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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제주도 여행 첫째 날


소풍 가기 전날처럼 어젯밤 잠을 설치고, 1년 반 만에 제주도를 찾았다.


결혼할 때, 15년 후에, 그리고 30년 후인 작년 봄에 3번째  제주도에 왔을 때 아내와 매년 2번은 오자고 약속했지만 서로 바빠서 이제야 오게 되었다.


오후 2시 반 비행기에 맞춰 티켓팅을 하고 출입장에 막 들어섰을 때 아내가 주민증을 집에 두고 온 것을 확인했다.


아뿔싸!


하찮은 우산도 잃어버리지 않는 아내가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그토록 신신당부했던 신분증을 깜박하고 온 것이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공항직원의 안내를 받고, 아내는 다시 김포공항 지하철역까지 가서 사진을 찍고, 김포고등학교 인근 동사무소에서 간이 주민증을 발급받고, 택시 타고 다시 공항에 도착했다.


그 사이에 나는 이미 보내버린 수화물을 되찾았고, 타려던 비행기는 취소한 후에 다른 항공편을 알아봤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면 10만 원 상당인데,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5만 원 이하여서 수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5시 30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생기다니 아내는 비행기가 이륙하자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주공항에 도착해 보니 비가 소록소록 내렸고,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렌터카 주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충전량이 70% 라는 설명과는 달리, 비가 와서 충전을 못했다며 우리 전기차는 20%도 안되었고, 두 눈금만 남기고 빨간 표시 가까이 있었다.


7시쯤 늦게 도착한 우리를 탓하며, 가다 보니 남은 하얀 눈금마저 없어져 초조해지기 시작해 주변에 가까운 충전소를 찾았다.


다행히 내비에 6km 거리에 충전소가 있다는데 막상 가보니 골프장이었고, 경비원은 작년에 충전소를 폐쇄했다고 하여 차를 돌렸다.


비가 오는 서귀포 길은 칠흑같이 컴컴해, 차창밖을 내다보니 주변에는 인적이 없어 살짝 무서움도 느꼈다.


이미 시계는 8시 30분이 지나 배가 고팠지만 식당도 보이지 않았고, 충전소 찾는 것이 우선이어서 물어물어 찾아들어간 곳은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었고, 차 안에는 아예 사람도 없었다.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안덕 서광 편의점 옆에 충전소가 있어 차를 세운 후에 9시가 다되어 우리는 사발면에 김밥으로, 차는 전기로 동시에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렇게  제주도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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