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내리자마자 현실 직면
한 달 살이 전 제주도를 가는 날이면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 아니 살이는 설렘과 걱정 비율이 3:7 정도다. 사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는 설렘이 더 가득했다.
그놈의 설렘은 언제나 날 덤벙거리게 만든다. 덤벙거리고 난 후에 정신을 바짝 차리는 나다. 아니나 다를까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티켓 발권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 편의성을 생각해 모바일 티켓으로 쉽게 탑승을 하는 요즘 나는 굳이 종이티켓을 발급 받았다. 나름 기록러기에 여행 기록을 스크랩하기 위해서였다. 종이티켓을 위한 발권에 시간을 쏟을 동안 유라는 기다려줬다. 1차 미안한 사건 발생했다. 항공사 직원 분에게 예약 화면을 보여주니 티켓은 2개만 받으면 된다 했다. 키오스크에서 발권된 종이가 2장 나왔고 뒤도 안 돌아보고 출국장으로 향했다. 들어가려는데 티켓을 한 장 더 달라했다. 엥? 무슨 말인가 하니 티켓에 적힌 이름은 내 이름과 호진이 이름이었다. 좌석 예약은 나, 효린이로 했는데 왜 호진이 이름이 있지? 했다. 아뿔싸. 세명이 타는거니까. 당연히 티켓을 3장일텐데 24개월 미만인 호진이의 티켓을 생각하지 못해 직원도 나도 착각 했던 것이다. 공항 직원분께 모바일 티켓으로 들어갈 수 없는지 종이 티켓 발권받은 상태라 모바일 티켓이 비활성 되서 할 수가 없었다. 유라에게 잠시 효린이만 맡기고 호진이를 안고 항공사 수속대로 뛰었다. 2차 유라에게 미안한 일 발생했다. 다행히 키오스크 출력이 된 종이가 바닥에 떨어졌고 직원 분이 습득하셔서 가지고 있었다. 나와 대화를 나눴던 터라 날 알아보시고 바로 안내 잘못해서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티켓을 주셨다. 나도 착각했다며 티켓 챙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3층 출국장으고 뛰었다. 뛰어갔다 오는 날 본 유라가 미안해 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곤 시작부터 액땜했다. 하며 여행 무사히 잘 되려고 한다고 다독여 줬다.
액땜했다고 안도한 나는 탑승 시간이 좀 남았기에 유라와 아이 셋을 데리고 릴스도 찍었다. 무슨 릴스 찍었냐고? 카메라를 바닥에 두고 카메라를 혼자 넘어가면 다음 장면은 제주도였다가 다시 넘어가서 남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다시 화면 전환이 되면 모두가 제주도에 와있는 모습. 한 번쯤은 다 봤을 거다. 엄마 둘이 아이 셋을 데리고 그날을 조금이라도 재밌기 남기려 했다. 그저 신났었다.
하지만... 비행기부터 우리.. 한 달 동안..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유라 머리 위에도 빙빙 어떡하지? 백만 개가 돌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봤냐고?
이륙할 때는 14개월 서아가 울면서 이륙했고, 착륙할 때는 12개월 호진이가 울면서 제주도에 착륙했다. 머리에 빙빙 도는 거 상상... 되시는가? 분명 낮잠을 잘 거라 생각했던 두 녀석은 단 한숨도 자지 않았고 나와 유라는 진땀을 뺐다. 물론 아이들도..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비행기를 탔다.
나 한 달 살이 잘할 수 있을까? 괜히 한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괜히 나 때문에 애들이 고생하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을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비행기는 이륙했고 도착지는 제주도 인 것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의 걱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더 큰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주 조금 직감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느낀 아름다웠던 제주도가 아주 낯선 공간이 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과 동시에 제주에 표류되었다. 수하물 보관소에 있는 탁송 보낸 차키를 찾아야 했다. 수하물 보관소는 제주공항 끝에 위치했다. 꽤 먼거리였다. 난 또 뛰었다.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보채고 효린이는 심심하다고 영상을 보여달라고 징징거린다. 공항에 도착한 릴스는 찍어야겠고 날씨는 덥고 화장실은 가고 싶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런 걸 보고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 부랴부랴 주차된 차를 찾아간 곳에 차에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탁송 기사님이 차를 찾기 쉽게 하려고 엘리베이터 내리자마자 주차 선이 없는 코너에 주차해 두신 게 화근이었다. 내가 주차한 것도 아닌데 주차 스티커가 붙어있던 것이 못마땅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벌금을 내진 않았다. 세상에서 제일 아까운 게 주차 벌금 과속 벌금이지 않은가?
