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는 너
작년 이맘때였다.
눈이 펑펑오던 날.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낙굴
(TMI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거리던 시절에 만난 우리들' 이라서 낙굴이다.)
잠시 나의 상황을 이야기해보자면 2023년 6월에 둘째 대박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터울이 있는 남매맘이 되면서 내년에 첫째가 학교를 입학하는 바람에 에라 모르겠다. 복직을 미루자. 하고 쭈욱 육아휴직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물론 나의 힐링도 함께 하면 좋을 것을 찾았다. 버킷리스트로 담아둔 제주한달살이가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이, 곧 있으면 학교에 들어가는 예비초등생을 데리고 나 혼자 제주한달살이를 가는 것은 무리였다. 남편은 회사 본사발령으로 휴직... 은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에 2n 년차 고등학교 친구 낙굴(낙엽만 굴러가도 즐거운 시기에 만난 우리 라는 뜻)의 연말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다.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마음속으로 담아왔던 이야기를 툭 던졌다.
"나 제주 한달 살이 가고 싶어. 나랑 같이 갈 사람?"
(두리번두리번)
"유라야. 같이 갈래?"
(유라는 나보다 2달 빨리 출산해서 딸 서아를 키우고 있는 엄마다.) 임신, 출산을 하면서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영양사를 관두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다.
유라도 썩 나쁘지 않은 눈치였다. 하지만 문제는 남편들과의 상의 같이 갈 수 있는 날짜 정하기, 가장 큰 문제 돈이 있었다. 나는 육아휴직, 유라는 전업주부인 상태였으니까. 남편들의 지원이 없다면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 슬쩍!
"애들 데리고 제주 한달살이 다녀오는 거 어떻게 생각해?" 라고 남편이게 물었다. 내 남편은 흔쾌히 "그래 다녀와"했다. 남편은 육아 휴직동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는 주의기에 했던거 같다. 둘 다 남편들에게 얘기해보자 하고 상의하진 않았는데 유라도 가고 싶었는지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를 했고 유라 남편 역시 크게 반발(?) 없이 다녀오라고 했다 한다. 각자 남편들에게 동의만 얻고 진척 없는 제주 한달살이의 기운만이 감돌고 있었다.
2023년 12월 마지막날 밥이 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제주도 진짜 한달살이 가볼래?"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낙굴애들도 부르자, 가족들도 오면 좋겠다. 날짜는 언제 하는 게 좋을까? 차는 어떻게 하지? 등등으로 질문 폭탄방이 되다가 대략 날짜만 픽스해 놓은 상태로 대화가 마무리 됐다. 날짜는 6월 중순 부터 7월 중순까지 했다. 6월 초생인 호진이의 돌잔치 이후, 유라 남편의 생일도 6월에 있어 생일은 보내고 가자 하는 각자의 의견을 반영하여 날짜를 정했다. 날짜가 정해지니 숙소를 알아보기 수월했다.나는 에어비엔비, 제주도 한달살이 네*버 카페를 찾아서 가입하고 각종 한달살이 숙소를 서치 하기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한달살이 숙소까지 서치하며 제주 한달살이 숙소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었다. 유라도 나름 여기 저기 찾아보고 했던 거 같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본격적으로 둘의 숙소 서치가 시작되었다. 2월 초에 시작된 대화에서 비행기표, 숙소, 탁송, 대략적인 필요경비까지 대화가 오갔다. 본격 대화가 오간 지 3일 만에 숙소, 비행기까지 예약을 다해버리는 추진력 좋은 우리 두 엄마는 아이들과의 제주살이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 혼자였으면 못했을 제주 한달살이. 유라 와 함께라면 모든 가능할 것 같았다.
무사히 다녀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제주한달살이.
제주에 한달간 표류 되어 생존, 추억을 위한 고군분투가 가득했다고 생각이 든다. 이왕 왔으니까 한달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누렸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