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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제주도 여행 3번째 날


오늘은 2박 3일로 계획된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몇 차례 제주도에 왔지만, 성산일출봉을 못 가본 것이 마음에 걸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어제 만났던 제주 토박이 친구 S에게 물어보니 한라산은 2번 올랐지만,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어 유명한 성산일출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하여 놀랐다.


이는 서울에 수십 년 살아도 고개만 살짝 들면 볼 수 있는 남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과 같아 살짝 웃음이 나왔다.


서귀포에서 성산일출봉 가는 길은 거의 일직선이고  교통체증이 전혀 없어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하기 좋았고, 바다와 인접한 지역을 지날 때는 엔도르핀이 줄줄 나왔다.


성산일출봉에 도착하니 왕복 50분이라고 쓰여 있어 체력 안배를 생각했는데 가파른 계단을 몇 번 오르니 20분도 안되어 정상에 도착해 다소 허탈했지만, 죽기 전에 가봐야 하는 버킷리스트를 달성해 기분은 좋았다.


이어서 간 산굼부리는 성산 일출봉과 더불어 중국인들이 많아 사드로 인한 관광피해는 다소 회복되는 것 같아 다행이었고, 넓게 펼쳐진 억새밭은 장관이어서 포토존마다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또한 처음 타본 레일바이크는 시동걸 때를 제외하고 자동으로 움직였고, 4km 넘는 레일 위를 30분간 달리며 제주도의 크고 작은 오름을 한가롭게 쳐다보는 느낌은 색달랐다.


작년에 다랑쉬오름에 올랐던 아내가 이번에는 용눈이오름에 가자고 하여, 우리는 젊은 혈기로 10여 분만에 정상에 올랐고, 오름 둘레길을 걸었으며, 벤치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멀리 성산일출봉과 태평양을 쳐다보면서 잠시 망중한을 즐겼다.


어제 서귀포 법환 카페도 좋았지만, 최근 수십 배 땅값이 올랐다는 월정리로 차를 몰아 가장 전망이 좋아 보이는 카페로 들어갔다.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였고, 밀린 업무(?)까지 처리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이번 여행은 아내의 제안으로 급히 추진되어 스릴 만점이었고, 마음만 먹으면 제주도 등 멀지 않은 곳은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으며,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한편 첫날부터 평생 잊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지만, 짬을 내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고, 억새밭과 오름을 오르내리며 건강을 다졌으며, 한적한 카페에 앉아 온갖 여유를 부릴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TV광고가 생각난다.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가성비 좋은, 이런 여행이 진정한 소확행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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