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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군대 기합


내가 소위로 임관한 후 전라남도 광주 상무대에 있는 포병학교에 들어간 때의 일이다.


ROTC 후보생 시절부터 “포병은 보병과 달리 3보 이상이면 차를 타고 이동하며, 어느 유명한 외국 영화의 주인공이 포병장교 출신이어서 포병장교는 신사다”라는 하는 얘기를 줄곧 들어왔다.


그러나 보병은 워낙 훈련이 힘들어 4개월간의 훈련소 생활은 편하게 지내나, 포병은 그다지 훈련이 고되지 않은 대신 내무생활이 어렵다고 하여 입소 후 얼마간 구대장이 우리에게 군기 잡을 것이라고 하여 긴장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지 않아도 자로 잰 듯한 엄격한 훈련과 교육에 지쳐 피곤한데, 야간 보초를 마치고 막 잠을 자려는 순간 후임 불침번이 빤스 바람(빤바)으로 선착순 집합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혼비백산하여 침상에서 일어나 맨몸에 말 그대로 속옷만 입고, 워커(군화)를 신고 쏜살같이 연병장으로 달려 나갔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주일 내내 지켜보던 구대장은 우리를 수십 미터 떨어진 축구골대까지 선착순으로 돌아오게 했는데 눈치와 동작이 빠른 나는 다행히 한 번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윽고, 후보생 시절부터 말로만 듣던, 기합(얼차려)이 있었다.


구대장은 우리를 연병장에 집합시키더니 좌우로 평행하게 팔을 쭉 뻗게 했는데, 무리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빠져 팔을 내리는 사람은 차가운 땅바닥에 원산폭격(바닥에 머리 박기)과 오리걸음 등으로 특별 기합을 받았고, 웃통을 벗은 맨 살에 찬 물을 몇 방울씩 뿌려 우리는 소름이 끼쳐  사시나무 떨 듯했다.


그 당시 전라도 광주 날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맑았다 흐렸다 하며 변화무쌍했고, 3월에도 영하 5도는 족히 되었으며, 그날따라 바람까지 불어 등골이 오싹하였다.


그러더니 구대장은 우리 모두 군기가 빠졌다고 빌미를 잡더니 정신상태를 교정해 주겠다고 하며, 버드 나뭇가지로 만든 회초리를 앞줄에 있는 동기생부터 순서대로 2대씩 갈기기 시작했다.


‘휘~ 이익~ 휙!’ 기분 나쁜 소리가 나는 회초리로 “철썩” 하고 맨 뱃살을 때리면 동기들 입에서 즉시 ‘아~아~’’, ‘으 으 윽’ 등 비명소리가 새어 나왔다


“매는 먼저 맞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어 뒤에서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우리들은 동기들의 자지러지는 비명에 걱정이 앞섰으나, 사실은 그들이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매 맞는 자세와 다양한 신음소리가 너무 웃겨서 히죽히죽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더욱 고생이었다.


점점 회초리 소리가 커지며 대열 중간에 서 있던 내 순서 가까이 다가왔는데, 내 바로 옆에서 다행히 회초리가 부러져 구대장은 “군대는 줄이야” 하면서 더 이상 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구대장은 우리를 또랑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식당을 가거나, 교육받으러 지나가다가 보면 음식찌꺼기가 있어 흉했고, 냄새가 심해 평소에도 비켜 지나가던 곳이었다.


우리는 엉거주춤하고 서 있었는데, 구대장이 어디서 구해 왔는지 다시 몽둥이로 엉덩이를 내려치니 우리는 시궁창에 배를 대고 모두 낮은 포복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냄새는 고사하고, 정말 1분도 버티기 힘든 영하의 날씨에 손이 시렸고, 조금 더 있다가는 양손에 동상이 걸릴 것 같았다.


구대장이 멀리 있어 안 보이면 우리는 눈치껏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비비며 추위를 달랬다.


결국 1시간여 걸쳐 다양한 기합을 받고 난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시궁창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노천 세면장으로 달려갔다.


우리 모두 벌거벗었고, 한밤 중에 냉수로 혼이 나가게 흠뻑 샤워를 한 후, 남성을 달랑거리며 각자 내무반까지 100여 미터를 잽싸게 달리며 스트립 쇼를 하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기합 받던, 그 훈련 시절이 추억이 되었고, 남자들의 세계인 군대라 가능했지, 언제 어디서 단체로 한 번 그런 스트립 쇼를 해보겠는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컨설턴트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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