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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제주도 여행  둘째 날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여행 전에 계획했던 일정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차질을 빚은 적이 종종 있는데, 지난여름 속초에 갔을 때 계속되는 무더위로 지쳐 시원한 룸에서 책만 읽다가 온 적이 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비 때문에 일정을 바꿔서 서귀포 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제주 국제 감귤박람회에 갔다.


제주의 특산물은 뭐니 뭐니 해도 감귤이다.


수 만평의 넓은 장소에 수십 종류의 감귤을 재배, 전시, 판매하였고, 또한 일부 코너에서는 무한 시식을 해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박람회는 감귤의 A부터 Z까지 소개하는 자리여서 재미있었고, 또한 감귤이 잼, 주스, 과자, 하물며 막걸리로 다양하게 변신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서귀포 맛집으로 소개된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에, 오후에는 카페촌으로 유명한 서귀포 법환에 있는 '아뜰리에 안'이라는 이름도 예쁜 커피숍에서 고교 동창인 S를 만났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올 연말 정년 퇴임하는데, 멀리 제주시에서 이곳 서귀포까지 1시간 거리를 달려온 정성에 고마웠고,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통유리를 통해 바다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지만 비 오는 목요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 않다고 했더니, 제주도 사람들은 짜고 습한 바람이 많이 부는 해변가는 건강에 좋지 않고 집과 자동차를 부식시키는 등 문제가 있어 잘 사는 사람들은 기피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최근 4~5년 사이에 서울 등 외지인들이 제주도에 내려와 투기하며 땅값만 올려놓아 피해가 심각하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해변가까지 비싸졌다고 한다.


그는 제주시에 제법 넓은 땅을 갖고 있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팔았는데, 그 후 몇 년 사이에 10배로 올라 그것만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였다.


제주시도 멋있지만, 이곳 서귀포는 얼굴을 조금만 돌리면 노란 감귤밭부터 키가 큰 야자수까지 볼 수 있어 이국적인 느낌이 좋다.


S는 헤어지면서 새연교를 가보라고 했는데, 아담한 서귀포항구를 바라볼 수 있어 좋았지만, 막상 올라보니 거센 바닷바람으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고, 만일 태풍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


오늘 법환동 카페촌, 이중섭거리 등 젊은이들이 찾는 곳을 돌아다니며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즐겼는데, 만일 이곳이 서울이라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커피값은 1.5배쯤 비싸려니와 눈에 보이는 평지마다 모두 불법 주차장이 되고, 특히 전망 좋은 곳은 온통 카페촌이 되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나는 아직 자연스럽고, 때가 덜 묻은 서귀포가 좋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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