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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Oct 06. 2021

서울시민 걷기 대회 참석

어제 일요일 오후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서울시민 건강 걷기 대회에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

오후 2시 대회 시간에 맞춰 평화의 광장에 도착하니, 벌써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윽고 개그맨 강성범이 과거 인기 있었던 “우리 연변에서는…” 등을 선보이며 사회자로서 대회선언을 했다.

무대 앞에는 지펠 냉장고(1대), 김치냉장고(1대), 자전거(50대), 인라인 스케이트(50대), 축구공(100개), 혈압계(10개), 그리고 배드민턴(50개) 등 우리의 시선을 끄는 많은 경품이 있었다.

올림픽공원은 한강고수부지(종합운동장 방향, 암사동 선사유적지 방향) 혹은 석촌호수 등과 더불어 우리 부자가 한 달에 한 번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인기 코스 중에 하나이다.

2시 30분이 되어 노약자는 1km 코스를, 우리는 3km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이는 늘 자전거로 가는 익숙한 코스인데, 모처럼 걷는 것이다. 사회자는 가는 도중에 코스마다, 수건(2,000개), 만보계(5,000개), 그리고 음료수 등을 나눠준다고 하였다. 염광여고 밴드부의 행진에 맞춰, 수많은 사람들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우리는 무리에 끼여 있어,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조금 빨리 걷자고 아들에게 얘기를 했는데, 녀석은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걸으면 되지 않느냐고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다.


나는 오천명이 넘으면 만보계는 구경도 못할 것이라고 최초에 우리가 온 목적(?)을 설명하니, 녀석은 무리 사이를 비켜가며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선선한 가을 날씨를 고려하여 재킷을 입었는데, 아들이 덥다며 벗은 재킷을 내 허리에 돌려 묶은 후, 아들을 쫓아 뛰다시피 빨리 걸었다.

도중에 준비된 음료수를 마시고 예정된 3km를 30분도 안되어 도착하니, 안내원들이 만보계와 추첨권을 나눠주었다.


추첨번호는 2228. 2229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중간보다 더 빨리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명함의 1/2 크기만 한 만보계를 만지며, 다시 대회장으로 돌아왔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준비한 이 대회에는 그런대로 짜임새가 있었다. 농촌 돕기 행사도 겸했는데, 그들을 홍보하는 40대 후반의 혼성 트리오가 “포크송, 목포의 눈물, 그리고 홀로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메들리로 잘 불렀다.

순서에 따라 1) 제기차기(어른), 2) 훌라후프 돌리기(어린이), 3) 투호(어른), 4) 춤추기(어른, 어린이) 등으로 참가자들의 장기를 무대에서 보였다.

특히 재미있던 것은 춤추기에서 30대 초반의 남자가 자기의 어린 딸을 데리고 나와 병신춤을 그럴듯하게 추었는데, 사회자가 그 어머니까지 불러내어 60대 멋쟁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섹시한 춤도 볼 수 있어 그 집안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1등으로 자전거를 탔고, 각 게임에서 우승하거나 참석한 사람들에게 최소 경품인 축구공/ 배드민턴을 모두 나눠주었다.

맨바닥에 앉아 구경하는 것도 고역이었는데, 시간이 제법 지나 주위를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추첨권에 매달려 혹시 냉장고를 비롯한 비싼 경품을 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인원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아들은 다른 어느 경품보다도, 특히 축구공을 갖고 싶어 그것 때문에 오후 4시, 5시가 지나도록 불평 한마디 없이 앉아 있었다.

중간에 아마추어 신인가수 노래를 들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빨리 노래를 끝내고 경품 추첨이나 하라는 듯 무관심한 표정이었고, 몇몇은 게임에 참석한 사람들로 인해 경품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빨리 추첨이나 하라고 소리치며 안달했다.

경품 번호가 최고 6,500번까지 나온 것을 보니, 그 인원만큼 이 대회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첨번호는 우리 번호를 미꾸라지 빠지듯이 비켜 나갔다. 어떤 아주머니는 추첨 통을 흔들어 달라고 했고, 상자 밑바닥에 자기 번호가 있는 듯이 아래까지 손을 넣어 뽑아달라고 했다.

사회자가 일일이 추첨번호를 불렀는데 상당수 당첨자가 떠나버려, 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는 우리들을 대상으로 재추첨하였다. 그 경품량도 상당하였다. 아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축구공을 바라보며 집에 가지고 재촉했다. 나는 아직도 남아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녀석을 설득했다. 혹시 인라인 스케이트이라도…

결국 행운의 여신은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

해가 지는 6시경 우리 부자는 바지를 털면서 쓸쓸히 일어났다. 나오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 많은 경품 중에 배드민턴 1개도 안 되냐! “ 는 것이다. ㅎㅎ

그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가 할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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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3시간 정도 찬 바닥에 앉아 요행을 바라던 결과가 조금씩 몸에 드러나고 있다. 물론 따듯한 물로 목욕을 한 후, 나는 어젯밤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잤는데도 말이다.

지금 감기 기운이 있고, 허리가 쑤시기 시작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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