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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Oct 06. 2021

이상한 아파트

작년 겨울부터인가, 작은방 천정에서 똑똑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잠시 조용해지겠지” 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그 소리가 없어지곤 하였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때를 가리지 않고 ‘똑똑’ 거리 더니, 차츰 ‘딱딱’ 거리며 소리가 커지기도 하였다. 하루에 수십 번씩 불규칙적으로 들렸고, 일정한 간격으로 나는 소리가 아니었으므로 혹시 2층에 사는 사람들이 장난 삼아 내는 소리라고 생각하였다.

며칠간 내가 피곤하여 소리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 - 혹은 내가 무뎌서 모르다가- 어느 날 다시 그 소리가 들리곤 하였다.

그래서 그 원인을 찾아보고자, 어느 날 소리가 났을 때 나는 즉시 천정을 세게 두드렸고 이에 잠시 그 소리가 멈추기도 하였다. 아!~ 이건 분명히 2층에 사는 사람들이 장난을 치는 것이로구나! 하고 가족들과 협의를 한 후 2차례 경비실에 얘기하였다.

그 후 인터폰으로 2층 집 아주머니와 연결되었는데, 마치 우산 끝으로 쑤셔대며 내는 소리가 2주일째 계속되어 참다가 얘기하는 것이라고 나는 약간 감정을 섞어가며 말하였다.


 그런데 2층 집 아주머니는 30살이 넘은 아들이 집에서 놀고 있지만, 그렇게 장난칠만한 나이는 지났고 그것도 새벽 6시경에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고 경색하였다. 나는 그 아들이 오랜 실업자가 되어 자폐증세를 보이며, 일부러 그런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도 내었다. ㅎㅎ

참! 이상한 일이었다!

우리 집은 1층으로 창문을 통통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더욱이 여름에는 나무들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파트명처럼 장미 넝쿨이 우거진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몇 년 전에 구입하였다. 작년 봄에 나는 거금을 들여 집의 내부구조를 변경하며 수리를 했다. 그 후 집이 멋있었는지 한동안은 인테리어 사무실의 모델하우스가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쿵쾅거린다는 얘기는 안 듣겠지 하고 있었는데, 거꾸로 우리가 그 소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이건 분명 ‘소음공해’라고 생각하며, 가족들이 무서워하거나, 신경쇠약이라도 걸릴까 봐 나는 애써 태연자약하였지만, 이것이 계속 쌓이면 지극히 낙천적인 나도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새벽에 딱딱거리는 그 소리는 약 1분간 40차례 정도 이어지는데, 처음에는 작았다가 커지고 나중에는 점점 작아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화장실 천장을 통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주먹으로 세게 천장을 쳤지만 아무런 반응 없이 약 40차례 소리를 다 낸 후 멈춰 버렸다. 비싸게 들여 공사를 했는데 이렇게 소리가 난다면 부실공사를 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공사업자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천장 속에 시계라도 집어넣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누가 우리를 모함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어떤 때는 그 소리가 아침 7시경, 혹은 8시경에도 들렸는데, 어떻게 40여 차례나 비교적 정확하게 소리가 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나는 조선일보의 一事一言(일사일언)에 어느 여류 동화작가가 쓴 실화를 읽었다. 그것은 오래된 아파트가 난방을 하면 배관이 열로 팽창하면서 배관 조임쇠를 때리는 소리라고 했다! 그래서 그 작가는 그 소음에 괴로워 견딜 수가 없어, 화장실 벽을 부수고 그 소리를 없앨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결심을 해야 한다!

1) 그 작가처럼 화장실을 부숴, 그 소리의 원인을 없애든지,
2) 봄이 올 때까지(난방 해제), 매일 새벽에 자명종처럼 1분간 그 소리를 참고 듣든지,
3) 아니면 이불 꼭 뒤집어쓰고, 명상(극기)하는 자세로 수양하든지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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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경쇠약을 대비하여, 빨리 집 팔고 나가야 한다!!

누구 더 좋은 아이디어 없나요?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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