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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4. 2021

나와 모친의 건강관리


"바쁜 사람이 어디 방에서 자냐, 소파에서 잠시 졸았다."


한가한 일요일 오후, 혼자서 TV를 보시던 모친께

"낮잠 주무셨어요?  피곤하면, 방에 들어가 주무세요!"라고 물었을 때 웃으시면서 나온 즉답이었다.


모친은 '아침마당'을 얼마나 열심히 시청했으면 사회자인 김재원 아나운서의 집이 마포인데 매일 마포대교를 걸어서 여의도로 통근한다고 말씀하셨고, 또 토요일에 방송하는 실버토크 프로그램인 '황금연못' 등을 즐겨보시는, KBS TV애청자다.


내가 수시로 마포 모친 집에 들러 TV를 보다가 채널을 잘못 돌려놓으면 겸용 리모컨을 사용할 줄 몰라 당황하셨고, KBS 방송만 보시기에 결국 지역 케이블 방송을 해지하였다.


이는 2개월 전에 우리 집에 오셔도 마찬가지였다.


평일에는 주간보호센터에 가느라 TV를 못 보지만, 오늘 같은 주말에는 온종일 TV에 매달리신다.


처음에는 모친이 좋아하는 교양, 오락이나 여행 등 재미있는 프로를 틀어놓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정치, 경제 등 시사프로그램으로 변경되었고, 내가 일부러 거실에 들려 다른 채널로 돌려놓지 않으면 모친은 그것을 무료하게 보시기 일쑤였다.  


그러니 몇 분 지나지 않아 모친은 허리 뒤에 죽부인을 끼고 소파에 기대어 주무셨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 모습이었다.


그런 불편한 자세를 고치기 위해 죽부인을 빼고 슬며시 머리와 등을 소파에 기대었고, 그것도 충분하지 않아 요즘은 아예 방에 들어가 편히 누워 쉬시라고 하였다.


과체중에 관절염까지 앓고 있어 혼자서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힘들고, 더욱이 바닥에 앉았다가 서는 것이 큰 고충이라 운동을 해서 살을 빼시라고 권한 지 오래되었다.


노인이지만 평균 이상으로 키가 컸고, 워낙 뼈대도 굵고 단단한 체격을 가진 모친이었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 산모처럼 배가 나와서 나는 가끔 언제가 해산달이냐고 농담을 했고, 수년 전에는 체중계를 사드린 후에 매일 몸무게를 재어 보라고 말씀드렸지만 한두 달 하더니 포기하셨다.


그러니 우리 집에 오신 첫날, 식탁 위에 놓인 밥그릇을 보시고 두 숟갈도 안되는데 이것을 먹고 어떻게 사느냐고 얘기하셔서, 나는 반찬을 골고루 많이 먹어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나에게 말랐다고 하여 모친의 건강 회복에 신경 쓰느라 그런지 평소보다 3kg 빠졌는데, 오히려 살 까기를 하실 모친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어 걱정이다.


나는 지난 4월에 어려운 조건(?)을 무릅쓰고 당일코스로 지리산 천왕봉을 등정했는데, 지금 같아서는 엄두도 못 낼 지경이라 과연 내가 그런 큰일을 했었는지 의심이 든다.


80kg에 육박하는 모친은 살을 빼고, 반대로 날씬해지는 내가 살이 찌고, 체력도 키울 방법은 없을까?


지난주부터 매일 아침 모친이 주간보호센터에 가신 후에,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아파트 14층 우리 집까지 걸어 오르며 부족한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그리고 모친은


지난번에 서울숲 공원에 갔을 때, 나와 동생이 재미 삼아 교대로 휠체어에 탔을 때 모친이 밀었는데, 그때 운동 많이 했다고 하셨는데 또 한 번 시도해볼까!


창피하니까,

사람 없는 곳에서 할까?  아니면 밤에 할까?


혹시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나를 보고, 후레자식이라고 욕하지는 않을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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