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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6. 2021

군대 제대하던 날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야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어린 동생 반기며 그 품에 안겼네 모두 다 안겼네'


이 노래는 군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을 가수 김추자가 흥겹게 불러 히트한 노래로 내가 근무한 부대에서는 제대하는 장병들을 위해 불렀던 환송의 노래였다.


나는 경기도 파평산 아래에 있는, 1사단 포병부대에서 관측장교로 근무하면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들으며 많은 장병들이 제대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나를 잘 따랐던 선임하사가 울먹이며 고향을 향해 떠나며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이 땅에 태어난, 건전한 정신과 튼튼한 체력을 가진 대한민국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은 너무도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중 몇몇은 군대생활이 힘들고, 지겨웠는지 다시는 그곳을 향해 오줌도 안 누겠다고 하였다.


나는 제대 후 몇 차례 내가 근무한 부대를 방문하였고, 가족과 동반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무용담(?)을 얘기하곤 하였다.


10여 년 만에 다시 방문했을 때 부대 주변은 흙먼지 길에서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었는데, 나는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다가, 두어 차례 동네 어귀를 헤맨 끝에 어렵게 파평초등학교를 발견하였고, 드디어 인근에 있는 포병대대를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근무한 B포대는 대대본부에서 도보로 20분 후방에 있는데 그곳은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아 반가웠고, 멀리서 포대 정문을 바라보니 내가 근무했던 옛날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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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대에 배치받고 부대 생활에 적응할 때 국방부 시계가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았으나, 사병들과 부대끼며  2년여 지낸 후, 푸르름이 더해가는 1983년 6월 말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였다.


그때 말쑥하게 복장을 갖추고 포대장에게 전역신고를 하려는데 왜 이리 가슴이 찡한지…


연병장에서 부대원들에게 간단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니, 부대원 수십 명이 부대 정문까지 양쪽으로 대열했다.


동고동락한 관측사병들이 양팔로 만든, 그동안 보기만 했던, 든든한 기마에 마치 왕처럼 올라타고, 다시는 못 볼 부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수십 번 넘게 들었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들으며, 먹고/ 자고/ 뛰고/ 뒹굴며 지냈던, 정들었던 B포대를 떠났다.


그때 아끼던 후배 장교가 나에게 들으라고 큰 소리로 얘기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중위 님! 다시는 이곳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겠지요?”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컨설턴트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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