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데이
수영은 배우면 배울 수록 욕심이 늘어간다. 뭐든 배우면 배울수록 안그렇겠냐 만은.
지금은 교정반에서 수영을 하고 있고 초, 중, 상급반과 크게 다른 점은 수심이 깊어졌다는 것과 스타트를 배운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초, 중, 상급반이 있고 교정반, 연수반 이렇게 나뉜다.
초, 중, 상급반은 영법을 익히는 반으로 운영이 되고 교정반은 말그대로 자세교정, 연수반은 고수의 영역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초, 중, 상급반은 어린이풀에서 영법을 배웠다.
과거에 평형까지 영법을 배웠던 터라 얕은 수영장에서 기초 영법 자, 배, 평, 접영을 모두 익히고 월반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얕은 풀에서 수영을 하던 내가 매번 기둥을 가운데 두고 보이는 건너편의 깊은 풀을 3개월 간 동경했다.
(과거에 다녔던 수영장은 초급반이어도 성인풀에서 강습했는데.. 이곳은 조금 특이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수영을 하고 나면 쉬는 시간이 생기는데 그때 마다 깊은 풀의 수영하시는 분들의 자세를 보거나 했다.
그러면서 제일 부러웠던건 다이빙!
멋지게 손끝부터 입수되면서 쫙 뻗은 다리가 따라서 쏙! 하고 들어가는 모습.
제주도 한달살이를 준비하면서 인스타그램 릴스에 그렇게 제주도 바다 영상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멋지게 점프해서 다이빙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영상에 노출이 많이 되었다. 다이빙은 그저 동경의 대상이라기 보다 나도 가능하겠는데? 나도 하면 잘하겠는데?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던 내게 드디어 다이빙의 기회가 찾아왔다. 교정반으로 월반을 하게 된 것이다!
'아싸! 이제 깊은 물에서 수영한다! 그리고 다이빙도 배운다!' 하며 좋아했던 것도 잠시
깊은 물에서의 수영은 속도가 더 안났고, 상급반 머리에서 교정반 꼬리가 되니 괜히 자신감도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수요일. 스타트데이에 다이빙을 하게되었다.
영상으로 봤던 것, 그리고 교정반 선배들의 입수 모습을 보니 쉬워보였다. '발 끝을 스타드대에 잘 걸고, 손을 하늘위로 쭉 뻗고 인사를 하듯 머리를 숙이고 들어갈 곳을 보고 앞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발 끝에 힘들 줘서 밀듯이 나를 물에 던진다!'
이제 내 차례.
"퍽!"
'어? 이게 아닌데?'
저 멀리서 아련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아~프겠다~"
"어푸푸푸푸" 하며 얼굴을 물 밖으로 내밀었다.
수경은 뒤집어 졌고, 가슴부터 배, 허벅지에 이르기 까지 베개 싸움할 때 느껴지는 그 타격감이 느껴졌다. 수분을 머금은 타격감.
나의 첫 다이빙은 대.실.패. 였다.
당연히 처음하는 행동이기에 잘 하리가 만무했지만 굴욕적이었다. 소위 말하는 배치기를 제대로 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다이빙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무섭다기 보단. 아프기 싫었고 굴욕당하기 싫었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 같다.
무서움이라고 말하기엔 굴욕적인 것이 더 싫었던 마음이다.
두번 세번 할 수록 더 나아져야 하는데 입수자세는 할 때마다 달라졌고 주 1회 많이 해봐야 5회 밖에 하지않는 다이빙으로는 실력이 단기간에 향상 될 수 가 없었다.
4개월을 하다보니 조금 자세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다이빙을 할 때면 신경써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턱을 당기고 팔을 최대한 올려서 머리를 감싸는 느낌으로 너무 내리 꽂듯이 들어가면 안되고(그러면 머리를 바닥에 박아서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발 끝은 스타트대를 밀듯이! 하며 다리는 쫙! 힘을 줘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안된다. 감으면 수경이 뒤집어 질 수 있으니까. 이렇게 많은 사항을 머리 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스타드대에 서지만 결과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주말에 스타트만 가르쳐 준다는 것을 봤는데 주말에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가야할 정도로 내가 수영 마스터 해야하는 목적을 아직 찾지 못해서 시도는 안해봤지만 다이빙을 할 때마다 조금은더 나아졌으면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다이빙 전에는 '이번엔 배치기 하지 말아야지. 무섭다. 아프지 않게 들어갔으면 좋겠다. 물안경 뒤집어지지 마라. 다리를 쫙펴야한다. 등' 수가지 생각이 다 들다가 다이빙을 딱 하고 나면 '자세 괜찮았나?' 라는 한가지 생각만 하게된다. 과정은 수가지인데 결과는 하나. 내가 다이빙을 뛰지 않았다면 수가지 생각을 계속 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다이빙을 50회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오늘 처음으로 강사님이 자세 많이 좋아졌다고 해주셨다. 다이빙 하기 전에 많은 생각을 하고 다이빙 후에는 싹 사라지는 생각들의 반복이 나를 점점 나아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수많은 생각이 사라지는 현상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그냥 하자! 해보는 것!' 다이빙은 내 뒤에 대기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안할 수가 없다. (어쩌면 떠밀려서 한 것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행동 한 것이니까) 다이빙을 하고 나니 입수 전 들었던 생각들이 싹 사라지는 매직!을 경험한 것이다. 이것을 평소에 나에게 적용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안?하거나 못?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
브런치에 엄둘애셋 제주한달 보름살이 연재 하겠다 하고 딱 한번 발행했다. 친구와 각자의 2세들을 데리고 한 제주살이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고 한달살이 로망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그냥 딱! 해보려한다.
다이빙 전들었던 많은 생각이 몸을 물에 던지는 순간 사라지듯 나에게는 글쓰기도 다이빙 처럼 해보련다. 글쓰기라는 바다에 풍덩 내 몸을 던져보자.
지금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