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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Oct 06. 2021

아들의 피아노 연주회

어제 토요일 오후 2시 아들의 피아노 연주회가 있었다.

녀석은 1년 전부터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워, 요즈음은 제법 그럴듯하게 피아노를 친다.
그런데 약 한 달 전부터 과거 다녔던 유치원 강당(한국 어린이 육영회 소속)에서 연주회가 있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선택한 곡을 집중적으로 연습하였다.

고등학생인 딸이 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녀석은 남달리 감각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치고 있다. 그런데 가족이 보는 앞에서 연주하다가, 처음으로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연
주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는지 매일 5~10분씩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워 갔다.

나는 일이 있어 참석하지 못하므로 아내에게 비디오카메라를 가지고 가서 찍으라고 말했다. 그때 녀석은 무대에 처음으로 데뷔하니, 꽃다발을 사 와야 한다며 능청을 떨었다.

드디어 연주회 날이 왔다.

아내는 며칠 전에 받은 카탈로그(1부: 주니어, 2부: 시니어)를 보고는 연주자( 피아노 학원생
대부분 )가 몇 명인지 수를 헤아렸고, 1부 중간 뒷번호에 있는 아들의 순서를 파악하고 나름대로 개회식, 인사말, 평균 연주시간을 계산했다. 그리고는 인근 상가에 있는 꽃집에 들러 꽃을 사고 3시쯤 강당에 도착했다.

많은 관객(학부모)들을 제치고 들어가, 지금 어디쯤 연주하고 있는가 물어보니,


아뿔싸!


아들 녀석의 피아노 연주는 이미 끝났고, 1부 순서 거의 끝번호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아내는 주최석으로 즉시 달려갔고, 사정을 얘기하니 다시 아들 녀석은 무대에 올라가 연주를 할 수 있었다.


단, 비디오 촬영을 목적으로… ㅎㅎ

집에 도착해서 문제의 그 비디오를 보니, 까만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아들 녀석은 제법 의젓한 자세로 무대를 올라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후, 약 3분 동안 피아노 연주를 하였다.
그리고 무대를 내려올 때, 학원장이 축하의 메달을 녀석의 목에 걸어 주었다.

이는 리바이벌이었다. ㅎㅎ

물론 무대 앞에 있던 아들친구들은 “현용이는 왜 또 올라가는 거야!” 하며 쑤군거렸다.


그런데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기 아이에 신경을 쓰느라 수십 명의 아이들이 각각 순서에 맞춰 한 사람씩 올라가 연주하므로 엇비슷한 우리 애가 다시 올라가 연주하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혹은 눈썰미가 있는 일부 관객들은 아들 녀석이 피아노를 잘 치므로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
-
아내는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얘들 연주시간을 평균 3분으로 계산했는데, 1부 초급자들은 1~2분 내에 빨리 끝나 시간을 잘못 계산했다고! “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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