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동해살이, 아직은 여행

with 남편들

by 다씽



본격 동해 살이의 시작,

벌써 3번째 장기 여행이다. 제주 한 달, 제주 보름, 그리고 동해 보름.


지난번 제주 보름살이와는 다르게 시작은 남편들도 함께 한다. 유라와 나 둘만 있으면 여유가 한 3스푼 정도 뿌려지고 시작할 텐데 동해살이 가족에겐 그저 남편들은 이방인일 뿐이다. 위에서 말한 3번의 장기여행에서 나와 유라, 그리고 각자의 2세들이 함께 구성돼서 살았다. 나는 이 가족의 구성을 제주가족이라 칭했었는데 3번째 여행이 동해가 되면서 제주가족의 이름을 바꿔야 될 시기가 왔음을 직감했고 아직 작명을 하지 못한 상태다. 누가 지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가족이라는 이름을 붙인 소중한 인연임을 표현하고 싶다.







살아보는 거니까 평소 루틴대로 새벽기상을 했다. 평소처럼 바로 책을 보거나 할 수 없었다.

나름 밤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은폐를 시도한 커튼과 약간의 엄폐를 해주는 창문의 4중 콜라보를 열어젖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멋진 풍경이 기다리는 새벽(이라고 하기엔 여름의 해는 빨리 찾아온다)을 빨리 만나야 했기 때문이지.

하얀 담벼락에 노란 대문이 인상적인 동해의 집






바깥 풍경뿐 아니라 고심하고 고심해서 만들었을 숙소의 인테리어, 가구가 눈에 들어왔다. 벽지를 사용하지 않았네? 옹이가 보이는 목재를 사용해서 우리처럼 장기 숙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쉼을 느끼게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벽의 영향이겠지? 모든 가구가 우드톤으로 마련해 두셨구나 하며 두리번두리번 대는 통에 일찍 일어나서 5권 동시독서 하게 되는 루틴은 bye!

거실은 빈티지 우드로 감각적인 느낌으로, 주방은 화이트에 조명이 매력적인 동해의 집






여기서 질문!


타 지역에서 보름이상 장기살이를 하게 된다면 그려지는 나의 모습은 어떤가요?


눈을 감고 5초 정도만 생각을 해보자.



지역의 멋진 카페에서 그 카페의 시그니처 커피를 마시며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아 독서를 하는 모습?

여행을 가면 관광지만 다니기 급급했던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선사하겠다며 숙소 주변의 골목 구석구석을 거닐어 보는 모습?

숙소 주인 혹은 옆집 분들과 친해져 바비큐 파티를 하며 찐친으로 변화하는 상상?





이번에 세 번째 타지살이를 하며 나도 참 많이 바뀌었구나 싶은 게 매번 할 때마다 내가 성장했구나 함을 느끼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행위의 유무였다. 첫 번째 제주살이는 작년 이맘때였다. 갓 돌잔치를 마친 대박이와 '나는 이제 예비초야!'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딩구를 데리고 떠난 여행. 참 더웠던 기억과 나 대단하네, 이게 되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다. 첫 제주집은 복층이었고 2층에서 지냈던 나는 복층에 기록을 하거나 책을 읽을 넓은 테이블이 없어(라고 핑계를 대본다) 나만의 시간은 갖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들을 재우고 계단을 내려오는 행위가 무적이나 귀찮았고 같이 잠들어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기에 나만을 위한 시간이 많이 확보되지 못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고 두 번째 제주살이 집은 복층은 제외했다. (복층의 삶은 참 어렵고 귀찮은 일이란 걸 체감했습니다.) 그렇게 찾다가 살게 된 집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건 6인용 테이블이었다. 첫 번째 살이에서 실패(?) 했던 다이어리 기록을 열심히 했다. 새벽에서 일어나서 하기도 하고 애들이 잠들고 난 후에 해보기도 하고 기록의 시간은 들쑥날쑥이었다. 당시에는 노트북은 가져가지 않았다. 두 번의 타지살이를 겪으면서 당시의 나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남기고 싶었졌다. 그렇게 정립된 나의 모습은 '나를 제외한 제주가족(아직 가족명을 완성하지 못했기에 그대로 쓴다)이 모두 잠든 새벽(5시 이전에 기상을 목표로 한다)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전날의 생생한 나의 감정을 노트북을 켜고, 따듯한 차를 옆에 둔 채로 점점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맞으며 글을 쓰는 것, 열심히 글에 몰두하고 여행의 기록을 남기고 아! 다 썼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발행을 누를 때 아이들이 하나둘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는 모습' 까지가 내가 갓벽하게 생각한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물론 지금 그것을 누리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어제는... 새벽일정이 있었다.

