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규선 Oct 06. 2021

너무 신중해도 탈이야

지난 2월경 중학교 동기로부터 유명 소비재 브랜드 수입업체인 A사를 소개받았다.

그 동기는 A사장과 잘 아는 사이로 어느 날 점심을 같이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A사가 마케팅을 담당하는 대리급 여직원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는 우리 회사를 소개한 것이다.

나는 그 후 시간을 내어 A사를 방문했는데,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 좋아 보이는 50대 후반의 A사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분은 수십 년간 동일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데, 상당히 안정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A사장은 회사 분위기, 제품 구성, 매출 규모, 업무 스타일, 직원의 구성도 등을 얘기한 후, 채용하려는 마케팅 담당자의 업무 및 필요조건을 자세히 언급하였다.

그런데 쭉 얘기를 듣고 보니, 지난 수개월 동안 2명의 마케팅 경력자를 채용했는데 현재는 모두 퇴사하여 새로 여직원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그중 한 미모의 여직원은 친구의 딸로 해외에 오래 거주하여 영어가 매우 유창했으나, 해외 출장 시 현지에서 개최된 비즈니스 파트너 초빙 연회 때 보여준 방정치 못한 품행으로
퇴사시켰고, 또 다른 대기업 출신 여직원은 과거 회사와 수시로 비교하여 중소기업인 A사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였다고 한다.

자부심이 대단한 A사장은 국내 영업사원이라도 지방 출장 시 꼭 호텔에 묵게 하는 등 고급 소비재를 취급하는 사원으로서의 각별한 영업마인드를 갖도록 하였다.

2시간여에 걸친 긴 상담을 끝내고, 며칠 후 우리 회사는 2명의 후보자를 A사에 추천하였다.

그들 모두 영어가 유창하였고, 유명 외국투자기업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어 A사의 채용조건에 맞았다.

그중 한 명(B)은 수수한 마스크에 전 직장의 짧은 근무경력이 마음에 걸렸고, 또 다른 한 명은 보기 드문 미모로 고연봉을 요구하며 얼굴값을 하였다.

A사장으로부터 충분히 교육받은 나는 연봉에 따라 움직이는 철새보다는 인간적인 수수한 아가씨(B)가 마음에 들었고, 결국 그녀는 A사장과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A사장은 무엇인 마음에 안 들었는지, 10여 일이 지나도 B에 대한 면접 결과를 알려주지 않았다.

B가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는 A사장이 바쁘다고 판단하고, 나는 B에게 면접 결과가 지체됨을 이해시킨 후, 우리는 시간을 갖고 그녀보다 조금이라도 우수한 후보자를 추가로 추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세상은 종종 불공평하게 어떤 특정 분야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원하는 인재가 없어, 그때는 수시로 채용 회사에 연락해 후보자를 추천하기가 쉽지 않음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A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그 조건이란 영어 구사력, 마케팅 경력, 연봉 수준, 근무지 위치, 회사 비전, 회사 분위기, 오너 및 후보자의 성격 등 서로 고려할 것이 많아 쉽지는 않으며, 더욱 중소기업일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필요한 인재는 언제든지 찾고 있고, 그는 그가 원하는 회사를 찾아간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A사장은 과거 근무했던 2명의 여직원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B를 선뜻 선택하지 못한 것이었다.

수개월의 짧은 기간에 2명의 여직원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낸 A사장은 거래처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고, 이에 다소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마음에 드는 직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다소 시간이 지난 후, A사장은 무슨 결심을 했는지 B를 채용하고 싶다는 전화를 보내왔다.

나는 즉시 B와 통화했는데, 그녀는 그 사이 세계적인 소비재 식품회사에 당당히 취업했고, 미리 연락을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못내 아쉬움을 표했다.

기차는 떠났다.

빠르고 현명한 판단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을 머뭇거리다가 인재를 놓친 것이다.

언젠가는 A사가 필요한 직원을 찾겠지만, 그때까지 잇몸으로 버텨야 한다.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괜찮다고 판단되면, 빨리 선택해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후보자나 완벽하지는 않으며, 그를 그 회사에 맞게 키우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는 자주 오지 않음을 또 실감하는 순간이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년 6월)

작가의 이전글 지방시장선거 사무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