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름 한달살이가 제주가을 보름살이로 까지 이어질 수 있던 우
5살 터울 남매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둘째를 낳고 나니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더라고요. 많은 엄마들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꼽는 '제주도 한 달 살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직업상 장기간 휴가를 내기도 어려웠고 멀리 떠나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죠. 제가 군인이거든요. 나라를 지키다 아이들을 더 잘 지키고 싶어서 육아휴직을 선택했고 어떻게 하면 육아휴직을 알차게 보내고 아이들과의 추억을 찐하게 남길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한달살이가 생각이 난 거죠?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더라고요. 우선 둘째가 어리다. 가고 싶다 생각했던 시기에 둘째는 이제 갓 200일을 지난 상태였고, 첫째는 예비초등생인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제주 한달살이는 어려울 것 같은데...?' 하는 망설임 속에서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고었기에 함께 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고요. 고로 나 혼자 이 두 녀석을 데리고 한 달을 소위 말하는 독박육아! 하게 생긴 것이었죠.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말이죠. '아무리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독박육아를 한다 한 들 제주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까? 제주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한창 하던 중에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2n년차 지기인 친구들은 모두 결혼한 유부녀들이었고 아이들의 나이도 비슷해서 대화의 주제가 바뀌긴 했지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곤 했죠. 아무래도 제주 한 달 살이에 대한 로망으로 뇌가 지배당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모임에서도 자연스럽게 '아~ 제주 한달살이 하고 싶다.' 하고 필터 없이 바로 입 밖으로 내뱉어졌어요. 옆에 있던 유라가 '어!? 나도! 너무 가고 싶다.' 하는 겁니다. 당시 모임 중에서 육아휴직이나 전업주부인 사람은 저와 유라뿐이었어요. 거기에 유라는 제 둘째와 2개월 차이가 나는 서아를 키우고 있었고요. 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어요.
'유라야, 우리 제주도 한달살이 해볼래?'
라고 이야기를 했고 시간, 비용, 남편의 허락(?)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했기에 우선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해보자 하고 헤어졌어요.
그렇게 입 밖으로 나왔던 저의 버킷리스트가 휘발되어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을 한 달 뒤쯤.
'카톡'하는 소리가 제 버킷리스트를 이루어 주게 될지 꿈에도 몰랐죠.
'원지야. 그때 말했던 제주 한달살이 말이야? 그거 진짜 해볼래?' 하는 유라의 카톡이 제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이 뛰는 심장 그래해보자 망설이지 말자. 덥석 물었어요.
금요일에 첫 카톡을 시작으로 토요일엔 일정을 픽스하고 비행기 표를 예약했고 일요일, 월요일 이틀 동안은 숙소를 물색했죠. 정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어요. 너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무색하게 한달살이의 준비가 100m 달리기 질주를 하듯 긴박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어요.
보름 살이 기간이 다가올수록 빠뜨린 건 없는지 이제 막 인생 1년 차가 된 두 아이의 짐은 한없이 많아 차에 테트리스도 잘해야 했고, 한 달간 제주도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어디를 갈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준비했던 거 같아요. 유라와 수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렇게 긴장되고 설레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두려움도 컸고요. 하지만 저희는 잘 해냈고 너무 잘 해내서 그해 가을에 또 제주로 향했던 우리 두 사람 그리고 아이들.
많은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마인드 셋을 했기 때문에 한 달 살이, 보름 살이를 잘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중 아이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고요. 적응도 잘해주었고 활동적인 두 엄마를 잘 따라다니며 많은 것을 경험했어요.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경험을 위해서 활동했다고 말하기엔 제가, 그리고 유라가 느낀 경험이 더 큰 거 같아요.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보겠냐. 하는 말을 참 많이 하며 지내요. 매해 여름, 가을이 되면 제주가 많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그만큼 좋았던 그 시절에 제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두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곳에서 찐한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요즘에는 제주 한달살이, 보름살이 하시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하지만 유아동기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는 선뜻 실행에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께 제가 경험한 이 찐한 시간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저처럼 제주살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제 이야기를 통해서 육아휴직 중인 엄마, 아빠들의 버킷리스트를 이루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제주살이를 함께해 준 효린, 호진, 서아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된 유라에게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