내에 존재하는 밈을 더 잘 찾을 수 있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검색하는 과정에 기능을 고치기보다는 태그 카테고리를 백과사전식으로 개편해서 웹사이트 내에서 원하는 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그 부분을 개선했더니 정말 눈에 띄게 성과가 좋아졌어요. 원래 태그 카테고리 기능이 있기는 했지만, 접근율이 정말 낮았거든요. 그런데 태그 카테고리 기능을 개편한 후 전체 사용자 중에서 태그 카테고리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비율이 거의 30% 정도 올랐더라고요. 사용성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수치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정말 놀라웠어요.
태그를 통해서 밈 검색을 더 수월하게 만들고 나니까 원하는 밈을 찾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더라고요. 이 서비스의 목표가 ‘빠르게 밈을 찾고 공유하게 해주겠다’ 였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원하는 밈을 찾아간 평균 도달 시간을 보니까 평균적으로 30초~1분 정도 걸렸던 것이 이제는 15초 이내로 찾으시더라고요. 원하는 밈을 찾기까지의 시간도 250%가량 단축되었다는 점을 데이터로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재미있었던 지점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개선이 된 이후에 저희가 사용자들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사용자분들도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는 점을 인지는 하시는데 정확하게 뭐가 바뀌었는지, 어디가 더 좋아졌는지 얘기를 못 하시더라고요. 그냥 ‘뭔가 사용하기에 좀 더 편리해진 것 같아요. 고생하셨네요.’라고만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데이터가 없었으면 임팩트 있는 문제를 파악하기 어려웠겠다, 서비스 개선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저도 오랜만에 ‘그밈’ 사이트 들어가 봤는데요. 정확한 검색어가 아니라 태그로 밈을 검색할 수 있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 MBTI 태그 같은 것도 생겼고요! 근데 사실 저도 그 인터뷰 하신 분이랑 비슷하게 “뭔가 개선이 많이 되었는데..!”라고만 생각하면서 봤었거든요. 사용자 인터뷰와 데이터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지표가 많이 좋아졌다니 정말 신기해요.
이제 뭐가 달라졌는지 확실히 이해가 갔어요. 원래는 검색어로 어떻게든 찾아야 나오던 밈들을 ‘당황할 때 쓰는 밈’, ‘미안할 때 쓰는 밈’, ‘통쾌할 때 쓰는 밈’, ‘뿌듯할 때 쓰는 밈’ 이렇게 한 땀 한 땀 분류를 해주셨군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사이드 프로젝트 하고 계신 팀원분들이랑은 아직도 개선작업을 계속 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조금 쉬면서 재정비 기간을 가지고 있어요. 리팩토링도 하고, 밈도 계속 올리고 있고요. 사용자 인터뷰도 꾸준히 하면서 문제 발견도 새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새롭게 추가하는 밈은 무한도전 밈인가요? 아니면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의 밈을 추가하고 계신가요?
이제 MVP는 만들어봤으니까 무한도전 이외의 밈들도 한 번 올려보려고 해요. 아직 구상 중이지만 예능 쪽으로 더 올려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아니면 캐릭터나 손 그림 같은 것도 올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Q. 이건 개인적인 궁금함인데 왜 하필이면 무한도전 밈만 모아놓은 사이트를 만들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제가 평소에 짤을 많이 써서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원래는 이런저런 짤을 다 크롤링해서 제목 달아보고 했는데, 이렇게 다양한 밈을 모아놓으니까, 뭔가 임팩트가 크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여러 가지 밈들이 있으면 사람들이 기대하게 되잖아요. 사용자들이 분명히 “이 짤은 왜 여기 없어요?”라고 얘기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저희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거고, 아주 작은 단위의 MVP를 만들려면 하나의 완벽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범위를 좁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왜 무한도전이었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밈이 잘 사용되기 위해서는 상황적인 표현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연히 공유 가능한 형태로 가공이 되어있어야 하기도 하고요. 이런 밈이 대체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니까 박명수님의 밈 같은 게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저런 밈들을 다 넣어보다가 결국에는 나머지는 다 지우고 무한도전 밈에만 집중한 서비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그밈’ 서비스의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요?
저희 서비스의 핵심 지표는 사용자 수와 밈 공유하기 버튼 클릭인데요. 일단 사용자 수가 많아지는 걸 팀원들과 함께 보고 싶었고, 사용자 수가 늘어나야 데이터도 볼 수 있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공유하기 버튼 클릭은 밈이라는 서비스 특성상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거라서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Q. 앞에서 얘기해주신 태그 개선 이외에 다른 기능 개선 프로젝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또 있으신가요?
아, 저희 서비스 헤더를 많이 고쳤는데요. 처음에는 공유된 밈을 통해서 신규 유입 사용자가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해서 공유하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신규 사용자가 들어온 이후의 플로우를 생각하지 않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밈을 통해서 밈 상세 페이지에 접속했는데 정작 이 서비스 메인으로 갈 수 있는 루트가 없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GA4에서 데이터를 봤을 때도 이런 문제가 확인되더라고요. 공유된 밈을 통해 접속한 사용자가 상세 페이지만 보고 나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왜 나가는지 고민해봤는데 이게 그 원인이었어요. 이것도 사실 사용자 분이 “이거 뒤로가기가 안 눌려요”라고 직접 제보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데이터랑 사용자 인터뷰를 종합해서 문제를 파악했고요. 히스토리 여부에 따라서 뒤로 가기가 나올 수 있게끔, 메인 페이지도 둘러볼 수 있게끔 진입점을 수정했어요.
현실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사용자를 매일 만나서 어떤 게 불편한지 얘기를 나눠볼 수 없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GA4에서 직접 데이터로 확인해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Q. 사용자 인터뷰도 꾸준히 해오고 계신 것 같은데 사용자분들과 인터뷰는 주로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인터뷰할 사용자를 찾기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처음에 이 프로젝트 출시하고 난 후에 친구들에게 한번 써보라고 얘기를 해봤는데요. 친구들이 항상 “주변에 무한도전 좋아하는 친구 있는 데 그 친구한데 공유할게!”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직접 서비스를 사용해 본 친구의 친구들을 섭외해서 인터뷰했었고요.
또 동아리 내에서도 무한도전, 밈 광팬들이 한두 명씩은 있었는데요. 그런 분들은 저희가 컨택하지 않아도 “이런 거 왜 안 해주세요”라고 먼저 건의 하시는 경우도 있어서 그런 분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렇게 많이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Q. 초기 스타트업 프로덕트를 소개하는 디스콰이엇이라는 사이트에도 ‘그밈’이라는 프로젝트를 업로드 해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한 번 들어갔다가 익숙한 로고가 있어서 눌러봤었는데요. 반응이 어땠나요?
생각보다 굉장히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주간 트렌드 1위를 하기도 했고요. 이런저런 제안이 오기도 했습니다.
Q. GA4 데이터 분석 캠프를 듣고 사이드 프로젝트에 정말 잘 활용하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저희 캠프 들어보고 직접 활용까지 해본 입장에서, GA4 데이터 분석 캠프 어떤 분들이 들어보면 좋을까요?
제가 사실 캠프 들으면서 생각해 본 캠프 타겟군이 있었어요. 일단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내 경력 물 경력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이 들어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이직하려면 뭔가 성과도 있고, 내세울 만한 이력이 있어야 연봉도 높일 수 있을 텐데, 저처럼 이렇게 사이드 프로젝트 해보면서 성과를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정민님처럼 MVP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을 찾고, 문제를 정의하고, 액션 아이템까지 도출해 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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