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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Oct 06. 2021

아이스 발레 공연을 보고 나서

어제저녁 모처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족과 함께 독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의 아이스발레 내한공연을 보았다!

아내는 아이들을 위한 방학숙제로 1) 연극 공연 2) 해수욕장(텐트 치기) 3) 대학교 방문 4) 롯데월드 5) 고궁 6) 음악회 7) 아이스발레 등을 계획했으나, 현재 고궁 방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이들을 위한 숙제는 다한 셈이었다!

나는 '아이스발레'라는 것이 생소하기도 하고, 처음이어서 거금을 내어 가는데 동의했다!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하니, 아이들로 초만원이었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최소 3만 원 하는 비용을 아낌없이 지불하는 그들(나도 무리를 하였지만)을 보고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층에는 호두까기 인형 등이 전시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우리는 그 앞에서 사진도 한 컷 찍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아 어떻게 아이스링크 무대를 세종문화회관에 설치하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들이 잘하는지 준비해 온 망원경으로 보기 시작했다!

내 옆에 앉은 중년의 아주머니는 딸과 같이 왔는지, 내가 망원경을 보고 있을 때, 틈틈이 세련된 자세로 박수를 치곤 하였다!

공연이 한창 진행된 후, 나는 아내에게 "아직도 호두까기 인형이 안 나오는 것이야?" 하고 슬그머니 물었다! 그랬더니, 이것은 "호두까기 인형이 아니고,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아이스 발레라는 것이었다! ㅎㅎ

나는 그때까지 이렇게 오래 공연을 하면, 호두까기 인형은 내용 구성상 30분도 안되게 짧게 보여 줄 것이고, 더불어 호두까기 인형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예상도 했던 참이었다!

아내는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달에 막을 내렸고, 지금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공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올 초에 호두까기 인형은 연극으로 아이들이 봤기 때문에, 이번에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보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어쨌든, 나는 중간 휴식(20분) 시간이 끝나고, 다시 자리에 앉아 하품을 애써 참으며, 눈이 아플 정도로 망원경으로 그들 배우들의 얼굴 표정까지 세밀하게 봤다! 그러던 중, 옆에 있는 아주머니의 눈이 슬슬 감기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유명한 배우들이 약 1시간 30분 정도 공연하는 도중에 3번씩이나 얼음판 위에 자빠지는(?) 것을 안타깝게 볼 수 있었다.

혹시 "얼음이 덜 얼었나, 아니면 패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아이스 무대를 세밀히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만일 얼음에 문제가 있었다면, 넘어진 그 부분에 또 넘어지겠지만, 다행히 세종문화회관 측 사정은 아니었고, 그들 배우들이 긴장한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비싼 돈 주고,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도 아니고, 교대로 3번씩이나 꽈당하고 넘어지는 것은 뭐야??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에게 "재미있었냐?" 고 물었다! 아들 녀석은 어깨를 약간 들썩이며, "빙글빙글 돌기만 해서 재미가 없다."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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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분간 이런 공연을 볼 수도 없거니와, 엄마가 너희들을 위한 여름방학숙제로 이 공연을 선택한 것에 만족하라고...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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