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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Nov 27. 2019

예지 쿠크츠카

예지 쿠크츠카 


우리 사는 지구에 ‘예지 쿠크츠카’ (1948~1989) 라는 사나이가 있었다. 폴란드 사람이고 불멸의 산(山)사람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열네 개의 봉우리를 짧은 기간 내에 올랐다. 1979년 로체봉에서부터 1987년 시샤팡마까지 단 8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14좌를 오른 사나이였다. 나는 그를 높은 산을 올랐기 때문에 좋아하진 않는다. 더군다나 그 험난한 봉우리들을 빠른 시간 안에 올랐기 때문에 좋아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8천미터 이상(以上)의 산, 14좌중 10개 봉우리를 남이 가지 않은 새 루트로 올랐다. 나머지 4개 봉우리 또한 일기가 불안정한데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혹한의 계절, 겨울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3대 난벽(難壁, 에베레스트 남서벽, 안나푸르나 남벽, 로체 남벽)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 남벽’에 인류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뚫어낸 사람도 그였다. 나는 훗날 내 딸이 태어난다면 ‘예지’라는 이름을 붙여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비록 그렇게 하진 못했지만 나는 예지 쿠크츠카를 좋아한다. 


쿠크츠카는 로체 남벽에 없는 길을 내다 죽었다. 2천미터를 수직으로 추락했다. 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그는 진정 자유로웠을 것이다. 그보다 조금 빨리 14좌를 오른 사내 라인홀트 메스너는 말한다. “정상이란 반드시 산의 꼭대기가 아니다. 하나의 종점이고 모든 선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지점은 적어도 한 세계가 ‘무(無)’로 바뀌는 곳이다. 모든 것이 완결되는 끝이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은 ‘정복이 아니라, 존재를 위한 것’이다.” 

30년 전 오늘 예지 쿠크츠카는 죽었고 지금 내 나이와 같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내어준 적이 없다. 오늘도 나는 세상에 나를 모두 내어주면서 살아 있기나 한 건가 묻는다. 죽은 그가 나에게 묻는다. 너의 주인은 누구인가? 예지 쿠크츠카를 추모한다. 


혼자 가는 사람 (예지 쿠크츠카) 

                                     - 이성부 – 


사람들은 그대가 아깝게 사라졌다고 하나 

내가 가는 산길에서는 

그대가 날마다 새로 태어난다 

가난도 벗어버리면 

햇볕 아래 빛나는 몸뚱어리뿐 아니더냐 

지친 모습 비틀거리며 걸어와서 

내 앞에 내 거들먹거리는 발길 앞에 

다가서는 그대 내 뺨을 때린다 

무엇보다도 그대가 살고 일하고 다다랐던 하늘이 

예사 사람들이 하던 것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사는 사람은 

어째서 그 삶이 외롭게 만들어지는가를 안다 

스스로 만드는 삶이 고단하여 등 돌려도 

그대는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해 가는 법이 없다 

외로움뿐이므로 

몸에 익은 가난뿐이므로 

그 두려움 온몸으로 껴안아 힘을 얻는다 

예지 쿠크츠카 

그대는 한번도 무릎 꿇지 않아 향기롭고 

한번도 비켜 가지 않아 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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