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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2. 2021

아마추어 남성중창단

요즈음 중년의 낭만을 즐기며, 살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모두 바쁘고 먹고살기 힘든 세상인데 무슨 잠꼬대 같은 얘기냐고 하겠지만, 조금 덜 먹고 덜 쓰면 그만큼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뜻에서 한 얘기다!

내용인 즉, 대학 동기들 7~8명이 한 달에 1~2번 모여, 본격적인 노래(중창)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이는 수개월 전부터 그런 모임을 만들자고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 얘기했고, 드디어 지난 9월 21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의 어느 유명 음학원에서 첫 연습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 대학 동기들은 종종 만나 술을 마시며 세상사는 얘기를 하였고, 2차는 노래방에서 숨은 실력(?)을 발휘하곤 했는데 그중 몇 친구들이 제법 화음을 넣고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옆에 박수를 치던 한 무리들이 과감히 제안을 했지만, 우리 나이 50이고 조만간 아이들의 결혼식에 아빠 친구들이 축하곡을 불러준다면 평생 기억에 남을 일이라는 소박한 마음에 처음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친구들 목소리는 술집에서 갈고닦은 트로트, 뽕짝, 그리고 일부 가곡 스타일로 전혀 달랐고, 몇 번 목소리를 맞춰보면 어느 정도는 되지 않겠냐는 야무진 생각에서 출발하여 만일 안되면 우리끼리 노래 부르며 그냥 노는 거지 하는 막무가내 심사까지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1시간 30분 강습비 15만 원 하는 정식 음악원에서 중고교 학생들이 멋적게 쳐다보는 눈초리와 웃음소리를 뒤로 하며, 다행히 방음시설이 제대로 된 원장실의 좁은 방안의 피아노에 둘러앉아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 중창단은 제법 사업을 크게 하는 몇 명을 빼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겨우 사업을 운영하거나, 대학교수로 시간적인 여유가 없지만 모두 한 달에 한두 번 모이는 연습에는 꼭 참여하겠다는 적극적인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은 강사(서울대 출강, 베이스)는 우리 수준을 미리 간파하여 "등대지기"라는 가곡을 골랐고, 우리는 처음부터 어려운 노래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등 쉬운 노래부터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애써 공감을 표시했다.

소리맵시와 높낮이가 전혀 다른 우리들의 파트 선정을 위해 강사는 한 명씩 불러내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소리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도레미 순으로)

첫 대상자로 강사 바로 옆에 앉았던 A가 어색한 웃음을 보이고는 뒷머리를 극적 거리며 평생 처음 해본다고 하면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에~~ 엣! (기침 소리를 두어 번 하고 나서)

"아~아! 아~~ 아!! 아~~"

다음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우리였지만, A의 표정과 목소리를 들으니 배꼽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

"크~~ 크~ 크" , " 히~~~ 히히히 "

노래는 중단되었고, 우리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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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는 힘들여 20여 분간 각자의 목소리로 파트를 선정하였고, 드디어 우리는 두 파트로 나누어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멜로디를 맡은 고음은 하도 노래(등대지기)를 자주 들어 제법 했는데, 저음 파트는 음정이 안 맞아 헤매기 일쑤였고, 중간에 슬쩍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일어났다.

7~8명의 멤버 중에 노래가 안되어 얼굴을 밑천(?)으로 중창단이 되었다는 몇 친구들이 그 주인공들이었지만, 몇 차례 화음을 맞추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그럴듯해서 들어줄만했다.

생각보다 중창단 수준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사는 약정된 시간보다 30분 빨리 연습을 끝내며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였다.

얼마나 자주 모여야 관중 앞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고 제법 그럴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 같이 입 맞추어 노래를 할 때 우리는 기타 치고 노래하던 옛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얘들아! 다음에 언제 모이냐?


글쓴이,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06. 10.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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