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수영장에서 살아남기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서는 순간, 어딘가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새가 들어왔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뜻밖에도 70대 할머니의 휴대폰 벨소리였다. 순간 당황스러움과 함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탈의실의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벨소리가 울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한 분이 웃으며 분위기가 참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벨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더니, “어머, 너의 벨소리였어? 너 벨소리 그걸로 해놓으니까 사람도 달라 보인다, 야.”라고 덧붙였다.
‘벨소리 하나로 사람이 달라 보이다니, 그게 가능할까?’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기본 벨소리를 그대로 사용하신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새소리라는 독특한 벨소리를 설정해 두셨고, 그것이 그녀를 조금 더 특별하고 개성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 아닐까.
어쩌면 단순한 기술적인 차이가 아니라, 변화에 대한 열린 마음이 그녀를 다르게 보이게 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렵다고 느끼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벨소리를 바꾼다는 것은 작은 변화지만, 그 변화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나 역시도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멋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 단순한 벨소리 하나가 사람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면, 나는 어떤 소리를 선택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보이게 하고 싶은 걸까?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벨소리 하나조차 신중하게 골라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 삶의 작은 요소들이 나를 만드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소리로 나를 표현하고 싶은 걸까. 수영장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될 줄이야. 역시, 배움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