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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Oct 06. 2021

팝콘과 영화관

지난주 일요일 코엑스에서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를 봤다!

그동안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종종 영화를 보러 갔는데, 이 영화를 본 관객이 1,000만 명을 넘는다고 해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한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봤는데, 아직도 못 봤다고 하면 문화인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 같아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인터넷 예매를 토요일 저녁에 마치고, 다음날 아침 8시 40분 상영되는 조기 영화 관람을 위해 시간계획도 짰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밥은 몇 시에 먹고, 지하철 거리는 몇 정거장이므로, 걷는 시간을 포함하여 몇 시에는 집을 나서야 되는가를 정확히 계산한 것이다. 왜냐하면 일요일은 우리에게 늦잠을 자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들 녀석(10살)이 TV를 보고 있었다. 녀석은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놀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게 되고(시간이 아까우므로), 더구나 그날은 “소풍 가는 날”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ㅎㅎ

영화를 보니 내용 설정 및 구성이 잘 되었고, 주인공 형제 배역도 잘 맞았다! 다만 인형(시체 대역)을 사용하여 약간은 실감 나지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장면이라서 그다지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연실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수건을 적시고 있었는데, 녀석은 엉엉거리며 울고 있는 것이었다. 녀석도 영화에 몰입해서 감동을 받았는지, 주인공이 어머니와 기차에서 헤어질 때부터 소리 내어 울더니, 마지막에는 장동건이 북쪽을 상대로 사격할 때는 감정이 복받쳐 더 크게 울었다.

그런데 우리는 영화관에 들어갈 때, 큰 박스에 가득 담은 팝콘과 콜라를 산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 팝콘 박스(주인공 장동건, 원빈 사진)를 고교 1년인 누나가 갖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 것이라고 생떼를 부리니, 나는 할 수 없이 녀석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의 얼굴이 나와 있는 팝콘 박스가 뭐 그리 대단한지 모르겠으나, 우리 얘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각자 영화를 보면 영화 팸플릿을 파일에 보관하여 수시로 꺼내보는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 누나가 먼저 하니깐, 녀석도 파일에 팸플릿을 끼워 넣어 보는 것이 취미라나 어쨌다나!

집에 와서도 그 팝콘 박스 때문에 둘은 서로 말다툼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동생이 어리니깐, 조금 지나면 버릴 것이므로 기다려 보라고 했는데, 딸은 “그 얘가 버리는 것 봤어요?” 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녀석은 어디서 이상한 상자나, 막대기, 그리고 소품을 보면, 그대로 모아놓아 녀석의 방은 어느새 고물 창고가 되었다!

이때 나는 심통해 있는 딸의 입장을 감안하여 먹다 버린 그 잘난 ‘팝콘 박스’를 찾으러 코엑스 내 쓰레기통을 다 뒤져야 하는가?

이것이 지난주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걱정한 가장 큰 고민이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4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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