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사람보다 꿈이 있는 사람이 더 많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고로 노력하는 사람은 많다.
15년 전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이뤘다. 당시 간절했던 나의 꿈은 군인이 되는 거였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15년 차 군인으로 살고 있다.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절실하게 군인을 꿈꿨다. 대학 입시조차 이렇게 간절하지 않았다. 매일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여군 시험을 준비를 했다. 한 날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향한 도서 대출실에서 운명의 책을 만났다. "꿈꾸는 다락방" 제목과 파란색 띠지에 시선을 사로 잡혀 순식간에 완독 했다. 책을 덮음과 동시에 나는 꿈 리스트를 적고, 여군 모집 포스터에 내 얼굴을 오려 붙인 후 벽에 붙여두었다. 매일 기상과 동시에 정복을 입은 나를 생생하게 떠올리며, 꿈 리스트를 10번씩 소리 내 읽었다. 체력측정 준비를 위해 체대입시 학원을 다녔고 면접을 위해 장교 시험 전문 학원을 등록했다. 특전사 캠프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여군 합격자 발표날. 컴퓨터 모니터에 뜬 나 이름 '안원지' 환호했다. 기뻤다.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그렇게 임관을 하고 부대 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상상했던 군 생활과 다른 현실과 마주했다. 찬란하게 빛날 것 같던 군 생활에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15년 동안 군인으로 살아왔다. 그렇게 나는 군생활 15년 차 고인 물이 되어 썩어가고 있었다. 내가 왜 썩고 있는지 생각했다. 꿈을 이룬 나는 더 이상 간절한 꿈이 없었다. 안정적인 월급과 주거 환경, 다양한 복지에 만족하며 스스로를 발전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썩어가고 있는 내 삶을 정화하고 싶었다. 내 삶 전체를 돌아봤다. 내 삶 전체가 밝았던 때는 간절하게 꿈꾸던 꿈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리던 때였다. 그래서 나는 두 번째 간절한 꿈이라는 필터를 내 삶에 끼워 넣었다.
추천사 쓰는 출간 작가
작년 처음 열린 브런치 팝업스토어에 방문해 인턴 작가를 신청해 손쉽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쉽게 이룬 것이라 금방 글쓰기에 흥미가 사라졌다. 글을 쓰던 힘도 빠지고, 브런치 고시도 2번이나 낙방했던 내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다 군생활을 하며 출간을 이루는 군인 작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군인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군복을 입은 채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독자와 만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독서를 하며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 생각했는데 군생활을 하면서 작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내 안에서 또 다른 간절함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첫 번째 꿈을 꿀 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매일 꿈 리스트를 쓰고, 꿈 리스트를 큰소리로 읽으며, 내가 쓸 책 표지도 이미지화해 책상 앞에 붙여두었다. 계속 바라본다. 그리고 되뇐다.
나는 '26. 7월 추천사를 썼다.
나는 '25. 9월 출간 계약을 했다.
나는 '25. 11. 11.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냈다.
아이들과 공유해야 하는 엄마가 된 지금, 나의 하루는 더 이상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세상이 가장 고요한 시간,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군인', '엄마', 그리고 '출간 작가'라는 단어가 나에게 공존하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쓰고 읽으며 기획서를 만들고 원고를 투고한다.
거절 메일을 받을 때면 마음이 쓰리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출간 작가의 간절함으로 다시 쓰고 또 쓴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간계약 소식, 서점에 즐비한 다른 이른의 신간을 볼 때마다 질투도 하고 왜 내 글은 선택되지 않는가 하며 낙담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썼다.
과거의 나는 남의 글을 읽으며 꿈을 꾸고 이뤘다. 이제는 두 번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만의 글을 남들이 읽기 바라며 써내려 간다.
꾸준하게 그리고 간절히.
26. 7월 추천사를 쓰는 나를 꿈꾸며.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