이제 숙소로 출발이다. 공항에서 가지고 있던 짐들과 기존에 실려있던 짐이 합쳐지면서 내 차 안은 여유의 '여'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내 차에 이렇게 많은 짐이 들어가는 걸 처음 알았다. 거기에 사람 5명까지 타고 한 시간을 이동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선 유라는 다리를 쪼그려 조수석에 탔다. 몸을 차에 우겨넣은 느낌으로... 거기에 샤워핸들에 포박된 채로 이동을 하게 됐다. 정말 이게 무슨 짓인가 싶을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타고 있어 운전에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짐이 가득 있어 후방 시야확보가 어려웠다. 그리고 옆에 포박된 유라까지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를 누리기도 전에 나는 긴장과 먼저 마주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비행기에서 낮잠을 자지 않았던 녀석들이 차에서는 아주 꿀잠을 주무셔 주셨다. 아이들이 시기 적절하게 자 줄 때 제일 고맙다. 제주도에 왔다고 드라이브 BGM은 태연의 제주도에 푸른 밤을 깔아줬다. 조심조심 운전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새로 살 집이라고 사진으로만 봤던 곳을 실물로 보니 좋았다. 여기저기 둘러보고 문제(파손, 부족 물품 등)는 없는지 확인했다. 그래서 한 달 살이라고 나름 계약서를 쓰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꼼꼼히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짐을 내려야 한다. 마치 한 달 동안 지낼 물품을 보급받듯이 차에서 하나하나 조심히 내렸다. 기존에 택배고 보내놨던 물품들도 있었기 때문에 유라는 집안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물품을 정리했다. 나는 차에서 하나하나 물품을 옮기기 시작했다. 무겁고 많았다. 그래도 이게 없으면 우리는 수월하게 살기 어려울거야. 아 뭐이렇게 많이 겼지??하며 조심히 짐을 옮겼다.
사실 호진이는 유라이모를 거의 처음 봤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이 있는 곳에서 짐을 옮긴다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엄마가 없다고 우는 걸 보니 또 기특하기도 하면서 내 껌딱지가 되면 피곤한데... 하는 마음이 공존 했다.
유라와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우리 한 달짜리 제주가족에서도 역할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성격이나 직업으로 보나 아빠를 맡아야겠다 했다. 유라는 차분한 성격으로 인스타감성의 사진을 잘 찍는 친구다. 딸 서아도 옷도 이쁘게 입히고 집도 잘 꾸미는 센스가 있다. 출산 전까지 대기업 영양사로 근무했고 아이 먹이는 것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친구다. 그럼 유라의 역할은? 그렇다. 엄마다. 자칭 아빠인 나는 운전, 무거운거 들기, 분리수거 등을 도 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이 쓸 방은 복층 이 층이었다. 계단은 거의 사다리급으로 좁도 가팔랐다. 30리터짜리 캐리어를 들고 오르려다 급 포기했다. 짐을 들고 계단에 한 발짝 내디뎠을 때 제주도 온 첫날에 굴러 떨어져 낙상사고 날 상황이 확 스쳤기 때문이다. 안에 넣어둔 짐을 빼고 가방만 들어 옮겼다. 계단.. 아.. 계단 복층... 내가 왜 이 집을 선택했는가 살짝 후회가 밀려왔다.
식사를 해야 하는데 마트가 거리가 있었다. 나의 센스가 빛을 발휘했다. 첫날 장보기가 어려울 것을 고려 라면, 스팸, 볶음 김치 등 장을 봐서 택배로 보냈었다. 그렇게 첫날의 저녁은 라면으로 확정이 됐다.
제주 하면 바다인데 신작로로 길게 뻗은 길을 달려오니 바다는 아주 멀리 스치듯 보았고 짐에 둘러 쌓인 채 1일 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제주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1일 차였다.
그나저나 다음날 비소식이 있어서...
제발 비야 비야 오지 마~ 빌며 제주도에 표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