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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7. 2021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얼마 전에 모교 ROTC동기 모임에서 한양대출신 후배가 소장(5사단장)으로 진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동기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3사단 백골부대 얘기가 나와서 내가 직장생활 초창기 동원훈련 받았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

 

그것이 알고 싶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그때의 충격을 나는 평생 잊을 수 없으며, 아직도 그것이 알고 싶다!

 

전역 후, 우리들은 수 년간 1년에 한차례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아 며칠간은 일상의 업무에서 벗어나 공식적인 휴가(?)를 만끽하곤 하였다.

 

한번은 우연치않게 내가 근무했던 포대에서 예비군훈련을 받았고(그런데 前부대는 전방으로 이동 배치되어 他부대가 점령함), 그리고 몇 년간은 수도기계화사단에서 훈련받아 전차를 직접 몰기도 하였다.

 

그 중에 내가 3사단(백골부대)에서 예비군 동원훈련 받았을 때 겪은 일이다.

 

그 때 동원훈련에는 선,후배가 모여 1주일동안 옛날 군대생활을 상기하며 기초적인 훈련(사격, 화생방 등)을 받거나, 시간이 나면 책을 읽으며 빈둥거렸고, 저녁에는 현역후배들과 매일같이 술자리하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면 현역후배들은 취업걱정을 하였고, 나를 포함한 선배들은 직장생활과 군시절 무용담을 애써 꾸며가며 設을 풀었다.

 

한 선배가 정관수술을 하여 훈련수료증을 받고 먼저 떠난 어느 날, 우리들은 현역후배들과 1차를 마치고, 우리끼리 2차를 하자며 인근 읍내 술집에서 못다한 군대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보다 7~8년 위로, 입심이 센 한 선배는 귀신잡는 해병보다 더 힘든 훈련도 받았다고 침을 튀겨가며 얘기했다.

 

우리 4명의 동원장교들은 간단하게 한잔(3차)을 더한 후, 그 당시 인기있던 엑셀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물론 그 선배는 음주운전(늦은 밤이었고, 전방이라 경찰이 없음)을 하며 우리가 묵었던 부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얼마 지나지않아 막 커브를 도는 순간, 갑자기 칠흑같이 컴컴한 70~80여 미터 전방에 있는 초대형 해골을 보았다.

 

그 해골의 양쪽 눈은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 보여 그 크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눈에서 빨간 빛을 내어 우리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음주운전을 하던 선배는 그것을 난생 처음 봤다며 술이 '확' 깬다고 하였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않아서, 우리는 길모퉁이 4H 클럽 비석에 기대어 앉아 있는 흰옷을 입은 할머니를 보았다.

 

새벽 1시경, 아무도 없는 시골길에 웬 할머니가 왜 그 곳에 앉아 있는가!

 

더구나 조금 전까지 우리 모두 콩알만해진 심장을 간신히 달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막내라 운전석 옆에 앉아 있어 헤드라이트에 비친 그 할머니를 바로 옆에서 똑바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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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Q에 도착한 직후,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뻥이 센 그 선배가 “이중위! 화장실에 가려면 같이 가~자!“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선배는 "평생 그 할머니는 잊지 못할 것” 이라고 하면서 내 손을 꼬옥 잡고 화장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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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일까?

 

아니면, 왜! 할머니가 무엇때문에 한밤중에 그곳에 앉아있었나?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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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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