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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수영??

여성 수영장에서 살아남기

by 다씽


수영을 배운 지 11년 차

2014년에 처음 20대 후반에 시작한 수영 배우기가 30대 후반에 교정반이 된 나다.


실제 수영을 다녔던 기간은 1년 남짓. 미혼 일 때 시작한 수영이 기혼, 아니 엄마가 되어서 다시 시작한 수영이다 보니 마음속엔 언제나 수영이 자리하고 있었음에도 자세, 수영의 속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수영을 1도 못하는 사람에 비해서 물놀이 가서 수영을 합니다(?)라는 정도는 하고 있다. 교정반으로 옮긴 지 이제 2개월 차다 보니 교정반 꼬리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교정반의 머리를 보며 자세를 고치고 그분의 수영실력에 감탄을 한다.


수영일지를 쓰고 있는 게 그곳에 적힌 목표가 이러하다.

- 수영 자세 예쁘게

- 교정반 막내 탈출하기!

- 강사님 지시 사항 '완벽' 수행하기!

- 턴, 다이빙 마스터하기!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 하나 '완벽'. 완벽하게 한다는 건 어떤 걸까? 구두로 전해지는 코칭이 과연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이 정확히 뭘까? 하는 마음에 네이버 사전을 검색했는데 에? '흠(欠)이 없는 구슬’???? 갑자기 구슬이 왜 나와? 했다. 한자어라 그렇단다. 완전한 구슬. 결함(缺陷)이 없이 완전(完全)함을 말한다고 하는데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한 딸아이에게 선물로 사준 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에서도 완벽을 찾아봤다.

으잉? 뭔가 더 쉽게 설명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동일하게 해석해 주는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완벽추구, 완벽주의자는 흠 없는 구슬을 뜻하고 그걸 추구하며 흠 없는 구슬인 사람이 되고픈 것이라는 건데? 하며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완벽 수행 흠잡을 때 없는 구슬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계속 깎고 다듬고 하면서 흠이 없는 구슬이 되어야 하며 깨지지 않는 구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완벽은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강사님의 지시사항을 꾸준히 행해야 하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상기하면서 발차기 하나를 해도, 손을 저으며 물길을 갈라도 어느 손가락이 먼저 들어가는지, 팔을 얼마나 접을지, 손목은 꺾이지 않았는지 많은 신경을 쓰며 수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교정반' 아닌가? 사실 나는 수영선수가 될 것도 아니고 운동으로 시작한 수영이었다. 물놀이 가서 구명조끼 안 입고 조금 멋스럽게 수영장을 영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목적으로 치면 모든 영법을 배우고 할 줄은 아는 나는 목적 달성은 한 셈이지만 모양이 좀 빠지니까(ㅋㅋㅋ) 이왕 운동하는 김에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멋스럽게 수영을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버킷리스트에 완벽.이라는 글자가 부담스러웠었는데 속 뜻을 알고 보니 그저 흠이 없는 구슬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나로 재해석을 해보게 됐다.



단어라는 건 참 재밌다. 수십 년을 한국어를 모국어로 썼고 나름 문해력이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최근 들어 독서, 기록을 하면서 단어의 속 뜻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찾아보는 단어들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내가 기존에 알고 있는 뜻이 분명 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기도 하고 한자어의 경우 오늘의 완벽의 두근 옥 '벽' 자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은 글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수영이든 글쓰기든 뭐든 파고들고 열심히 하면 완벽에 가까워지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흠이 없는 옥을 찾는 것부터 그것을 흠이 없게 다듬는 것까지 완벽은 수많은 변수와 노력이 만들어 내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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