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으로 말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반박되기 쉬워요.
Q. 안녕하세요 승승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3년 차 서비스 기획자 승승입니다. 저는 모빌리티 스타트업에서 셔틀버스 좌석을 공유하는 서비스 기획을 하고 있어요.
Q. 셔틀버스 좌석 공유 서비스라니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에요. 서비스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학원 차들은 지정된 노선을 지나다니잖아요. 만약, 특정 경로로 지나가는 차량에 남는 좌석이 있다면 그 좌석을 예약해서 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인데요.
처음에는 학원들의 차량 운행, 탑승 기록 등을 관리해 주는 서비스로 시작했어요. 학원들 대상으로 노선을 개설해 주기도 하고요. 학부모, 학생들이 사용하는 앱이 있는데 이 앱으로 셔틀버스 승차권을 구매할 수도 있고, 학생이 셔틀버스에 탔는지, 안 탔는지 학부모들이 볼 수도 있어요.
운영하다 보니까 남는 좌석에 대한 수요도 있을 것 같아서 빈 좌석을 공유하는 것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어요. 보통 학원들이 비슷한 지역에 몰려있나 보니까 빈자리가 있고, 노선만 맞으면 A 학원 버스를 B 학원 다니는 친구가 타고 가도 되거든요.
Q. 저도 고등학교 때 셔틀버스를 타고 등하교했었는데요. 셔틀버스 운영하시는 걸 보니까 매달 누가 탈지, 안 탈지 체크하는 것도 일이더라고요. 학생이 이사한다거나 새롭게 전학을 온다거나 해서 노선을 매번 바꾸는 것도 일이고요. 이런 불편을 해소하여 주는 서비스가 있다니 놀라워요.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서비스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는 게 가장 어려운 지점인 것 같아요. 학원, 셔틀버스 기사, 학부모, 학생의 이해관계가 모두 얽혀있는 비즈니스다 보니,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버스에 잘 탔는지, 안 탔는지를 확인하려면 기사님들이 확인을 해주셔야 하는데요. 기사님께서 “나는 탑승 확인을 안 하겠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탑승 확인이 안 되니까 불편하잖아요. 그럴 때는 저희가 기사님을 설득해야 하기도 하고요.
또 노선을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학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다 보니까 집 앞까지 와서 안전하게 아이를 태우고 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기사님들 입장에서는 골목이나 아파트 단지 안까지 들어가서 태우고 다시 나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선도 복잡해져서 꺼리시거든요. 그래서 노선 짜는 것도 굉장히 예민한 문제예요. 조율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그만큼 중요합니다.
Q. 미성년자, 학생,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서 문제상황을 해결할 때 다른 서비스들보다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겠네요. 셔틀 노선을 결정할 때도 고객들의 입장이 다르다는 게 재밌어요. 혹시 오프라인 비즈니스라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네, 오프라인 비즈니스라서 어려운 점도 있죠. 셔틀버스는 학생들의 승하차를 도와주는 동승 매니저분들이 함께 타서 학생들을 케어해주시는데요. 매니저님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못 나오겠다고 하실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대체 인력을 빨리 구해서 배치를 해드려야 해요.
Q. 서비스를 사용해 볼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 있나요?
지역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서울, 부산, 제주 다양한 지역에서 저희 서비스를 쓰고 계세요.
Q. 승승님은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 서비스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주로 지금까지 개발된 앱을 고도화하거나 어드민 부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기존에 하던 B2B 차량 운영 대행 서비스 이외에도 B2C로 빈 좌석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요. 이번에 새로 오픈한 좌석 공유 서비스용 서비스에 개발 쪽 레거시가 얽혀있어서 이 서비스 관련해서 새롭게 기획하고 개선하는 업무도 추가로 맡고 있습니다.
Q. 데이터 분석은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관리자분들이 엑셀로 정리해서 갖고 계신 서비스와 관련한 데이터가 있긴 한데요. 앱에서 어디가 클릭률이 높은지, 어디서 이탈을 많이 하는지 등 사용자 행동을 분석할 만한 데이터를 쌓고 있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뭔가 개선을 해보고 싶은 게 있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가 없으니까, 근거가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저희 회사는 작은 회사라서 결국에는 의사 결정권이 있는 대표님을 설득해야 하는데요. 실무자들이 아무리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해도 대표님을 설득하기엔 ‘그럴 것 같다’는 말로는 부족하더라고요.
이건 저만 답답하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은 게, 다른 회사 기획자분들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항상 화두는 데이터였어요. 다른 회사 기획자분의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이분은 데이터를 직접 뽑아서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데이터를 근거로 이야기하니까 기획에 설득력이 더해져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분 말에 따르면 ‘의견이 잘 먹혀서’ 너무 재밌대요.
기획자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구체적인 수치, 데이터가 없으면 반박되기가 너무 쉽잖아요. 그런데 데이터를 근거로 아이디어를 내면 확실히 그런 게 많이 없고, 또 데이터 없이 ‘이렇게 되겠지’라고, 생각해서 기획하는 것보다 데이터를 열심히 뜯어보고 가설을 세워서 기획하는 게 실제로 효과가 더 좋은 경우가 훨씬 많대요.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까 데이터가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얘기를 듣고 나니까 기획을 더 잘하려면 데이터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데이터 분석을 배우고 나서 변화가 좀 있었나요?
