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되니 많은 사람들로 인해 지하철에서 내리는 것부터 힘이 들었다.
더구나 금요일 저녁, 소위 말하는 불금이라 그런지 지하철은 정말 콩나물시루 같았고, 시끄러워서 안내방송도 못 들었다.
수십 명의 인파가 한쪽 문으로 쏠렸고, 봇물 터지듯이 나도 하나의 콩나물 대가리가 되어 그들을 따랐다.
여기는 홍대역! 정말 오랜만에 와 본다!
저녁 7시가 다가오지만, 이곳 별천지는 지금부터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만국기처럼 다양한 언어와 피부색을 가진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두 모여있고, 그들의 대화가 요동치듯 내 빠른 걸음만큼 흩어져 지나갔다.
귀걸이, 발찌, 이색적인 옷과 헤어스타일에다, 온몸의 문신을 자랑처럼 내보이며, 온갖 치장을 다한 그들 속에서 나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이방인이었다.
9번 출구를 나와 한참 걸어도 나는 여전히 하나의 콩나물이 되어 사람들로 좁아진 도로를 비집고 신호등을 건너 공연장을 찾았다.
지하 3층에는 이미 대학 동기들이 몇 명 와 있었고, 계단처럼 생긴 250석 객석은 반쯤 차 있었으며,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비교적 넓은 공간이 눈에 확 띄었다.
TV에서 본, 이곳은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밤새워 춤을 추고 노래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락밴드 공연장이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몇 팀이 나와서 노래실력을 발휘하였고, 인천에 산다는 어떤 남자가수는 장윤정, 홍진영에게 줄 곡이 있는데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하였다.
이곳은 가수 혹은 작곡가로 데뷔하려고 선보이는 자리였고, 일부 팀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노래실력을 남들 앞에서 뽐내는 장소였다.
화려한 사이키 조명에, 째지는 듯한 일렉트릭 기타와 쉴 새 없이 두드리는 드럼, 그리고 이리저리 뛰고 노래하는 록가수들의 공연에 나는 혼이 나갔고, 딱딱한 의자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컴컴한 객석에는 우리 같은 50~60대 아저씨, 아줌마도 제법 있었고, 분위기가 살짝 달아오르니 그들 일부는 절구질하듯 손을 오르내렸고, 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무대 앞 텅 빈 공간에 그들이 춤추러 나가면 이 참에 나도 좁은 의자에서 탈출해 더벅머리 시절 고고장을 생각하며 몸이나 풀까 했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들이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안산에서 제법 큰 공장을 운영하는 P는 청바지를 입고 나와, 마이크를 잡더니 '비처럼 음악처럼'을 특유의 미성으로 노래하였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와 나는 우리가 듣고 싶은 노래가 바로 이거다 하며 맞장구를 쳤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들은 노래는 랩이 많아 속사포처럼 빨랐고, 귀가 먹먹하도록 시끄러운 악기 소리에 파묻혀 우리 가요인지 팝송인지 한소절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아는 노래가 나오니 마음이 편안해졌고, 박자에 맞춰 머리를 앞뒤로 까닥거리니,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P와 나는 노래로 하나가 되었다.
이윽고 P와 모교 부총장인 J는 듀엣으로 'Have you ever seen the rain? 과 Sound of silence를 불러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그런데 이런 노래가 아니고, 만일 펑키 스타일의 옷을 입고,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긴 머리를 흔들어대며, 양다리를 가위처럼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무대를 정신없이 만드는 록음악을 계속 들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2시간 넘게 진행된 공연은 성황리에 끝났고, 우리 친구들이 30분 남짓 마지막을 잘 장식하며 더욱 뜻이 깊었다.
언젠가 한번쯤 이런 공연장에 가보고 싶었는데 나의 버킷리스트를 추가하며, 이곳 홍대 젊음의 거리에서 멋진 공연을 펼친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또 하나의 청춘이 아닌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