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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상암동 하늘공원

어제 한글날 휴일을 맞아 아내와 마포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을 다녀왔다.

10여 년 전, 가족과 야간에 억새축제에 갔을 때의 추억도 좋았지만, 그때 우연히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했을 때 하늘공원 남쪽 전망대에서 바라본 형형색색의 화려한 불꽃 향연은 잊을 수 없다.


오는 금요일인 12일부터 하늘공원에서 억새축제가 있어 인산인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여 서둘러 아침을 먹고 하늘공원 옆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다.


400여 개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있었고, 한강 너머 목동, 여의도의 빌딩과 아파트들이 보란 듯이 우뚝 서있었다.


마침 그늘막 쉼터에는 모녀가 소풍 나온 듯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어 나는 자연과 함께하니 꿀맛이겠다고 아내에게 얘기하니 미소 지었다.


하늘공원 테두리는 족히 300미터는 될 듯 직선으로 쭉 뻗어 시원해서 냅다 달리고 싶었고, 사이사이 억새밭으로 들어가는 곳마다 선남선녀들이 사진 찍느라 열중이었다.


우리는 그네에 앉아 서울시내를 바라보았고, UFO처럼 생긴 전망대에서 북한산과 하늘공원을 바라보며 서울시내에 이렇게 넓은 평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였다.


나는 30여 년 전 결혼했을 때 일부러 아내와 이곳  난지도(하늘공원)에 왔던 기억을 생각한다.


그 당시 난지도 꼭대기에는 수십 명의 넝마주이들이 베니아판으로 만든 판잣집에 살았고, 쇠말뚝을 땅에 꽂아 나오는 메탄가스로 밥을 지었으며, 쓰레기를 주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리고 다시 중산층 이상이 사는 압구정동 아파트와 화려한 백화점을 구경하며 서울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빈부격차가 나며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그 당시 나는 부친의 사업실패로 리어카가 겨우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상도동 달동네에 살았는데 그때 가난을 체험하였고, 나보다 못한 삶의 현장을 목격한 후에 나름 열심히 살아서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는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며 얘기를 나눴고,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하늘공원을 바라보며 그만큼 우리도 변해있는 것에 감사하였다.


하늘공원 동북쪽 입구에는 키가 작은 코스모스가  넓게 펼쳐있는데 핑크빛 꽃잎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봄에 입은 밝은 색 여인의 원피스 같았다.


매점에서 산 따끈한 커피 한잔을 들고 음유시인인 것처럼 천천히 음미하며 걷다 보니, 처음 보는 화려하고 풍성한 풀들이 우리 눈을 사로잡았다.


말로만 듣던 핑크 뮬리와 댑싸리였다.


붉고, 푸르고, 그리고 보라색으로까지 보이는 풀들이 이렇게 크고 예쁠 수 있을까?


하늘공원의 억새와 코스모스도 좋았지만, 만일 이런 풀들을 놓치고 그냥 지나갔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생각하니 천만다행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지난날 삶의 애환이 서려있는 난지도가  6만 평 규모의 넓은 하늘공원으로 변신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하얀 솜뭉치처럼 부드럽게 꽃피는 억새는 물론, 가냘픈 코스모스, 그리고 핑크 뮬리와 댑싸리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얼마나 기뻤는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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