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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2. 2021

어느 채용자와 구직자

작년 9월경이다!

세계적인 A 분야 회사인 B회사에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B사는 내가 언젠가 한 번 거래하고 싶었던 회사로 나는 시간을 내어 인사팀장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정작 40대 중반인 인사담당 이사(여자)는 무엇이 바쁜지, 좁은 인사팀 사무실에서 얼굴조차 내밀지 않아 나는 하는 수없이 담당 여직원과 관련 채용내용을 상담하였다.

중국 천진 거주, 영어 우수자, 부장급, 남자, A 분야 경력자, 등 채용조건은 비교적 까다로웠다.

어떤 조건에 맞으면 나머지 조건이 안 맞아, 다소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미국 MBA출신으로 대기업 근무, 수년간 관련 A 업무 경험, 좋은 인상 및 성격 등 그야말로 보기 드문 40대
초반인 S를 추천하였다.

물론 그는 인사담당 이사를 비롯한 현업 팀장들과의 1차 면접에 당당히 합격하였다.

그 후 2차 면접은 박전무라는 분이 중국 출장 중이어서 약 1달 만에 볼 수 있었다.

그때 박 전무는 S에게 연봉이 다소 높으니 낮추자고 해서 상당한 연봉을 조정해야 했다.

S의 입장으로서도 나이가 찼고,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어 그래도 유명 외국투자법인인 B사에 들어가기 위해 어느 정도 연봉 삭감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면접 후 확인해보니, 박 전무는 후보자 S와 일명 SKY 대학 약 15년 선배이며, 일면식은 없지만 같은 대기업 K사 출신이어서 자기 후계자로서 S를 꽤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었다.

며칠 고민한 끝에 S가 내린 연봉 삭감 결정이었으나, B사는 웬일인지 시간을 질질 끌면서 어떤 가부도 내려주지 않았다.

박전 무라는 분이 잦은 중국 출장으로 워낙 바쁘다 손치더라도 너무 무심한 것 같았다.

나는 수차례 B사에 전화를 하며, S의 합격여부를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기다림과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나는 S에게 B사를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며 설득하였다.

채용하겠다는 의사표시에 후보자가 수차례 방문하여 면접을 했는데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는 B사의 처사에 우리는 실망하였다.

한편, 그 당시 B사는 우리에게 다른 채용(정규직)도 의뢰하여 열심히 후보자를 추천했는데, 외국 유학까지 간 여자 후보자를 면접 시 계약직으로 일하면 어떻겠냐는 제의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또 다른 후보자(여자)에게는 3개월 수습 후 업무성과를 보아가며 정규직으로 추진하고, 연봉도 상당히 줄이는데 합의할 수 있냐고 해서 그 후보자가 과거 경력도 좋은데, 그동안 아기 키우느라 집에서 있어서 그런지 평가절하를 받아 몹시 실망했다고 한다.

나는 B사의 그런 행태에 실망해서 그 후 추가 채용은 거들떠보지 않은 상태였는데, 지난 1월경 다시 인사담당 직원에게서 S가 가능한 지 연락이 왔다.

이에 나는 아직도 프리랜서로 근무 중인 S에게 한가닥 희망이 있는 것 같고, 지난번에는 여러 사정으로 채용할 입장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그를 다시 설득했다.

그러면서 B사는 박 전무가 중국 천진에 있으니 2주일 후 서울에서 그를 보자고 하여 나는 S에게 즉시 연락하였다.

그런데 마침 S도 중국 상해에 출장을 가기에 가능하다면 중국 천진에 가서 직접 만나겠다고 했는데, 박 전무는 부담이 되는지 그냥 서울에서 보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무려 4개월 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은 1주일, 2주일 지연되더니 어느새 없던 일로 되어버려 한없이 기대했던 S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후보자는 약자이므로 세상에는 이런 회사도 있으며, 언젠가는 관심이 있으면 연락이 올 것이라고 종용하며, 지금 하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였다.

더구나 인간적인 S와 종종 연락을 취하면서, 내가 다른 회사에 추천해주는 것이 빠를 것 같다며 농담도 건넸다.

그런데 또 B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4월 10일 서울에서 S를 볼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나는 이것이 마지막이며, 다시 비슷한 제의가 와도 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S에게 전화했는데, 궁여지책 때문인지 그는 박 전무와의 면접일자를 손으로 꼽으며 기다렸다.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 약속 일자인 10일도 지나고 그 며칠 후, S로부터 연락이 왔다.

겨우 박 전무와 통화했는데, 자기도 B사에 얼마 더 근무할지 모르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미국인 사장을 설득하며 S를 채용하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된다고 하며, 채용은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오 마이 갓!

망연자실한, 마음 착한 S는 7개월 동안 인생공부를 너무 많이 했고,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하여 나는 그의 인간됨을 다시 엿볼 수 있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우유부단한 것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로 그러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박 전무가 보여준 작태는 너무 심하지 않았는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격언이 생각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박 전무 같은 사람은 아닌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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