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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6. 2021

내가 아직 못 가본 곳이 너무도 많다!


어제 아내와 경기도 북부에 있는 포천, 연천지역 유명 관광지를 다녀왔다.


구리, 포천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잠실 집에서 포천까지는 40분밖에 안 걸려 우리나라가 도로망이 발달해 선진국 대열에 동참했음을 실감했다.


먼저, 우리는 연천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재인폭포에 갔다.


어젯밤 큰아이에게 연천 재인폭포에 간다고 하니, 얼마 전에 TV에 그곳이 방송되어 붐빌 것이라고 얘기해주어, 과거 제부도와 강화도 온천여행 갔을 때와 같이 들어가는 길목부터 주차장이 될 것 같아 걱정되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기대보다는 한산했고, 주변 야산은 이름 모를 꽃들로 이름답게 피어있어 하이디가 나오는 마치 스위스 언덕을 연상케 하였다.


재인폭포는 사진에 수 차례 보았듯이 멋있었으나, 내려가는 철제 계단이 부실해 출입이 통제되어 무척 아쉬웠다.


우리는 차를 돌려, 40분 거리에 있는 태풍전망대로 향했다.


민간인 접근이 안 되는 GOP 지역이라, 통제구역에 들어서 각자 신분증을 제출하고, 전방 카메라를 촬영하지 못하게 A4 사이즈인 태극기를 앞 유리창에 붙여놓은 채, 10분 정도 북쪽으로 달렸다.


그런데 오고 가는 차량이 거의 없는데, 한적한 그곳에 세련된 분위기의 연강 카페테리아라는 이름의 찻집이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와우! 이런 군사보호지역에 카페가 있다니, 들어가 볼까 하다가 실내에 손님이 별로 없어 그냥 지나갔다.


태풍전망대는 28사단 관할지역에 있는데, 북한 땅이 바로 내다보이는, 높고,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남과 북은 10~30미터 폭의 임진강으로 갈라져 있고, 웅장한 남한 GP와는 달리,  2km 거리에는 북한 GP는 인공기 2개를 달고 초라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파주, 문산지역을 관할하는 1사단 출신인 내가 군사 책에서 읽은, 625 때 1사단 김만술 상사가 30여 명의 병사로 1.000여 명 중공군을 격퇴시킨 베티고지가 50미터나 될 까한 나지막한 언덕인 것을 본 것이었다.


아군 30명이 은폐, 엄폐할 곳도 없는 낮은 언덕에서  어떻게 무려 30배나 넘는 적군을 무찔렀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곳 전망대에서는 북한 사람을 볼 수 없었지만, 통일이 되면 초목지 대인 그곳에 트레킹 코스를 만들고, 대관령처럼 가축을 방목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파주에 있는 오두산 전망대 등 몇 곳을 가봤지만, 이곳 전망대는 북한 땅과 가깝고, 너무 조용해서, 아내는 가슴이 뛴다고 얘기하였다.


오래 전망대에 있다 보니, 식사시간을 놓쳐 간단하게 시원한 막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우리는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로 향했다.


억 년 전 화산 폭발로 제주도처럼 현무암 지대로 되어 있는 한탄강 지질공원의 대표 지역인 비둘기낭 폭포 주변은 넓은 공원과 인근에 있는 한탄강 하늘다리로 유명한 곳이었다.


재인폭포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우리는 폭포 탐사를 신청했고, 안전모자를 쓴 후,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폭포 밑 물가로 들어갔다.


이렇게 가까이 폭포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를 생각하면서, 시원한 계곡 바람을 느끼며, 찬물에 발을 담그니, 30도 무더위는 어디 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


주상절리가 확연한 폭포 아래에 간이 의자를 놓고, 책을 보며, 소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5시를 가리키고 있어, 계획했던 포천 아트밸리를 포기하고, 우리는 포천 허브아일랜드로 향했다.


푸르름이 더해진 7월 중순에 드라이브해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눈이 시원하였고, 구비구비 산길을 돌다 보니 마치 강원도 어느 산골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허브아일랜드의 온실은 전 세계 허브란 허브는 모조리 갖다 놓은 것 같아서. 잎을 만질 때마다 각종 허브 향기로 숨을 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구경한 뒤에 베네치아라고 하는 자그마한 수변무대 주변에 앉아서 쉬면서 젊은 아가씨들의 요염한 벨리댄스 공연을 보았다.


그리고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주변은 화려한 불빛으로 수를 놓아 마치 동화의 나라로 들어간 것 같았고, 밤 11시까지 오픈한다는 얘기는 한 두대씩 헤드라이트를 켜고 올라오는 단체여행 버스 행렬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예쁜 조형물이 있는 곳이면 카메라를 들이대었고, 한 장의 사진이라도 놓칠까 몇 번이고 각도를 다르게 잡아가며 찍는 젊은 연인들도 적지 않았다.


과연 허브아일랜드는 경기도 10대 유명 관광지로 선정할 만하다고 생각하였고, 우리는 화려한 불빛 향연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 가본 곳은 모두 처음이었으나, 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켜준 태풍전망대도 좋았고, 특히 낮보다는 밤이 되자 화려한 불빛의 극치를 보여준 허브아일랜드는 최고였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면,  군사지역 안에 있는, 조용한 연강 카페테리아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유유자적하거나, 태풍전망대에서 시원하게 탁 트인 북한 땅을 마냥 쳐다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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