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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6. 2021

서울숲 공원에 가보셨나요?

"여기는 올림픽공원 보다 아기자기하고, 더 자연스럽지 않냐?"


이는 내가 어제 친구들과 서울숲 공원을 산책하며 던진 얘기다.


지난달 태풍 때문에 두 달 만에 만난 친구들은 코로나 문제로 좁은 공간에 갇혀있다가 풀려나온 듯 모두 반가운 얼굴이었다.


다들 약속시간에 맞춰 모였는데, 먼저 온 Y는 따가운 햇볕을 피해 약속 장소인 서울숲 지하철 3번 출구에서 100미터 떨어진 주차장 그늘에 앉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출구 북쪽 주상복합 아파트인 갤러리아 포레를 시작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려던 나의 계획은 주차장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책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이는 내가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코스였고, 올해도 세 번 방문했지만 익숙하지 않아 동행한 친구들에게 강변북로를 따라 여행하는 자전거 행렬을 보여주려고 주변 사람에게 한강공원으로 가는 다리가 어디냐고 물었다.


다행히 과거에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곳을 가까이 볼 수 있었고,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니 신선했으며, 처음 개척하는 맛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참고로 서울숲은 2005년 개원 이전까지는 임금의 사냥터, 최초의 상수원 수원지, 골프장, 경마장, 그리고 체육공원 등으로 활용되었다.


현재 서울숲은 18만 평 규모의 5개 테마공원으로 환경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영국의 하이드파크(Hyde Park),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와 같이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과거 한강물이 흘렀던 곳이라 한강과 중랑천을 연계하는 자연생태숲이 형성되어 각종 식물이 서식하고, 더구나 꽃사슴, 고라니, 토끼 등을 방사하여 어린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멀리 응봉산과 한강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고,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멋진 공원이 있다는 것에 이구동성으로 감사함을 표시했다.


지난 6월 오디가 주렁주렁 열렸던 뽕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 곶감과 강정을 먹었고, 그리고 두유와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맑고 구름 없이"


애국가 가사처럼 파란 가을 하늘을 쳐다보며 오래 묵은 친구들과 이곳저곳을 유유자적하며 걸으니 "인생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힘차게 도움 닫고 높이 점프하면 풍선처럼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살며시 눈을 내려보면 길을 따라 꾸불꾸불 실개천이 흘러 잠시 손이라도 담고 싶었고, 그 옆 벤치에 세상 편안한 자세로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싶었다.


젊은 부부가 돌도 안된 갓난아기를 안고, 유모차를 끌며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상큼했고, 프랑스 화가 모네의 그림같이 아름다운 연못을 함께 바라보는 노인부부를 보니 정겨웠다.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예쁜 나무집과 수국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원은 비록 제철이 지나 빛바랬지만 아직도 꽃이 피고 있어 우리 눈을 즐겁게 하였다.


넓고 푸른 잔디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늘진 곳마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평화로웠다.


비교해 보면 집에서 가까워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주말이면 살다시피 하는 올림픽공원은 큰 규모에 걸맞게 모든 시설이 정형화되었고, 세련되게 조성되었지만, 서울숲 공원은 그다지 꾸미지 않아 더 좋아 보인다.


울타리가 없어 마치 자기 집 앞마당처럼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며 갤러리아 포레 아파트를 힐긋힐긋 쳐다보고 있는 S는 부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우리는 예전에 이곳이 경마장이었다는 상징으로, 기수들이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말을 타고 달리는 군마상을 재미있게 쳐다보며 카페거리로 향했다.


20여 명이 줄 서서 기다리는 밀도 빵집을 지나, 칭다오맥주와 중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에 우리는 이디야 커피숍에서 2시간 넘게 얘기를 나눴다.


나름 쾌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방송사 사장 출신 Y가 최근에 우울증이 있다고 하여 놀랐는데, 부천 역곡역 인근 17평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시절 부모와 누이네 식구까지 8명이 8년 동안 생활했던 S의 가슴 아픈 얘기를 듣고는 씩 웃으며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바빠서 어제 많은 친구들이 오지 않았지만, 멋진 공원을 산책하며 건강을 다지고, 지난 추억을 얘기하며 웃으니 집콕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진 것 같다.


아무튼 코로나로 인해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힘든 시간이 지나 Latte is a horse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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