앞서 사용자 행동 데이터 분석을 할 만한 데이터를 쌓고 있지는 못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UA(Universal Analytics)가 설치되어 있긴 했거든요. 근데 이것도 잘 활용하진 못하고 그냥 설치되어 있으니까 DAU, MAU 같은 걸 보는 정도였어요. GTM 같은 게 설치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이벤트를 따로 커스텀해서 보거나 할 수 없었고 정말 UA가 설치만 되어있는 정도였는데요. 이번에 GA4 데이터 분석 캠프를 듣고 나서 새로 기획하는 서비스에 GA4, GTM을 설치해서 사용자 데이터를 좀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세팅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누가 “GA 사용하면 그래서 뭐가 좋은데요? 잘 활용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볼 때 우물쭈물하고 대답을 못 했는데요. 캠프에서 GA를 어떻게 설치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알고 나니까 “잘 쓸 수 있어요! GA 설치하면 이런 것들을 할 수 있고, GTM 사용하면 개발자분들께 최대한 손 덜 가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얘기할 수가 있더라고요.
물론 GA4 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실무에 적용하기까지 어려운 점들이 없지는 않을 것 같아요. 티스토리에 연결해서 GA4를 실습하는 거랑 실제 앱 서비스에 GA4를 연결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그래도 자신감은 많이 생겼습니다.
Q. 사전 인터뷰에서 승승님은 SQL보다 GA를 먼저 배워보고 싶다고 하셨었는데요. 데이터 분석 캠프 신청해 주실 때는 SQL 캠프를 먼저 신청해 주셨어요. 왜 SQL부터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지금 회사에서는 제가 SQL로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서 SQL보다는 구글 애널리틱스(GA4)를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기획자 채용공고 중에 SQL 활용 가능자를 찾는 공고가 많기도 하고, 다른 회사 다니는 기획자분들께 여쭤보니까 다른 회사에서는 데이터를 보려면 꼭 SQL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GA4는 사실 한 번만 세팅해 두면 쌓여있는 데이터를 찾아서 확인하고, 볼 줄 아는 정도만 되어도 데이터를 보는 데에 큰 문제는 없어서 SQL을 먼저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SQL 데이터 분석 캠프 먼저 들어보고 그다음에 GA4 데이터 분석 캠프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아직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은 못 받아서 SQL 캠프보다는 GA4 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먼저 활용해 볼 수 있었어요.
Q. 기획자 중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직무를 변경하시는 분들 또는 겸하시는 분들을 많이 본 것 같은데요. 기획자, PM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프로덕트 오너(PO)와는 또 무엇이 다른지도 궁금해요.
기획자, PM, PO는 혼용해서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회사마다 각 포지션에 원하는 업무가 조금씩 달라서 채용공고를 잘 보는 게 중요해요. 자격 요건에는 PM이 해야 하는 일들이 쓰여있는데 기획자를 찾는 채용공고인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제가 아는 선에서 세 직무를 구분을 해보면, 제가 아는 PM 분들은 서비스 상세 기획이나 스토리보드 같은 화면 그리는 업무는 전혀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정말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잘 완수할 수 있도록 개발자들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이슈가 생겼을 때 정책적으로 결정이 필요한 부분에서 결정하는 일을 합니다.
서비스 기획자는 예를 들어서 앱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 앱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수집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엣지 케이스들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세부적인 정책, 플로우를 만들어서 전달합니다. 프로젝트 관리보다는 상세 기획을 주로 하는 거죠. 물론 PM이 없는 경우에는 기획자가 PM 역할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마지막으로 PO는 작은 CEO, 미니 CEO라고 불리는데요. PM은 프로젝트를 매니징해서 그 안에 잘 끝내게끔 돕는 역할이라면, PO는 데이터를 보면서 좀 더 큰 범위에서 프로젝트의 목표(KPI, OKR)가 무엇인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찾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자, PM, PO 세 가지 직무 중에 데이터 역량이 가장 필요하고 강조되는 건 PO인 것 같습니다.
Q. 기획자 커리어에서 GA4, SQL 활용 능력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데이터 분석 능력, 툴 활용 능력을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기획할 때 근거를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 될 수 있고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한데 데이터 분석가나 데이터 분석팀이 없는 회사들도 있거든요. 이런 경우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를 기획자가 하기도 하는데요. 데이터를 심는 것까지도 기획팀에서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데이터 관련 지식이 꼭 필요할 거예요.
또 일하면서 간단한 통계 데이터 같은 것들까지 매번 개발자에게 요청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기획자에게도 SQL 쿼리를 직접 짜고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서 보는 능력이 중요하더라고요. 기획자 채용공고에서도 SQL 활용 능력을 많이 요구하고 있고요.
그리고 기획자분들 중에 프로덕트 매니저(PM) 업무를 겸하거나 PM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PM의 경우에는 서비스 개선 요청이 왔을 때,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해야 하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으면 좋아요. DB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작업 규모가 너무 크고 어려울 것 같은 경우에는 아예 PM 선에서 안 된다고 잘라서 얘기할 수도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건 지금 할 수 없습니다. 백로그로 둬야 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으려면 DB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해요.
Q. 승승님은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꾸려나가고 싶으세요?
저는 앞으로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역량을 좀 더 키워보고 싶어요. 다른 회사 PM 분들처럼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데이터를 보고 근거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PM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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