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면접이라고 하면, 드라마 속 장면이 전부였다.
넓은 회의실 한가운데, 기다란 책상.
그 너머에 앉아있는 여러 명의 면접관들.
그리고 그들 앞에 굳은 자세로 긴장한 채 앉아있는 지원자들.
나는 이런 장면을 떠올리며, 잔뜩 긴장을 품고 면접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현실의 면접실은 의외로 아담했다.
가운데 큼직한 테이블을 중심으로 세 명의 지원자들이 둘러앉아 있었고,
그 앞에 대표님이 자리하셨다.
그렇게 나의 첫 면접은 1:4, 대표님 한 분과 지원자 네 명이 마주한 상태로 시작됐다.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예상했던 질문들 위주로 흘러갔고, 나는 준비해 온 답변을 차근차근 내뱉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다른 지원자들이 뿜어내는 열정과 패기였다.
나보다 10살은 족히 어려 보이는 그들은, 목소리부터가 나보다 두 배는 컸다.
자신이 이 일을 얼마나 오래 준비해 왔는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우렁차게 어필했다.
한 명은 “무조건 이 회사에 들어오겠다”며 이미 지방에서 올라와 방까지 구해놨다고 했다.
그 열정 앞에서 나는 어느새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나와 에너지부터 다른 그들의 자신감은 명랑했고 한편으론 부러웠다.
그 반짝이는 활기는, 나에겐 오래전에 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머릿속엔 계속해서 면접에 지각했다는 사실이 맴돌았다.
무슨 말을 하든, 대표님 눈엔 이미 ‘지각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것만 같았다.
자꾸 주눅이 들어 마음이 작아지려 할 때, 한 생각이 번뜩 들어왔다.
'실수했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자.'
이 생각이 꽂히자 작은 불씨가 탁 켜지듯 마음이 다 잡혔다.
'그래. 이미 지난 실수에 매여있지 말고,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자.'
그 순간, 움츠러들어 있던 어깨를 펴고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그리고 공식적인 질문 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던 대표님이 마침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연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마케터가 되기로 생각하신 거죠?
예상 질문에 벗어나지 않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준비한 말들을 잠시 접어두고,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결심했다.
연기를 하는 동안...
'이 일을 계속한다면,
평생 스스로를 미워하면서 살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는데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저는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일.
'사람을 향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배우를 꿈꾸며 연기했던 시간은,
다양한 사람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고 감정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레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마케팅도 결국
'사람을 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강점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와 관심사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꼭 맞는 메시지를 전하는 마케터가 되고자 합니다.
그럴듯한 말로 꾸며내지 않은 솔직한 대답이었다.
말을 마치고 나니 어딘가 후련해졌다.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면접 동안, 처음으로 내 진심을 이야기 한 순간이었다.
내 대답을 들은 대표님은 별다른 반응이 없으셨다.
'그렇군요.'
그녀의 대답은 이게 다였다.
그리고 다시 다음 지원자에게로 질문이 넘어갔고 더 이상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