새로운 환경 때문도 있었지만 독서하는 군인 모임 '독하군'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본격 살이 첫 아침에 운영진 줌미팅이 있었기에 더더욱 루틴 실행을 하지 못한 것. (나 참 열심히 산다 그지?) 열심히 사는 군인들이 모여 어떻게 하면 많은 독서하는 군인들과 재미있게 꾸준하게 독서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삶을 주도하는 군인 성장 커뮤니티라는 슬로건까지 이번에 생겼다. 그저 독서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서 가입했던 독하군에서 운영진의 기회까지 주셨다. 새벽 6시 30분에 모이는 이 열정적인 군인들과 함께 커뮤니티의 미래를 그려간다는 것이 신나고 또 나를 발견하는 일이구나 싶었다.


회의를 하고 있는 중에 딩구가 일어났다. 내가 새벽에 책을 보는 모습을 많이 보였고, 책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 다는 것을 은근히 스며들게 교육했다. (대놓고 책 읽어!라고 이야기 하면 반감을 사니까) 그래서 인가 일어나자마자 책을 잡고 내 옆에 앉는 녀석이 참 기특했던 아침이었다.





출출하다. 아침을 안 먹는 편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밥을 챙겨 먹이고 학교를 보낸다. 아이들 때문 에라도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데 전날 힘들게 운전하고 와서 갈증, 여행의 첫날을 기념하며 신나는 기분에 마신 평소 마시는 양을 넘겼던 맥주 때문인지 '배고프다'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아직 장은 보지 않은 상태. 수회의 타지 살이를 겪으며 생긴 노하우 중 하나는 집에 있는 냉장고의 식재료를 다 가지고 오는 것 바로 냉털이다. 집의 냉장고에 각종 야채류는 무조건 가져오는 편이다. 미리 먹어 없애기도 하지만 끼니는 매일 3번 찾아오고 여행을 출발하기 직전까지도 끼니는 챙겨야 하니 야채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열었더니 정말 세상에서 이렇게 실한 양파는 처음 봐! 하는 소리를 냈던 시아버지가 직접 키우고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해서 보내주신 양파와 이건 가발로 써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하와이 울라춤의 전통의상처럼 허리춤에 둘러 흔들어도 되지 않을까 할 정도의 상추가 나 좀 데려가소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녀석 냉장고에 자리하고 있는 상비군 아니 상비채소 바로 감자.


이 감자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 실한 양파를 세상 많이 보내주신 아버님의 마음을 조금 나누기로 했다. (너무 많이 보내주셔서 빨리 먹지 않으면 무를 것 같았기 때문) 매일 오전에는 수영장에서 만나고, 하원해서는 놀이터에서 만나는 하온맘에게 말이다.

"저 .. 양파 드실래요?"

"좋아요"

"그럼 내일 놀이터에서 만날 때 제가 가지고 올게요"



다음날 만난 하온맘 손엔 감자가 들려있었다.

내가 챙겨 온 양파의 양보다 더 많이....

"어제 부모님 댁 다녀왔는데 감자 농사를 하시거든요. 이거 하온이가 직접 캔 거예요 많이 드세요" 하며 주셨다. 양쪽 부모님의 사랑에 서로의 사랑을 더해서 나눈 양파와 감자의 물물교환 시간을 가졌다.




