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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수영인의 고민_생선생

여성 전용 수영장에서 살아남기

by 다씽


생리는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이번에는 제발 금요일 수영을 마치고 시작되길 바랐다. 그래야 대체공휴일까지 4일간 쉴 수 있으니까. 생리 초반의 많은 양을 피해 다시 물속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계획만큼은 완벽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금요일 수영을 가지 못했다.


수영을 배우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생리 주기가 수영 일정과 겹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엉킨다. 오늘 강습을 쉬어야 하나? 억지로라도 가야 하나? 혹시라도 물속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생리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수영장에서만큼은 그 자연스러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괜히 민망하고 신경이 곤두선다.


그래서 한때 "여성들은 수영장 이용료를 조금 덜 내야 한다"는 논란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수영을 하고 싶은데, 몸이 허락하지 않는 날이 존재한다는 건 억울한 일이다. 예전에는 그냥 쉬었지만, 요즘은 체내용 생리대도 있고, 생리컵도 있으니 방법이 다양해졌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과연 완벽하게 막아줄까? 양이 많은 날에는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괜히 배를 감싸 쥐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게다가 나는 예전에 체내형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약간의 구토 증상과 어지럼증을 겪은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 때문인지 체내용 생리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단순히 생리대를 바꾸는 문제라기보다, 내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기억이 남아 있어서인지, 수영을 할 때 체내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선뜻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자 수영 선수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그들은 수영이 업이니 피임약을 이용해 생리 주기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갑자기 엄청 궁금해졌다.) 하지만 단순히 강습을 듣는 입장에서 굳이 피임약까지 먹으며 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오늘 나는 수영장에 가긴 갔다. 하지만 수영을 하러 간 건 아니었다. 사물함에 두고 온 화장품들과 에어랩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써야 하는데 그냥 두고 올 순 없지. 그렇게 수영을 못 하는 대신, 오랜만에 천천히 걸어가면서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작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예상치 못한 생리 덕분에 갑자기 여유가 생긴 하루. 몸은 근질거렸지만, 이 기회를 이용해 미뤄두었던 집안일을 하기로 했다. 덕분에 집이 깨끗해졌고, 나에게도 오랜만에 한숨 돌릴 시간이 생겼다. 수영을 못 해서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간을 내 몸이 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영과 생리는 늘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오늘은 생리 덕분에 작은 휴식을 얻었고, 그걸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성으로서 겪는 이 고민이 언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공감하며,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적응해 나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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