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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6. 2021

성남 복정동 J연가

오늘은 아내가 아침부터 인터넷을 뒤지더니 장어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나에게 맛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하였다.


무심히 TV를 보던 나는 웬  비싼 장어냐고 얘기하니, 애들이 요즘 더워서 쇠약해진 것 같아 몸보신을 시켜야겠다고 하였다.


그러면 저렴한 고깃집도 있고, 삼계탕집은 어떤가 하니 옆에서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아들 녀석이 장어가 좋다고 하여 할 수 없이 장어집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 주변에 있는 장어집은 대부분 가보았기에 이왕이면 바깥바람도 쐴 겸 멀리 가자고 하여 양수리 장어집까지 얘기되었지만, 우리는 100%  자포니카 민물장어라고 홍보하고 있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성남 복정동에 있는 J연가로 갔다.


미리 확인한 대로 깨끗한 식당이라 세련된 분위기를 느꼈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바깥 풍경이 보이는 양쪽 창가 모서리에 앉았다.


나이 많은 아저씨가 숯 불판을 가져온 후에, 우리는 종업원이 서비스해 준 장어를 한점 한점 먹기 시작했다.


장어를 추가로 주문한 후에, 창가에 앉아있던 아내가 화장실이 급했는지 갑자기 내 의자를 밀쳤고, 나도 그 참에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아내는 더워서 못 참겠다고 하여 에어컨을 찾았고, 나도 땀으로 목욕할 것 같아 우리는 동시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카운터 옆으로 간 것이다.


모서리에 앉아 장어를 굽고 있는 종업원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부모가 에어컨 앞에서 몸을 식히는 모습도 멀뚱히 쳐다보았다.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 모서리는 더웠고, 우리 주변에 손님들이 앞뒤로 모였으며, 더구나 숯 불판의 뜨거운 열기는 대단해서 잠시도 제대로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마치 화학공장 구조물같이 생긴 천정을 보니 제법 냉방시설과 환풍시설이 잘 되었지만 이곳 J연가도 방법은 없어 보였다.


애초 카운터 옆에 앉았으면 어떠했을까 하여, 굽고 있는 장어를 옮겨주면 안 되느냐하고 종업원에게 얘기하니 불가능하다고 하였고, 그러면 선풍기를 갖다 달라고 하니 그것도 없다고 하였다.


오 마이갓!


나는 땀을 연실 닦으며 비싼 돈 주고 식사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주인에게 불평하니, 요즘 너무 더워서 냉방 및 환풍시설을 풀가동하는데도 역부족이라고 하였고, 선풍기를 켜면 먼지가 날아다닐 것 같아 위생상 안 한다며 죄송하다고 하였다.


옆에서 가만히 몸을 식히던 아내가 다른 식당에서는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를 함께 돌려 시원한데 이곳도 선풍기 몇 대를 의자 밑으로 낮게 돌리면 먼지도 발생하지 않고, 에어컨 바람이 잘 순환되어 더 시원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인은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 몇 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숯 불판을 빼면 나아질 것이라고 하여 아내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빨리 먹고 나가란 얘기 같아서 씁쓸하였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내가 선풍기 얘기를 꺼냈을 때, 주인이 좋은 생각이라고 하여 다음에는 그렇게 조치하겠다고 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주인이 불판 얘기까지 꺼내어 나는 장어탕까지 먹으려던 생각이 싹 가셨다.


적지 않는 4인분의 비용을 치르고 나오면서 100% 자포니카 민물장어를 의심했고,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남한산성으로 차를 몰았다.


후끈한 집보다는 온 국민이 시원한 곳에서 외식하는 추세라 우리도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과 함께 멀리 나왔는데 땀으로 목욕한 이런 식사는 도대체 무슨 해프닝인가!


드라이브하면서 기웃거렸던 남한산성 내 카페란 카페는 만원이었고, 비가 안 와서 그나마 졸졸 흐르는 계곡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


시원한 카페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집 근처 홈플러스 내 1층 카페 두 곳도 자리가 없어 나는 3층 Chatime에서 글을 쓰고 있다.


더워야 여름이라지만, 25일간 연속되는 열대야로 인해 영화 제목처럼 온 국민 누구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되었다.


더위에 심신이 지쳐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는 나는 누구인가?  


카페족인가?  아니면 방랑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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