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인생 첫 취준을 시작하다
면접날 지각해서 대표님과 함께 면접실로 입장했던 일은
매일 밤마다 이불을 발로 차게 만들었다.
열심히 준비했던 몇주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나름 성실함이 무기라고 생각했던 나에 대한 실망과
중요한 날 더 신중하게 살피지 못했던 불찰에 그 날이 떠오를 때마다 불쑥불쑥 화가났다.
그럼에도 솔직하게 임하고 왔다고 생각해서 미련은 없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일로 몇 일간 잠시 나갔던 정신을 붙들고 다시 내 본분인 취준생 모드에 집중했다.
첫 면접 이후로 50군데는 거뜬히 지원서를 넣은 거 같은데, 연락은 어느곳 하나 좀 처럼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이 때문일까...’
‘늦었다고 생각할땐, 진짜 늦어버린건가...’
‘34살은...진짜 늦지... 다들 부담스럽겠지. 이런 신입은...’
지난 시간에 대한 패배감과 밀려오는 불안감에 저릿해지는 발 끝을 끌어안으며 잠에 드는 시간이 계속됐다.
그리고 어느날 아침, 지치지 않으려 꾸역꾸역 밥을 밀어넣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쥐고 있던 숟가락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합격이다!!!!!!
식탁에서 일어나 주방과 거실을 빙빙 돌며 환호했다.
혹시 잘 못 본게 아닐까 싶어 몇번이고 메일을 다시 들어가 확인했다.
분명 합격, 최종합격이었다.
들뜬 마음을 진정하려 핸드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주저 앉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구나...‘
라는 생각에 이어 순식간에 의심이 꼬리를 물며 밀려왔다.
‘근데, 대체 내가 왜 합격을 한거지?‘
‘지각을 해버렸는데?’
‘내 옆에 어리고 열정 넘치는 지원자들이 많았는데...’
‘혹시 여기 이상한 회사 아니야...?’
‘다른 사람들이 다 안한다고 해서 마지막 차례로 내가 합격 된건가...?’
순식간에 말도 안되는 생각들이 덮쳤다.
‘이 모든게 그냥 운인가? 아니면 진짜 내가 이 역량에 맞아 떨어진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합격의 기쁨은 잠시였고, 의심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그리고 그날 오후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또 다른 회사에서 온 면접 안내 문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