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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6. 2021

파주 마장 호수에서

오늘 아내와 경기도 파주에 있는 마장 호수와 최근에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인 더티 트렁크를 다녀왔다.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 파주 일대를 드라이브하다가 얼떨결에 출렁다리가 유명하다는 마장 호수에 갔는데, 종료시간이라 제대로 구경을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무더위가 오기 전에 시간을 내어 아름다운 호수를 쳐다보며 둘레길을 천천히 걷겠다고 생각했다.


출렁다리 개방시간이 오전 9시라서 우리는 서둘러 집을 나서 다리에 가장 가까운 제2 주차장에 도착하니 8시 48분이었고, 다행히 12대 주차할 공간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짐을 꺼내는 1~2분 사이에 주차장은 꽉 찼고, 조금만 늦었다면 100~700미터 떨어진 제3~7 주차장으로 갈 뻔했다.


우리는 220미터 길이의 빨간색 출렁다리를 건넜고, 팔뚝만 한 커다란 물고기가 노는 맑은 호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예쁘게 꾸민 3.3km 호수 둘레길을 유유자적하며 걸었다.


파스텔로 그린 것처럼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다녔고, 넓은 호수와 푸른 숲은  조화를 이루어 마음을 편하게 하였으며,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우리 부부는 입만 열면 '정말 좋다, 멋지다'를 남발하였다.


작년에 갔던 충주호 종댕이길도 좋았지만,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파주에 이런 멋진 호수와 둘레길이 있다니 이것은 진정 행복이었다!


우리는 전망 좋은 벤치에 앉아 둘레길을 따라 줄지어 걷고 있는 무리를 쳐다보았고, 자연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정감 있는 노래도 몇 곡 흥얼거렸다.


오늘처럼 매일 날씨가 맑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누구나 포토존이라고 생각하는 장소에서는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고, 그것을 카톡으로 아이들에게 보냈다.


그러면 아이들은 '엄지 척하며, 좋아요! '이모티콘을 즉시 보내왔고, 우리는 더 멋진 사진을 찍어 화답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친구 K가 마장 호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아니!  이 친구가 왜 이곳에 와있나!


잠시 헷갈렸다.  우리 부부가 온 것 어떻게 알았을까!


전화로 즉시 확인해 보니, K는 내가 지난 근로자의 날에 보낸 마장 호수 사진을 보았고, 오늘 그들 부부가 바람을 쐴 겸 해서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어 올렸던 것이다.


만일 그가 카톡에 사진을 올리지 않았거나, 우리가 마장 호수를 떠난 후에 카톡을 확인했다면...  아무튼 우연치고는 대단한 서프라이즈였다.


분 후에 그들 부부를 둘레길에서 극적으로 만났고, 우리 4명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했다.


우리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아메리칸 스타일 레스토랑인 '더티 트렁크'에서 식사와 커피를 하였고, 화려한 꽃과 나무로 장식된 '타샤의 정원' 벤치에 부부끼리 마주 앉아 오월의 달콤한 꽃향기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작년 가을 그들 부부를 올림픽공원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오늘 또 멀리 이곳 파주에서 만나다니, 그렇다면 내년 서프라이즈 장소는 도대체 어디일까?


K와 나의 텔레파시는 어떤 주파수를 갖고 있을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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