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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Nov 0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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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의 일이다.

세계적인 기계부품업체(A)의 인사팀장으로부터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할 영업부장에 대한 채용의뢰가 들어왔다.

영어 우수자, 기계공학 혹은 유사 전공 출신자, 40대 초반, MBA 출신 우대, 그리고 OO 영업 경험자 등

오랜 기간 거래해 채용 회사(A)의 규모와 성격 등은 잘 알고 있었지만, 가능한 자세한 채용조건을 입수한 후 그동안 모아둔 자료(Data Base)부터 찾기 시작했다.

문득 나는 얼마 전에 어느 외국투자기업에 추천했지만 나이, 연봉 등이 안 맞아 포기했던 B가 떠올랐다.

그는 잘 생긴 얼굴, 다부지고 강한 인상, 외국에서 MBA를 한 재원으로, A사의 채용조건에 거의 만족하는 보기 드문 인재여서 가슴이 뭉클했다.

나는 즉시 B에게 전화를 걸어 A회사를 소개를 하고, 채용내용을 자세하게 언급하니 즉각 관심을 보였다.

참고로 B는 얼마 전까지 어느 외국투자기업의 Country Manager였으나, 불가피하게 그 회사가 합병됨에 따라 실업자가 되어 수개월째 그의 경력에 맞는 회사를 찾고 있던 참이었다.

한편, 그동안 A사는 적당한 후보자를 찾을 수 없어 우리가 추천한 B를 단독으로 면접을 보기로 했다.

나는 B에게 언제 어디서 면접이 있으니 준비하라고 얘기했고, 몇 가지 조언까지 덧붙여 만반의 면접을 준비하도록 당부했다.

그러던 며칠 후 B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면접 일정을 잘못 기억해 A사의 서울사무소에 방금 들렀다가 나오는 길이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예정된 면접일 하루 전에 갔던 것이다.

우리는 B에게 전화로, 이메일로 면접장소, 시간, 담당자 등을 분명히 통보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 된 영문인지 그는 미리 A사를 방문했다.

얼마나 가보고 싶었을까? 그가 그토록 원했던 회사였기 때문일까?

나는 웃으며, 요즈음 무척 더워 가끔은 그런 일도 있다며 위로했고, 내일 면접에 차질 없도록 정중히 부탁했다.

그러던 중 면접일 아침에 그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나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아 미쳐 확인을 못했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그에게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았다.

혹시....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하면서, 나는 "그가 조금 있으면 A사에서 면접을 볼 것이므로 그냥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얼마 후 A사의 인사팀장으로부터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는데 면접 시각인 3시가 지났는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고, 더구나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에 나는 A사 인사팀장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 후, 즉시 휴대폰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다.

????

그 후 수차례 휴대폰과 집에 전화를 해도 묵묵부답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10시경에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부인이 받았다.

그녀는 "현재 남편 휴대폰을 갖고 있으며, 10분 후에 그를 만나니 연락 주겠다" 고 하였다.

그런데 예정된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어 나는 다시 전화를 했는데, 그녀는 남편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며 만나는 대로 연락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

그 후 지금까지 그들로부터 아무런 전화도 없다.

연봉도 괜찮고, 그의 경력에 맞는 좋은 회사라며, 하루 전날 미리 방문했을 정도로 원했던 회사인데 왜 그는 가지 않았던 것일까?

부부싸움을 해서인가? 아니면 그 무엇 때문인가?

전화라도 해주면 좋았을 텐데....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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