찜기가 없던 숙소에 감자를 삶아야겠다고 하니 음식에 진심(아니 업이었던 영양사 출신)인 유라가 스레드에서 찜기 없이 포슬포슬 찌는 것처럼 감자를 익히는 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만들어 본 적이 있냐고 했더니 없다고 했다. (응?) 역시 음식에 대한 실험정신이 좋군! 생각하며 "배고프다아아 아~"를 남발하고 있을 때쯤 완성된 포슬포슬한 감자. 와! 진짜 맛있어! 오 역시 영양사라 달라~ 하고 있는데 유라왈 근데 우리 강원도 첫날 아침이 감자네 ㅎㅎㅎㅎ 한다. 오 이건 운명인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작이 좋은데? 라며 어떤 부분에서 시작이 좋은지를 명확하게 모르겠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간직한 채 동해살이를 본격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이 감자. 본인과의 의도와는 다르게 동해로 이사를 왔고 감잣국의 감자들을 제치고 첫 아침상으로 올라온 거네? 양가 부모님의 시간, 노력, 애정을 받고 자라 자식에게 물려준 사랑의 마음이 타인에게도 전달되어 확장되는 인류에 충전의 시간을 거쳐 새로운 시도의 조리법으로 탄생한 동해살이 첫 아침식사.

여러분은 지금 감자인생 성공 스토리를 보고 계십니다.



감자만으로는 부족했던 터라 간단하게 요기 느낌으로 성공한 감자를 먹고 국군복지단 영외마트, 소위말하는 PX로 향했다. 각종 공산품을 할인마트가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물론 현역 군인과 군인가족 입장을 허용하는 자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자주 애용하는 장소이다. 여행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예산인데 이렇게 식재료에서 예산을 절약하면 더 맛있고 더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으니 식재료에서 최대한 비용을 아껴보려 했다. 이 또한 제주살이와는 큰 차이점이다. 물론 제주에도 PX가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살고 있던 숙소와 거리가 있었고 판매물품이 다양하지 않아 한번 방문 후에 다시 가지 않았다. 근데 동해살이에서는 자주 이용할 것 같다. 동해는 본디 해군의 고장 아닌가? 동해의 해역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해군의 제1함대가 주둔해 있는 곳이라 그런가 국군복지마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마트에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남편뿐이었지만 남편은 숙소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기로 해서 혼자 갔다. 전날 치맥을 하면서 필요한 물품을 유라가 폰에 적는 것을 봤기에 유라에게 구매할 목록을 카톡으로 전달받았다.


카트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과 아침으로 적당한 식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카드가 꽉 차고 넘쳤다. 저렴하고 좋은 물건이 많아서 매번 PX에 오면 주체를 못 하고 물건을 담는다. 들고 올 때 힘들 것 뻔히 알면서 말이다. 역시.. 힘들게 물건을 들고 집에 도착.


"헉! 이게 다 뭐야, 아이고 이걸 혼자다? 힘들었겠다 고생했어"

"이게 다 얼만 줄 알아? 00만 원이야"

"진짜? 진짜 싸다!! 너 자주 다녀와ㅋㅋㅋㅋ"


그렇게 마트 장보기 독박 당첨.


군인으로서 받는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되는 국군복지단의 혜택을 유라와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찐 가족이 아니고서 누리기 힘든 일인데 유라와 나는 정말 가족이 됐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동해살이를 준비하면서 6월의 동해를 방문하면 무릉별유천지에서 라벤더 축제를 꼭 즐겨보라는 소식을 접했고 축제 일정을 보니 6월 22일 일요일까지. 무조건 오늘 가야 하는 기간이었다. 남편들도 이때 아니면 라벤더를 언제 보겠냐 하며 출발하기 전에 입장권 예약을 했다. 네이버 예약이 가능했고 성인 6000원, 어린이 3000원, 36개월 미만은 무료였다. 15000원을 결제하고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문구가 뜬 걸 확인하고 "무릉별유천지 주차장에서 보자" 하고 이동했다. 그런데 복병은 날씨였다. 아침부터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차 안 '카톡'이 울린다.

