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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4. 2021

베사메무쵸

 

내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할 때마다 듣는 컬러링은 페루의 민요인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다.


이 노래는 사이먼& 가펑클이 리메이크해 "철새는 날아가고"라고 불리는데, 슬픈 팬플룻 곡이지만 잠시 기다리는 동안 힐링이 되는 느낌이 좋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36년도 길었는데, 중남미 국가들은 3백 년 넘게 스페인 정복자들에 대한 압박과 굴레에 피해의식이 있어 그들이 부르는 노래들은 대체로 슬프고 우울하다.


노래 제목에 나오는 '콘도르'라는 말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잉카인들 사이에서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잉카인들에게는 신성한 새로서 그들의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고 믿었고, 삶과 종교에서 떼 놓을 수 없는 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에게 중남미 음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베사메무쵸'(Besame Mucho)인데, 영어로 "Kiss me much"라는 뜻이다


30년 전 중남미 에쿠아도르에 출장 갔을 때, 수도 키토 시내 유명 레스토랑에서 바이어와 점심식사를 했을 때의 일이다.


둥글고 화려한 모자를 쓰고, 벤조와 만돌린을 켜며,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노래하던, 연미복을 입은 남성중창단이 우리 테이블로 다가왔다.


멕시코 시티 시내를 걷다 보면 길거리나 레스토랑 등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노래하던, 그런 '마리아치'였다.


그들이 나에게 다가와 무슨 노래를 좋아하냐고 하여, 갑자기 가수 현인의 히트곡(번안곡)이 생각나 '베사메무쵸'라고 했다.


그때 마리아치가 그곳 식당의 유일한 외국인인 나를 쳐다보며 한국어로 개사한 베사메무쵸가 아닌, 오리지널 라틴어로 노래를 불러줘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고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 시절 회사에서 중남미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어 나는 스페인어를 6개월간 독학해 밥 굶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몇 차례 출장 가며 자신감이 생겨 어느 날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매부리코, 그리고 인디오 여성들은 한결같이 댕기머리에 중절모자를 썼는데, 야간에 비좁은 버스 안에서 옆 승객에게 주소를 물어가며 시내를 돌아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겁이 없었던 것 같다!


그곳은 가톨릭 국가라 국민성은 대체로 순박했고, 치안도 악명 높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과 다르게 그다지 위험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바이어가 살고 있는 집에도 초대받아 갔는데 그곳은 전임 대통령이 사는  곳에서 불과 100미터 정도 떨어진, 서울로 치면 성북동과 비슷한 부촌이었다.


바이어는 영어를 못해 나는 간단히 스페인어로 얘기하거나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정작 상담은 영어가 능통하고, 영화배우 같은 미모인 그의 아내와 마주 앉아했었다.


주말에 그들 부부는 나를 키토 시내와 주변 유명 관광지도 구경시켜 주었다.


브라질의 거대한 예수상처럼 키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언덕에 마리아상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수백 개 대형 패널 조각을 붙인 큰 동상을 바로 밑에서 올려봤을 때 비록 마리아상이었지만 섬뜩해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시외로 나가 적도 박물관에 갔는데, 그곳은 시간 변경이 없이 항상 6시에 해가 뜨고, 오후 6시에 해가 지며, 또한 우리가 사는 북반구는 세면대 물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빠지는데, 그곳은 적도라서 회전이 없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멕시코시티(2200mr)도 높지만, 에쿠아도르 수도 키토는 안데스 산맥의 2850mr 고지대에 있어 숨이 찼는데, 그곳을 비롯하여 중미, 남미 국가 이곳저곳을 풍토병 주사를 맞아가며 007 가방을 들고 무역의 역군처럼 젊음을 바쳤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오늘따라 베사메무쵸 노래가 듣고 싶다.


Besame besame mucho

저에게 키스를 해 주세요. 저에게 키스를 많이 해 줘요


Como si fuera esta noche la ultima Ves.

오늘 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요


Besame besame mucho.

내게 키스를 해 주세요.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 줘요


Que tengo miedo a perderte.

그대를 잃을까 봐서 나는 두려워요


Perderte despues.

앞으로 그대를 잃을까 봐 두려워요


Quiero tenerte muy cerca.

매우 가까이 그대를 갖고 싶습니다


Mirarme en tus ojos.

그대의 눈 속에서 나를 바라보고 싶고


 Verte junto a mi (또는 Estar junto A ti.)

내 곁에서 보고 싶어요 (또는 매일 그대 곁에 있고 싶어요)


Piensa que tal ves manana yo ya estare lejos.

생각해 봐요. 아마도 이미 내일의 나는 멀리 있을 것이라고요


 Muy lejos de ti (또는 Muy lejos de aqui)

당신에게서 멀리 (또는 이곳에서 아주 멀리)


Besame besame mucho.

저에게 키스를 해주세요. 제게 키스를 많이 해 줘요


Como si fuera esta noche la ultima ves.

오늘 밤이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요


Besame besame mucho.

내게 키스를 해 주세요. 나에게 키스를 많이 해 줘요


Que tengo miedo pederte, perderte despues

그대를 잃을까 봐 두려워, 지금 이후로 당신을 잃을까 봐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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