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by 이규선

본격적인 무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초복날, 나는 친구들과 멀리 강원도 철원에서 메기매운탕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초복에는 주로 삼계탕을 먹지만,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 불리는 직탕폭포가 바로 내려다보는 운치 있는 식당에서는 얼큰한 매운탕이 제격이었다.



코로나로 바깥출입이 드문 아내가 얼마 전에 축 처진 몸을 다스릴 음식을 찾고 있어 눈치 빠른 딸이 그날 저녁 삼계탕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아내는 양이 부족했는지 생닭을 사 오라고 하였고, 나는 외출하면서 대형마트에 들려 쌀, 화장지 등 생필품과 함께 닭 2마리를 사 왔다.



그것을 본 아내가 요즘 TV를 보면 요리에 관심 있는 중년 남자들이 늘고 있다며, 나에게 삼계탕 좀 끓여달라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본인이 하든지, 아니면 얘들 시키면 될 것을 나에게 얘기하는 것이 언짢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며 무심한 척했다.



며칠 전의 일이다.



아내가 외출한 후에 오전 11시까지 00장 소로 픽업을 나와달라고 하였다.



시계를 보니 1시간 남짓 남아있어, 아내가 지난번에 얘기한 삼계탕이 생각나서 냉장고에서 닭 2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 삼계탕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봤다.



닭 800~1000그램, 대파 2 뿌리, 마늘 20~30쪽. 양파 1개, 소금 한 숟가락, 생강과 후추 조금. 그리고 물 3리터



오! 재료는 이게 전부였고, 요리는 신경 쓸 일도 없이 무척 단순했다.



비닐에 싸인 생닭을 꺼내 만져보니 이질감이 났고, 살짝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어렸을 때 큰댁에서 보신할 때 닭장에서 뛰어놀던 닭을 쫓아 잡은 적이 있었다.



그때 닭의 목을 비틀어 죽인 후에 펄펄 끓는 물에 넣고, 꺼낸 후에 닭털을 뽑았던 그 이후 참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상한 촉감이었다.



나는 요리사 백종원 선생이 알려준 대로 닭의 배를 칼로 가른 후에 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뱃속을 칫솔로 깨끗이 씻었고, 또 기름기 많은 꽁지도 잘랐다.



그리고 압력밥솥에 닭 2마리와 재료를 넣고 끓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가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물어봤지만, 나는 애써 흥분을 감추며 관심 없는 척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장맛비로 날이 쌀쌀한데 뜨근한 삼계탕이나 먹자고 얘기하니, 아내는 어디서 사 왔냐고 물었다.



나는 야구심판 인양 검지 손가락으로 밥솥을 가리키며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뽐냈다.



아내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나의 이벤트에 놀라며, 또 대단한 내 요리 솜씨에 감격한 듯 연실 웃으며 먹었다.



그러더니 창고에 있는 인삼, 황기, 대추를 넣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딸이 사 온 삼계탕보다 국물이 진하고, 닭도 신선해서 너무 맛있다며 엄지 척하였다.



가성비 좋고, 사랑으로 만든 최고의 삼계탕을 즐기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아, 나는 나를 양팔로 꽉 껴안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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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모친을 모시고 동생들과 남양주시에 있는 전망 좋은 '초대 한정식'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때 삼계탕 얘기를 꺼내니 여동생이 아주 재미있다며, '만개의 레시피'라는 앱을 소개해주었다.



그러더니 한 달에 한 개씩 요리를 배워 가족에게 '깜짝쇼'를 하면 좋을 거라고 하였다.



그런데



돌아가신 부친은 부엌에 얼씬도 안 하셨는데, 내가 하나 둘 요리를 만들다 보면 '춤추는 고래'가 되어 언젠가 부엌데기가 될지 모를 일이다.


글쓴이: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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