"원지야 우리 갈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오는데?"

"날씨 한번 보자, 한 시간 뒤부터 비안온 다는데 잠깐 카페 가서 쉬자"

"아 맞다! 숙소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가 이 근처였어. 카페로 오면 웰컴드링크 2잔 무료로 주신다고 했어!"

"오! 그래그래 맞다. 그리로 가자"


하고 목적지를 '카페 히든'으로 바꿨다. 한옥카페였다.

카페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두 꼬마 녀석의 낮잠시간이었던 것이다.

차에 타고 오다 보니 낮잠시간과 맞물려 잠이 들어버렸고 30분 밖에 되지 않는 이동시간에 낮잠시간은 한참 부족했다. 중간에 깨우면 더더더더더더 헬 육아가 될 것이 뻔했기에 유라와 나는 "차에서 잠깐 쉴까?"가 됐던 거다.


차에서 쉬며 남편도 딸도 모두 잠이 들었고 나는 여행일기를 소소하게 적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일기를 꾸준히 쓰는 꿀팁은 이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거다. 장소를 이동하는 중, 식당이나 카페에서 주문한 것을 기다리는 시간, 일행이 잠시 화장실을 간 시간 등 몇 시에 뭘 했다는 표시정도만 해두는 거다. 그럼 집에 와서 시간과 장소가 적힐 활자만 보더라도 그 순간 희미하게 뿌옇게 김이 서려있던 창문을 쓰윽 닦아내듯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기록을 마치고 차 창밖을 보니 비가 거세다.. 이 상태로 라벤더를 볼 수 있을까? 후기를 보니 셔틀버스를 타고 또 이동해야 되고 흙밭일 테고.... 등등의 생각이 스치며 '다음에 와야겠다'로 생각이 모여지며 유라와 나는 예매한 입장권을 환불하자는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예매 취소버튼이 있는 화면에 도달했고 오늘 예매를 했으니 당연 100프로 환불이 되겠거니 생각을 하고 예매 취소 버튼을 눌렀다. 순간 유라에게 톡이 왔다. "야, 당일 취소는 환불수수료가 100%야"


엥?????? 아 맞네.. 당일 취소.. 환불금이 0원이잖아... 꼼꼼히 보지 않은 순간의 선택이 15000원을 날린 것이다. 아.. 환불은 신중했어야 하는데 하며 애매한 상황에 놓인 것. 왜냐? 유라는 아직 환불을 안 했으니까...


비가 오니 가지 말자 하는 의견이었으나 환불을 되지 않은 티켓을 가진 유라. 환불을 해버렸으나 환불 취소 금이 0원이라 돈을 날린 나 그렇다고 입장을 하려니 재결제를 해야 되는 상황. 아니면 비가 오니 아예 가지 말자 했던 의견을 실행하면 나와 유라 모두 멍청비용을 사용하게 되는 꼴이 된 것이다. 한 번의 터치로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발생시킨 나.. 유라에게 미안했다. 여행 시작부터 이런 바보 같은 일을 벌이다니...

그러다 아이들이 깨기 시작했다.

"우선 카페 가서 생각하자"

고즈넉하다 라는 말을 연발 했던 비오는 한옥카페

한옥카페에 앉아 곰곰이 생각을 했다. 우선 비가 온다. 일기예보를 보니 한 시간 뒤 비가 그칠 예정이나 또 2시간 뒤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 일기예보를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들.. 알잖아요?ㅋㅋ) 시간이 지나자 일기예보보다 더 빠른 시간에 비가 그쳤다.


"유라야 가자. 너라도 안 날려야지, 나는 가서 사정 얘기해 볼게 안되면 뭐 티켓 또 사야지 뭐"






나는 티켓을 샀을 까 안 샀을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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